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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읽은 소설 <뉴욕 3부작>의 마지막 편에서 주인공 '나'는
4월 21일에 파리로 떠나는 티켓을 끊었다.
그 여행의 끝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았지만...
어쨌건 나는 4월 21일에 카잔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모스크바 기차역에 도착한 시각은 22일 새벽 5시.
아무래도 체크인 하기엔 이른 시간인듯 해서 대합실에 앉아 잠시 책을 읽었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출발한 9288km(위키 기준 9344km),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모스크바에서 끝이 난다. 여기서 상트페테르부르크 까지 타게 될 열차는
그 거대한 철도의 곁가지에 불과하다.
횡단열차에 대해서는 글을 아예 하나 새로 파기로 하고,
어쨌건 한 시간정도 책을 읽고 지하철로 옮겨탔다.
짐도 많고 정신이 없어서 사진이 남아있지 않는데,
모스크바에서는 교통카드를 만드는 것이 편하다.
지하철과 버스에서 이용이 가능한 이 교통카드는 <트로이카>라고 불리며,
보증금 50루블을 내면 창구에서 발급이 가능하다(물론 환불 가능).
이후에 충전은 창구나 옆에 보이는 기계를 이용해서 하면 되는데,
어리버리 하고 있으면 반드시 누군가 와서 도와준다.
교통카드를 만드는 것이 편한 이유는 당연하게도 경제적인 것인데,
기본적으로 모스크바의 지하철과 버스 요금은 55루블이며 다른 교통수단으로
갈아탈 시에 요금을 한번 더 내야한다. 이 부분은 서울과 같다.
하지만 트로이카를 이용하면 지하철과 버스 요금이 35루블로 무려 40% 가까이
할인이 된다.
거기다 90분 안에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20루블이 청구된다고 한다.
(이 부분은 확인해보지 못했다. 갈아탈 일이 없어서..)
모스크바는 시베리아의 다른 도시와 비교해 규모가 크고, 숙소가 중심부에서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으면 걸어서 이동하기가 만만치 않다.
트로이카는 반드시 구입하자.
정신없고 어깨가 아픈 와중에도 지하철 내부 천장이 아름다워서 찍었다.
모스크바 지하철 대부분의 역이 이런식으로 기합이 들어가있다.
그리고 에스컬레이터.
지반 문제로 많은 역들이 지하 100m 아래까지 내려가도록 되어있기 때문인지
에스컬레이터 속도가 좀 당황스럽게 빠르다.
타보니 모든 에스컬레이터가 이런 것은 아닌듯 하고, 오래된 애들일수록 이런 듯.
그리고 추가로 모스크바의 지하철은 배차간격이 짧고 열차 속도가 매우 빠르다(...)
물가가 비싼 모스크바에서 우리는 시 외곽에 있는 호텔에 머물렀다.
그래도 나름대로 호텔이라 직원들이 영어도 잘하고, 외국인 등록도 바로바로 해주고
매일매일 청소도 해주었다!
위치는 대략 이쯤
하루에 25,000원 정도 내고 머무른 것 같다.
아침을 먹지 못해 호텔 입구 옆에 있는 상점에서 사먹은 케밥과 고기빵.
두개 합쳐서 200루블정도 됐었던 것 같은데 채소와 고기가 솔찬히 들었다.
체크인을 했으니 일단 전자제품을 충전을 해주고..
아! 우리가 호텔을 방문했던 시간이 오전 10시? 였음에도 별다른 말 없이
바로 체크인을 할 수 있게 해줬다.
대충 밥도 먹었겠다, 침대에 누워 두시간정도 낮잠.
일어나니 배가 고팠다.
모스크바에서 나의 목표는
1. 19-20세기 미술관
2. 붉은광장의 낮과 밤 사진
이었기에, 음식점은 뭐 아무래도 좋았다. 어차피 똑같은 맛이잖아......
해서 높이 알아본 만두가게로 일단 점심을 먹으러 갔다.
나중에 들으니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매우 상위권에 있는 가게란다.
가게 이름은 <Lepim I Varim>, 위치는 볼쇼이 극장 근처이다.
골목으로 좀 들어가야 해서 한번에 안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도 위치가 정확해서 헷갈릴 일은 없을 듯.
가게 내부에는 경쾌한 요즘음악(?)이 흐르고 있다.
데이트 하러도 많이 오고.
전체적으로 조명이 흰색 주황색이 섞여 붉은 빛이 돌아서 따뜻해 보인다.
천장조명 1.
피클 통? 을 이용해 인테리어를 했다.
조명 2. 만두 삶는 솥과 채? 를 이용해 번잡하지 않으면서도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낸다.
가게가 전체적으로 청결하고 직원들은 영어를 잘 한다.
요청하면 따로 영어메뉴도 가져다 줄 정도로 여행자 친화적인 곳이라
편하게 주문하고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작은 매장 어느 곳에서나 잘 보이는 곳에서 아주머니들이 만두를 빚고있다.
분위기도 좋아보이고 분업이 잘 된 이 분들에게서 프로의 냄새가 난다.
맥주와 음료 및 소스와 피클등을 구입하는 곳.
러시아답게 모든 소스에 추가 비용이 든다.
오른쪽 냉장고에는 포장 용으로 만두를 파는듯 했다.
가격은 여태 먹은 음식들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은 아니었다.
한 그릇에 280루블정도. 만두는 10개씩 들었다.
우리는 새우만두 하나와 제일 위에있는 대표만두 하나,
그리고 파마산 치즈와 바질이 들어간 이탈리아노 만두(?)를 하나 시켰다.
우선 맥주부터. 한 병에 150루블.
러시아 맥주인 것 같았는데 맛이 괜찮았다.
나중에 몇 병 더 사다가 숙소에서 마셨다.
만두 세 종류과 소스.
소스는 직원 추천으로 하나가 아닌 두 가지를 주문했다.
하나는 칠리소스, 다 아는 맛.
두 번째 소스가 직원이 골라준 소스인데, 러시아 사람들은 아예 이 소스를
만두 그릇에 부어서 섞어먹기도 한다.
맛은 진득한 사워크림에 파나 바질이 들어간? 맛이다.
바질과 파마산이 들어간 만두를 여기에 찍어먹으면.....
맥주가 모자란다. 엄청 맛있음.
전체 사진. 이 집은 저 빵을 무료로 계속 제공한다.
양이 모자란 분들은 빵으로 배 채워도 될 듯.
우리는 둘이서 세 가지 만두를 시켜먹는 바람에 배가 충분히 불렀다.
새우도 맛있고 돼지도 맛있는데 저 파마산 치즈 들어간 만두!
꼭 먹어봐야 하는 맛이다.
이 날도 비가 엄청 내렸다.
우리가 모스크바에 머무는 내내 날이 지나치게 변덕스러워서
밖에 나다니기가 힘들었다.
점심을 천천히 먹다보면 그치겠지 했으나
밖에 나와보니 여전히 비가 주룩주룩.
사진찍기는 고사하고 걸어다니기도 부담스러운 굵은 빗방울이다.
해서 붉은광장 가는 길에 보이는 아무 카페나 들어가 앉았다.
찍은게 없으니 카페 내부사진이라도.
라떼와 플랫화이트를 한잔씩 시켜서 먹었다.
역시 엄청난 물가의 모스크바. 커피 두 잔에 550루블정도 나갔다.
다행히도 (높의 말에 의하면)커피도 맛있고 내 기준에 우유거품도 부드러워서
비가 그칠 때까지 기분좋게 커피 냄새를 맡았다.
그렇게 또 한 시간 넘게 창밖만 바라보며 비가 그치길 기다리고,
마침내 도달한 붉은광장.
광장으로 들어가는 길.
날씨 탓인지 관광객이 그리 많지는 않아 보인다.
는 훼이크.
칼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하늘이 꾸물꾸물한데도 온 나라 사람들이 다 모여있다.
물론 나도 그중 하나!
왼쪽에 보이는 건물이 백화점 <굼>, 오른쪽 두 건물이
성 바실리 성당과 크렘린 궁의 시계탑이다.
찍을 땐 몰랐는데 지금 보니 땅이 젖어있어서 하늘과 잘 어울린다.
좀 더 가까이에서 성벽과
시계탑 그리고
근 20일 동안 널 만나러 달려왔단다..
성 바실리 성당이다.
사진찍는 사람들 틈에 껴서 같이 사진도 찍고 성당을 바라보다 보니
반대쪽 하늘이 서서히 파랗게 물든다!
해서 아이폰 배터리를 희생해 타임랩스를 찍었다.
이토록 바람이 부는 날씨에 손으로 들고 찍은 탓에
내 손도 손이지만 이거 찍고 전화기는 운명했다.
빠르게 찾아오는 파란 하늘에 기분이 좋아져서 사진도 한 장 찍으려 했으나
실패..
저 파란하늘 뒤로 다시 비구름이 몰려오고 있더라..
하늘만 파랗고 먹구름이 다시 해를 가렸다.
결국 모스크바를 떠나던 날까지 내가 원하는 푸른하늘 아래 성당은 찍을 수 없었다.
그거 찍겠다고 뻔질나게 붉은광장 왔다 갔다 하느라 질려버린건 또 다른문제..
아무튼 나온김에 야경까지 찍어가기 위해 백화점을 한 바퀴 돌았다.
굼 백화점 내부는 이쁘긴 한데 뭐 별로 볼건 없었다.
규모로 치면 태국 백화점을 못이기고
그렇게 눈을 사로잡을 정도로 예쁘지도 않아서..
그냥 벤치에 앉아서 사람들 구경이나 좀 했다.
크렘린 궁 앞 공원 산책도 하고..
다 좋은데 날이 너무 추웠다.
비가 내린 직후라 바람이 강해서 체감온도가 영하 5도는 되었던 것 같다.
경량패딩에 바람막이까지 입었는데도 너무 추워서 당황.
그래도 어찌어찌 버텨 해가 떨어지는 시간이다.
다시 붉은광장으로 향해본다.
백화점은 모양을 따라 전구를 킨다.
놀이동산에 온 것 같고 뭐 그런 느낌. 아주 예쁘다는 감상은 없었다.
광장 반대편 사진.
또 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모스크바의 날씨는 너무 변덕스러워서
해가 났다 구름이 꼈다 비가 내렸다 우박이 내렸다를 반복했다.
처음엔 재미있었는데 갈수록 피곤................
조금 더 기다려 완전히 밤이 됐다.
시간마다 울리는 시계탑에도 조명이 켜지고.
이러다 카메라 배터리까지 방전될까 걱정되던 차에,
성당에도 조명이 들어왔다.
아직은 파란 기운이 도는 하늘.
조금만.. 조금만 더 어둡게!
아 됐다.
이 풍경까지 보았으면 만족한다.
마침 여기까지 찍고 또 하늘이 흐려져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뒤도 안돌아보고 버스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모스크바 날씨 너무 피곤해....
이건 버스타러 가는 길에 찍은 볼쇼이 극장.
이미 손도 얼었고 빗방울도 떨어지고 여기까지 찍고 카메라를 넣었다.
이래저래 아쉬운 첫 날 이었으나
밥도 맛있었고 야경까지 천천히 보았으니
그런대로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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