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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다시 말하지만,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날씨는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그 변덕이 도를 지나쳐서


해가 나왔다, 구름이 꼈다, 비가 내렸다, 눈이 내렸다, 우박이 쏟아졌다


또 하늘이 맑았다....


하지만 일기예보에는 딱 한 줄 쓰여있다.


구름.


처음에는 그런대로 즐길 만 했는데, 


예측 불가능인 날씨가 이어지니 나중에는 적잖이 지쳐버렸다.


아무래도 카메라 때문에 날씨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모스크바에서의 둘째 날도 하늘에 휘둘리며 시작했다.


오늘의 목표는 아래와 같다:


  1. 푸른 하늘 아래의 붉은광장
  2.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
  3. 아르바트 거리
  4. 푸쉬킨 미술관 별관 19-20세기 갤러리

숙소 근처에 있는 지하철 역에서 출발해 먼저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에 갔다.


도착했을때의 사진.

모스크바의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은 여지껏 본 성당들 중 가장 거대했다.

실제로 아직도 이 성당보다 높은 정교회 건물은 없다고 한다.

19세기에 지어졌던 이 성당은 20세기 스탈린에 의해 무려 다이너마이트로(!)

철거당해 버린다. 인민의 아편이라는 죄목 아래 탄압받던 정교회의 위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놓고 그 자리에 세계 최대의 야외수영장을 설치했었다고 하는데,

폭파 영상이 남아있으니 검색하면 볼 수 있다.

시간이 흘러 소련 붕괴 이후 20세기 말에 와서야 성당 복원 공사가 시작되는데,

안그래도 어렵던 이 시절에 신앙심이 깊은 정교회 신도들이 한푼 두푼 모아서

성금을 내 공사비를 채웠다고 한다. 여러모로 대단한 의미가 있는 성당이다.

그래서인지, 지어진지 20년정도밖에 안된 이 곳은 모스크바의 자랑이자

대표적인 관광명소가 되었다. 내가 머문 20여분 동안만 해도 단체 관광객 무리와

그들을 실어나르는 버스가 쉼없이 오갔으니까.

거대한 성당의 정문에 다가가면


문 위쪽으로 독특한 문양과 함께 (아마도)사도들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이건 오른쪽. 저 조각 하나만 해도 실제 사람보다 크니까

성당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이쪽동네 총 주교쯤 되는 사람일까.

회화보다 조각을 좋아하는 나는 이런 건물과 조각들이 좋다.

여기까지 보고있는데 갑자기 우박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침 내부구경을 하려던 참이라 우박도 피할 겸 안을 구경했다.

매우 넓고, 아름답고, 당당한 풍경이었다.

더불어서 내부를 관리하는 신도(?)들의 정성이 대단했는데,

엄청나게 넓은 붉은 카페트를 여신도분이 혼자 손수건 한장과 다리미를 들고

꼼꼼히 다리고 있었다. 내가 내부를 구경하는 내내.

이정도로 정성스럽게 사랑받는다니 부럽기까지 하다.

실내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사진은 없다.

천천히 구경을 하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하늘은 파랗다.

어느 정도로 푸르냐면


이 정도.

다른 날도 아니고 몇시간 지난것도 아니고 딱 10분 사이의 하늘변화이다.

사진도 예쁘게 나오고 황금빛 지붕이 반짝이는 것이 보기좋긴 하지만

아무래도 약이 오른다..


아르바트 거리로 가기 위해 떠나던 길에서 한장 더.

전깃줄 때문에 방해가 되긴 하지만 아름답다.

러시아를 여행하는 내내 봐온 정교회 건물이지만 질리지 않는다.

천천히 걸어서 도착한 아르바트 거리.


슬슬 하늘이 또 시동을 건다.

아르바트 거리는 솔직한 의견으론 와볼 필요가 전혀 없다.

서울의 명동같은 분위기에 어줍잖은 호객꾼들이 달라붙는다.

카잔의 바우만 거리와 비교했을때도 별로다.

물론 맛있는 음식점들이 더러 있다지만 쓸데없이 비싼 물가에

그정도 가격이면 조용한 음식점에 가서 한끼 제대로 먹을 수 있다.


그래도 나름 관광객들 오는 곳이라고 초상화 그리는 분들이 있다.


열심히 고객 유치중.

어떤 인형탈 쓴 남자는 사진 한장 찍으라고 하더니

1,000루블을 내놓으란다.

보는 앞에서 사진을 지우고 모른체 하고 돌아섰다.

솔직히 100루블정도 불렀으면 그냥 호갱잡히는 척 주려고 했었는데...

여기까지 사진을 찍고 또 날씨가 급격히 안좋아져서

이번엔 소나기가 엄청나게 내린다.

급한대로 근처 버거킹에 들어가 점심을 때웠다.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려 그 다음 목적지 푸쉬킨 미술관 별관을 향해 출발했다.

위치는 처음에 갔던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 근처이다.

커다란 본관을 바라봤을 때 왼쪽에 별관이 위치하며,

19-20세기 회화 컬렉션이 이 곳에 모여있다.

입장료는 300루블.

안에서 사진도 자유롭게 찍을 수 있게 되어있다.

3층으로 이루어진 별관은 그리 넓은 편은 아니지만

소장 작품들이 무척 실하다.

고흐, 고갱, 모네, 마네부터 피카소, 칸딘스키, 샤갈, 마티스까지.

사실 칸딘스키는 한 점밖엔 없었지만 그래도...

그림 보기를 좋아하는 높에겐 좋은 놀이터였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내가 사랑하는 마티스와 샤갈 앞에서 보냈다.



<탬버린을 가진 스페인 아가씨, 1909>


강렬하고 선명한 색을 써대는 마티스가 내 취향이다.



마티스 그림 앞에서 나도 사진 한 장.


배치가 재미있게 되어있어서 찍어봤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그림과 비슷한 <춤>을 좋아하는데


그 작품은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예르미타시 미술관에 있다.


반드시 볼거야!


날이 이랬다 저랬다 해서 스트레스도 받고 기분도 안좋아지던 차에


그림들을 보니 마음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녹아내린다.


그야말로 마티스가 있어 다행이다.



로댕의 <Eternal Spring>.


우리나라에도 있는 작품이다.


한 시간 반 정도를 미술관을 돌아보고 나와서 마지막 목적지, 붉은광장으로 향했다.



광장으로 진입하기 전. 느낌이 좋다.



가는길에 있던 우주박물관. 휴관일이라 그냥 외관만 찍어봤다.


어 그런데 하늘이 구름이...



응 비구름^^...


하.................................. 사진한장 못건지고 비구름을 피해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이 구름을 보고 붉은광장의 낮 사진 자체를 포기해 버렸다.


눈으로 봤으니 되었다....



집에 가려고 지하철 역으로 가는 길에 들어간 식료품점.


우연히 들어간 건데 내부 장식이 장난이 아니다.



식료품점... 인데...?


알고보니 1901년에 문을 연 역사깊은 식료품점이라고 한다.


러시아 제국 시대부터 소련시대를 거쳐 현대 러시아까지


사람들의 식료품을 책임졌던 곳이라니.


어쩐지 물가가 비싸고 라면같은건 안팔더라...............



내부 구경하는 재미가 상당하다.


아마도 저 초상화가 이 식료품점 이름 <Eliseevskiy Store>의 주인공


엘리셰예프인 듯.



들어간 김에 구경도 하고 조금 비싼 물가지만 쇼핑도 해서


저녁은 호텔에 돌아와 먹었다.


날씨에 너무 흔들린 감이 없지 않은 하루였다.


하지만 이 정도 날씨는 애교였으니..


어쨌든 모스크바의 둘째 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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