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모스크바의 셋째 날은 호텔에서 뒹구는 것으로 보냈다.


높의 컨디션이 떨어지기도 했고,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그 강도를 더하기도 했고.


호텔에서 뒹굴며 놀다가 근처 백화점에 가서 패스트푸드나 사먹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모스크바의 마지막 날.


새벽부터 구름한점 없는 하늘에 기대를 해보았으나


아니나 다를까, 체크인 시간이 되자 구름이 몰려오더니 이내 비와 우박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기차는 밤 10시 기차인데 정오에 체크아웃 한 우리는


어째야 한단 말인가...


하늘이 뭘 잘못한건 없지만 약오르는 건 그저께나 어제나 오늘이나 매한가지다.


결국, 카메라는 가방에 넣어버리고, 배낭은 기차역 보관센터에 맡긴 후


점심이나 제대로 먹어보기로 전략을 수정한다.


그래서 결정한 곳이 북한 음식점 <고려>.


높이 먹고싶다는 중국 음식점을 찾아보다가 발견한 곳이다.


위치는 여기.



기차역에서 지하철을 한 번 갈아타는 곳에 위치한다.


그리 멀지도 않고 마침 교통카드에 돈도 남아있던 참이라 별 고민 없이 출발했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탓에 외부 사진은 아예 찍을 생각도 안했다.


큰 백화점 옆 작은 건물에 있는데, 간판이 작아 그냥 지나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구글 지도 위치가 꽤 정확한 편이니, 걱정 없음.


내부에 들어서면 종업원이 북한 억양으로 인사를 건넨다.


러시아 말을 했다가 우리 눈치를 보고는 동포이십니까? 묻고


자리로 안내해 준다.


우리가 방문했던 시간은 식사시간이 아니어서 손님이 거의 없었다.



내부사진. 특별할 것은 없고 그냥 북한식당 같다.


한쪽 벽면에 달린 티비에서는 인민가요? 선전가요? 가 적당한 크기로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수령님이 물려주신 사회주의를 꽃 피웠다는 가사가 인상깊었다.



북한 식당들이 으레 그렇듯이, 주말이나 정해진 날에는 공연이 있는 듯


무대와 무대의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한 번 보는 정도야 볼만하지만 딱히 궁금하지 않은것이 그들 무대의 매력.


우리는 평양냉면과 비빔국수, 낚지떡볶음을 주문했다.


내가 떡볶이를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주문을 마치면 테이블보와 식기, 물티슈를 세팅 해준다.


종업원은 딱히 친절하지도 불친절하지도 않다. 러시아 종업원에 비하면


잘 웃는 편이지만.



낚지떡볶음.


서울에서 먹던 기름떡볶이에 오징어가 들어간 맛이다.


떡이 푸석푸석했으나 이정도면 감지덕지.. 무엇보다 낙지(?) 오징어(?)가


적당히 익혀져 있어서 식감이 의외로 좋았다.


조금 맵다는 것만 제외하고는 또 먹고싶은 맛.



평양냉면.


물론 서울에서 먹던 냉면들과는 다른 비주얼과 맛이다.


심심하고 부드러운 맛을 상상하고 시키면 뒤통수좀 맞을 듯.


치킨스톡으로 만든 것인지 실제로 닭을 우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국물에서 닭냄새가 진하게 난다.


고명으로는 돼지고기 편육과 닭고기와 채소가 올라가며


양념장이 들어간 상태로 나온다.


맛도 양도 점심으로 먹기 적당했다. 


프놈펜에서 1년 지내던 시절에도 그곳에 있는 북한식당을 가본적이 있는데


그곳은 냉면이 너무 맛이없었다. 음식 남기는 걸 죽도록 싫어하는 내가


남길까 고민을 했을 정도.


고려는 그에 비하면 훌륭했다.


아, 그리고 사진이 없는데 비빔국수가 물냉면보다 맛있다.


비빔냉면에 닭고기 고명이 올라가고, 역시 닭육수가 한 공기 제공되는 메뉴인데,


평양냉면을 먹느니 이 국수를 한그릇 먹는게 나을듯 하다.



계산서를 보면 알겠지만 두 국수의 가격이 같다.


그리고 모스크바 물가를 감안했을 때 이렇게 먹고 1,000루블이면


가성비가 좋은 편에 속한다!


배가 터질 정도는 아니어도 부를 정도의 양과 맛이었으니.


모스크바에 살고있는 교민이라면 점심으로 종종 먹으러 갈 듯하다.


이렇게 캄보디아에서 얻은 평양냉면 트라우마를 극복했다.


밥을 먹은 후, 근처 백화점에서 장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저녁거리도 사서


기차역으로 돌아왔다.



날씨가 좋을 때 역 앞에서 한장. 지지랑 세모도 가방속에서 고생이 많다.


이제 러시아 여행의 종착지, 상트페테르부르크이다.


마지막으로 타는 기차는 신식인지 깨끗하고 편안했다.


9시간 정도밖에 안타는 게 아쉬울 정도.



내 방처럼 느껴지는 열차 안에서 셀카 찍기 좋아하는 러시아 누님과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이쯤되면 별 감흥도 없다.


다음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반응형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