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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28일 토요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마지막 날은 더할나위 없이 하늘이 맑았다.

 

점심시간 쯤 체크아웃을 하고,

 

늘 그렇듯 기차역에 짐을 맡기고(360루블),

 

앙리 마티스의 <춤>을 보러 예르미타시 미술관으로 향했다.

 

 

하루만에 깨끗해진 하늘. 해가 지기 전까진 계속 이런 상태를 유지했다.

 

 

모처럼 좋아진 날씨 탓인지

 

거리에는 사람이 넘친다.

 

가득한 사람 덕분에 빨리 걷고싶어도 걸을 수 없는 경험 역시 오랜만이라 새롭다.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내일부터는 또 구름과 비라고 한다.

 

4월 말, 카잔에서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르기 까지는

 

맑은 날보다 우중충하거나 변덕스러운 날씨가 더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수로의 물도 하늘을 닮아 파란 색이다.

 

물길을 따라 운행하는 유람선에도 사람이 가득가득 하다.

 

여전히 아주 밝은 표정들은 아니지만,

 

여기가 러시아임을 감안할 때 거의 파안대소 급으로 사람들 표정이 밝다.

 

 

카잔 성당을 지나쳐 어제 제대로 못 본 피의 성당 쪽으로 향했다.

 

 

피의 성당의 정식 명칭은 <피 흘리신 구세주 교회>이다.

 

모스크바에서 봤던 성 바실리 성당과 비스무리하게 생겼다.

 

실제로 그 성당을 모델로 지어진 건물이라고 한다.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의 피가 뿌려진 자리에 지어진 예카테린부르크의 그것처럼

 

이 성당 역시 19세기 말 러시아의 황제 알렉산드르 2세가 테러로 목숨을 잃은

 

곳에 세워졌다.

 

실제로는 궁궐로 옮겨져 죽었다고는 하는데, 이 자리에서 팔 하나와

 

다리 두개가 폭탄으로 인해 잘려나갔다고 하니..

 

실내 구경도 하고싶었지만 오늘 국경을 넘어야 하는 우리는 여유가 없다.

 

바로 겨울궁전에 있는 예르미타시 미술관으로 향한다.

 

 

예르미타시 미술관 본관의 모습.

 

18세기에 황제 일가의 겨울용 궁전으로 지어졌으며,

 

예카테리나 1세가 그 첫 주인이었다.

 

 

그 앞에는 넓은 광장이 있는데, 어제 군인들의 열병식이 열리던 곳이다.

 

이 광장은, 혁명 전에는 황제의 군대행렬 장소로 쓰였으나

 

1917년 11월 볼셰비키 혁명이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그보다 전인 1905년 1월에는 군이 비무장 시위대에게 발포를 하기도 했단다.

 

어찌됐던 그 중앙에는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으로 세워진

 

알렉산드로프 전승 기념비가 있고, 시민들은 넓은 광장에서 도시락(?)을 먹기도

 

하며 여유로운 주말을 보낸다.

 

 

이렇게 마차가 운행되기도 한다. 날이 좋으니 모든 관광상품이 총출동.

 

예르미타시 박물관은 겨울궁전과 4개의 건물 및 마주보고 있는 참모 숙소(?) 를

 

포함한다. 사진권이 포함된 통합 티켓은 600루블.

 

참고로, 국제학생증이 있으면 입장이 무료다(...) 높은 국제학생증으로 무료로 들어갔다.

 

 

5개의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건물에, 300만점에 가까운 전시품이 있는

 

예르미타시 박물관은 당연히 하루만에 다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그리스 로마시대 조각품을 본 후, 친숙한 20세기 미술을

 

보러 가기로 했다.

 

 

표를 내고 들어가자 마자 이집트 미라가 우리를 반긴다.

 

잘 찾아보면 이집트 미라 말고도 중동지역 미라도 한 구 전시되어 있다.

 

이런건 이집트 가서 많이 보기로 하고, 조각.. 조각을 보자!

 

그 디테일이나 크기, 대리석의 느낌 등 내가 조각을 좋아하는 이유는 많다.

 

그런 점에서도 예르미타시 미술관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단돈 12,000원에 이런 호사라니...

 

 

비너스의 뒷태도 보고

 

 

주신 주피터 앞에도 서보고

 

 

소크라테스 형님도 만나도

 

 

다 늙은 카이사르와

 

 

아폴론(?)으로 꾸며진 아우구스투스도 만났으며

 

 

기둥이 멋진 회랑에서 셀카 찍는 커플과

 

 

사진찍는 장소로 유명한 이런 계단도 만났다.

 

여기까지 구경하고 놀았는데 벌써 시간이 1시간 넘게 흘렀다..

 

 

2층에는 중세 프랑스 미술과

 

 

왕궁 인테리어 전시실이 있다.

 

사진 찍으면 안된다고 쓰여있는 곳에서 조선노동당 뱃지를 단 아저씨들이

 

조선말로 드립을 치며 사진을 찍고있어서 잠시 경청했다.

 

예르미타시 미술관에는 이 밖에도 엄청난 규모의 전시실이 있지만,

 

나는 마티스를 보러 왔다.

 

겨울궁전을 나와 맞은 편에 있는 참모 숙소 별관으로 향했다.

 

물론 모든 티켓은 아까 그 600루블 티켓에 포함.

 

20세기 서유럽 미술관은 아직 정리중인 듯 입구 부분이 좀 분주했다.

 

우리가 보고싶었던 인상주의와 그 이후 작품들은 4층에 있다.

 

 

올라가서 드디어 만난 마티스의 <춤>.

 

예르미타시 미술관에 있는 이 작품은 두 개의 춤 중에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색감과 역동성이 첫 작품에 비해 좋다고 하는데..

 

그건 나중에 뉴욕에 가서 첫번째 작품을 보고 다시 판단해 보기로 한다.

 

 

생각보다 그림이 커서 오랫동안 봤다.

 

 

그 왼쪽으로는 역시 마티스의 <음악>.

 

 

 

바로 옆에 음악과 춤이 붙어있다. 좋은 위치선정.

 

게다가 두 그림은 그려진 해도 같다.

 

이 밖에도 마티스 그림은 매우 많았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마티스 선생님을

 

실제로 뵙다니.....

 

 

칸딘스키도 있고

 

 

피카소도 있고

 

 

압생트 마시는 남자를 그린 피카소

 

 

역시 압생트 한잔 더.

 

이 외에도 고흐, 고갱, 모네, 마네, 렘브란트 등 한국인이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이

 

매우 많았다!

 

여기만 한 바퀴 돌아도 두시간은 순삭..

 

아예 여행 일정을 길게 잡고 국제학생증을 들고 다시 와야 쓰겠다..

 

미술관에서 나왔을 땐 저녁시간이 지나있었고,

 

우리는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다시 기차역 근처로 돌아왔.............................으나

 

결론부터 말하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하루 더 자게 되었다.

 

헬싱키도 못가게 되었고.................

 

여러분 여행 전 차표를 예매할 때는 정거장과 티켓 결제를 꼭 확인하세요..

 

강제로 러시아 여행이 하루 늘어나자 마자

 

하늘은 어두워 지고 소나기가 쏟아졌다.

 

해서 다음 여행지는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

 

힘들게 싸구려 호텔을 찾아가 유쾌한 러시아 친구를 만난 이야기는

 

사진이 단 한장도 남아있지 않으므로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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