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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이들 사진으로 시작.


2017년 4월 29일.


총 25박 26일에 걸친 시베리아 횡단 여행이 끝이 났다.


무표정한 츤데레 러시아 사람과


그렇게도 헷갈리던 키릴문자에 익숙해질 때 쯤 되니 끝난 것 같다.


하지만 뭐 아쉽지는 않다. 그냥 시원한 느낌.


러시아 여행은 아주 몇 달을 사는게 아닌 한은


한 달 정도가 적당한 듯 하다.


그 중 오늘은 우리의 25박 중 9박을 책임진 횡단열차에 대한 정리를 하려고 한다.


이 글은 http://gnidinger.tistory.com/8 요 예매 팁에 대한 보충이기도 하다.


먼저 이전 글에 적었던 팁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자.


  • 열차 번호는 작을수록 좋다(위 사진에서 007H가 열차의 번호이다).

  • 호차 번호 역시 작을수록 좋다(사진에서 12가 호차 번호).

  • 모든 열차 시간은 모스크바 시간이 기준이다 


이 팁들 중 세 번째를 제외하고는 딱히 체감하지 못했다는 게 내 결론이다.


나도 예매하기 전에 구글링을 하면서 접했던 정보라 우선 그대로 적었던 건데,


그 각각의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1. 열차 연식이 오래될수록 번호가 뒤로 밀린다. 즉 새로 만들어진 열차일수록


앞번호를 부여 받는다.


2. 호차 번호가 작을수록 달리는 방향 기준으로 앞쪽 칸이며, 좌석 번호가 작을수록


앞쪽과 가깝다.


1번같은 경우는 실제로 어떤 시스템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열차를 7종류 타본 경험으로 말하자면 딱히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뽑기거나 번호와 상관없이 시설이 거의 비슷했다.


2번같은 경우도 반만 맞는 이야기였다. 호차 번호가 작을수록 뒤로 가는 열차가


전체의 절반은 되었으니까.


다만 좌석 번호가 작을수록 승무원들이 있는 공간과 가까운 것은 맞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조용하고 청결하고 담배냄새가 나지 않는다.


결론:


예매시에 신경써야 할 것은 열차번호, 호차번호 보다 개인의 일정과 좌석번호이다.


그 외에는 딱히.


+추가)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앞 번호 중 홀수(일층)좌석을,


둘이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통로쪽 좌석 1,2층을 예매하기를 추천한다.


통로쪽이 불편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자리를 둘이서만 쓰니 편할 때도 많다.


게다가 통로쪽 2층 좌석은 가격도 저렴하다.


그리고 짧은 거리라면(15시간 내외) 침대칸이 아닌 좌석칸을 타고 가는것도


괜찮다.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가격 경쟁력!


자리도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고 잠도 잘만하다.


여기서 부터는 횡단열차를 타면서 느낀 팁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전에도 썼지만,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이어지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북한까지 포함한 한반도 길이의 9배가 넘는 거리를 관통한다.


구간을 선택하기에 따라 하루만에 닿는 곳도, 최대 일주일만에 닿는 곳도 있다.



플랫폼의 낮



플랫폼의 밤.


4월 까지는 아침저녁으로 날이 꽤 쌀쌀하다.


새벽이나 밤에 도착하는 기차를 예매 했다면 두꺼운 외투는 필수.



영상의 기온이지만 아직도 녹지 않는 강이 많이 보인다.


심지어 저 위에서 얼음낚시를 즐기고있다(...)


기차의 하루는 길고 천천히 흘러간다. 하루에 한 시간씩 시간대도 늦춰지니


더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러시아 사람의 대부분은 누워서 하루를 보낸다.


누워서 전화기를 보거나 책을 읽다가 일어나서 차를 마시고, 라면을 먹고


낱말퀴즈를 풀고. 가끔 카드게임을 즐기는 젊은 사람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조용하게 지낸다. 특히 낱말퀴즈가 핫한 게임인 듯.


만약 혼자서 열차에 탔다면, 번역기를 장착한 젊은층 사람들이


꽤나 적극적으로(?) 말을 건다.


한마디 두마디 하고 건희와 딩거의 사진을 보여주다 보면 몇시간이 또 흐르는 식.


난 이번 여행에선 딱히 사람이 사귀고 싶었던 게 아니라서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먼저 말을 거는 것을 보면


호기심인지 무료함을 달래는 것인지, 기분이 나쁜 편은 아니다.


그리고 준비물. 아무리 찾아도 러시아에서는 구입할 수 없던 물건을 비롯해서


있으면 매우 편한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1. 오이 및 과일과 다용도 칼


흔히 러시아를 불곰국이라고 부르는데, 틀렸다.


러시아는 불곰국이 아니라 오이국이다.


정말 시도 때도 없이 기차에 오이냄새가 퍼진다.


게다가 신선해...!


오이를 좋아하는 나로선 반가운 환경이다.


다이소에서 파는 2천원짜리 다용도 칼로 잘 썰어서 아침에 곁들이면



이제 나도 어엿한 러시아 여행자.


여기에 하나 추가해 마요네즈까지 들고 다니면 한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러시아는 유제품과 마요네즈 이런것들이 매우 싸고 맛있어서


우리 같은 경우는 치즈와 마요네즈를 거의 항상 사들고 기차에 올랐다.


그리고 과일.


러시아 사람들은 기차에서 오렌지를 가장 많이 까먹는다.


우리는 몇 번 사서 타기는 했으나 그걸 까먹을 자신이 없어서 주로 바나나를 먹었다.


긴 여행에 비타민 섭취가 필요하기도 하고, 건조하고 텁텁한 기차 안에 있다보면


상큼하고 신선한 것들이 땡긴다. 오이+과일은 필수다 필수.


아, 쓰레기 버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모든 칸의 끝에는 큰 쓰레기봉투가


준비되어 있으니까. 분리수거? 그런거 없다.


2. 등산용 물컵과 내열 식품용기, 차와 라면


갑자기 무슨 등산용 물컵이냐. 하겠지만 난 개인적으로 이게 제일 필요했다.



물론,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는 이렇게 이쁘게 생긴 컵을 무료로 대여해준다.


맛있고 품질 좋다는 러시아산 홍차만 든든히 가지고 타면 역시 무료로 제공하는


뜨거운 물을 이용해 티타임을 하루종일 가질수도 있음.


하지만 저 컵, 아래쪽은 스테인리스이고 위쪽은 유리인데다가 분리가 된다.


한 두번쯤 기분 내려고 빌려보고 나면 당장에 부담스러워지는 컵이다.


비어있는 상태로 탁자 위에 올려두면 기차의 진동때문에 컵이 떨려 소음이 생기고,


(그런 일은 드물지만)잘못 취급해 깨질까봐 잠잘때는 신경이 좀 쓰인다.


그래서 컵을 말려서 어디 고정시켜서 놓고 자게되고..


내 생각엔 그 스테인리스로 된 등산용 컵, 그 중에서 조금 큰게 있으면 최고다.


아주 가끔 가지고 타는 러시아 사람이 있어서 들르는 마트마다 찾아보았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국경을 넘어버렸다.


티타임과 정신건강을 위해 등산용 스테인리스 컵, 추천한다.


그리고 내열 식품용기.



우리는 대략 이렇게 생긴 것을 러시아에서 하나 구매했다.


각종 음식을 저기에 넣어 데워먹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내열용기가 다양하고 싸게 나와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하면 컵라면을 빼놓을 수 없다.


9일 밤을 기차에서 지내면서 컵라면에 뜨거운 물 붓는 광경을 2천번은 본듯하다.


식사시간이 정해진 게 아니고 할 게 없어서 그런지 심심하면 라면에 물을 붓는다.


그런데 도시락을 비롯한 이 컵라면들, 가격이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다.


편의점에서 사면 40루블(800원), 대형마트에서 사면 30루블(600원) 근처이다.


이게 큰 돈이 아니라고 느끼면 하는수 없지만... 내열용기를 따로 구매하면


여행비용이 크게 절감된다.


컵라면과 마찬가지로 물을 부어놓고 기다려서 먹을 수 있는 식의 봉지라면이


저렴한 것은 11루블(220원)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물론 일회용 포크나 개인 포크를 하나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격 차이가 두 배 이상 나기때문에 내열용기를 구매해 가길 추천한다.


게다가 재미도 있다. 러시아 사람들도 이렇게 많이 하니까.



가끔 귀찮을 때는 티타임용 컵이 되기도 한다.


3. 간식.. 간식!


빵, 오이, 소시지, 치즈 등 우리도 음식을 꽤 많이 가지고 탔다고 생각 했었다.


하지만 앞에 언급했듯이 기차안의 시간은 길고 천천히 흐른다.


준비해온 간식들이 순식간에 없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우리도 나름대로 넉넉하게 준비한다고 쿠키에 감자칩에 초콜릿에 이것저것


준비해서 탔지만 하루도 못가서 다 사라진다.


하루종일 이어지는 티타임에서 살아남을 간식은 그렇게 많지 않다...


만약 간식을 충분히 챙겨서 타지 못한다면, 결국 러시아식으로



차 한입에 잼 한입을 먹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것이다.


물론 어떤 정거장에서는 편의점 비슷한 것들이 있어서 간식을 충당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나 그렇듯이 그런 곳에서 구입하는 물건들은 매우 비싸다.


간식을 많이 들고 타자. 간식...!


아, 참고로 우리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했기 때문에,


달걀을 사놓고 먹다가 남으면 삶아서 가지고 타곤 했다.


역시 기차여행은 삶은달걀 이더라..


맥주 없는게 큰 한 ㅠㅠㅠ


4. 읽을 책과 음악



내가 러시아 여행을 하면서 잘 챙겨왔다고 생각한 아이템 두 가지는


윤동주 전집, 그리고 샤오미 mf-855 였다.


샤오미 라우터는 신호도 잘 잡아주고 속도도 적당해 우리의 모든 전자제품의


인터넷을 감당해 냈다. 심카드도 하나만 사도 되니까 돈도 절약되고.


유럽여행을 할 때도 역시 심카드를 구입할 거라, 앞으로 나의 잇템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윤동주.


워낙에 좋아하는 윤동주지만 북국의 벌판을 가로지르며 읽는 시집은


느낌이 아주 다르다. 몇 번을 읽었던 시집 이지만 새로운 작품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거기에 소설책 한 권과 아이팟.


도시에서 벗어나면 인터넷이 되지 않기때문에 따로 mp3 플레이어를 챙겼다.


물론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핸드폰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선 플레이어가 따로 필요하다.


간식도, 주식도 충분하고, 책과 음악이 준비되어 있으면,


남는 시간에 동행과 이야기를 하거나 풍경을 보거나


옆 사람들을 구경하다 보면 의외로 시간이 빨리 흐른다.


준비물과 팁은 이정도면 되겠다.


이 아래로는 추가 정보와 몇 가지 동영상을 올린다.



가끔 종착역에 다가오면 이렇게 물건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방문한다.


불법은 아닌 것 같고 공식적으로 판매하는 물건인 듯.


테이블보나 옷 같은 것을 300루블(6,000원) 근처에서 판매한다.


사진에서 진지하게 보던 창가쪽 아저씨는 테이블보를 하나 구입했다.



아직 녹지 않은 시베리아 벌판.


봄이 오려면 아직 멀었나 보다. 햇살은 이렇게 따가운데 얼음이 얼어있는 것을 보니.



심심해서 찍어본 타임랩스.


끝없이 이어지는 (아마도)자작나무 숲은


음악과 동행이 있으면 금방 지나쳐 간다.



놀랍게도 가끔 열차에 반려동물을 데리고 타는 사람들이 있다!


저 큰 강아지는 우리랑 하룻밤을 같이 이동했다.


재갈도 물려있고 냄새도 안나고 애가 매우 순해서,


누워서 자고있으면 내 발냄새를 맡아 나를 깨우곤 했다.



꼬박 이틀을 보내고 다시 밤.


저 조명도 곧 꺼지고 기차는 어두워진다.


아, 전에도 말한 것 같은데 키가 큰 사람들은 어느자리에 누워도


편하게는 못잔다.


나도 그래서 자다깨다를 반복하면서 가야했다.


차라리 낮잠을 자는게 마음이 편해...


이 이외의 낮과 밤에 관한 이야기들은 따로 적은 적이 있으니 여기까지 적어야겠다.


오랜만에 윤동주 하나 읽고 글을 끝내야지.



모란봉에서


윤동주



앙당한 솔나무 가지에,

훈훈한 바람의 날개가 스치고,

얼음 섞인 대동강 물에

한나절 햇발이 미끌어지다.


허물어진 성터에서

철모르는 여아들이

저도 모를 이국말로

재잘대며 뜀을 뛰고,


난데없는 자동차가 밉다.


_1936.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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