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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3일, 금요일.



숙소 창문을 꼭 닫고 자지 않으면 자꾸 매연이 들어온다.

이중창을 단단히 닫고 따뜻하게 잤더니 개운한 아침.

우리는 Al-Shohadaa 역으로 이동해 하루를 시작했다.

우리만 그렇게 느꼈는 진 모르겠는데,

구글지도와 카이로 지하철 노선도의 차이가 심하다.

아마 Nasser역이라고 노선도에 표시된 곳이 같은 곳인 듯.



아무튼 역에서 내려 이슬라믹 카이로 방향 골목으로 들어가면 시장이 나온다.

아침이라 한참 빵을 굽고 있는 사람들.



외국인이 잘 다니는 길이 아닌지,

안그래도 빤히 쳐다보는 이집션들의 시선이 오늘따라 따갑다.



시장은 막 깨어나고 있는지 분주하다.

갓 구워진 빵을 머리에 이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그럴듯 하다.



각종 파스타를 저울에 달아 팔기도 하고



뭔지 모를 간식집도 있고.



살아있는 닭과 가끔 토끼.

여기도 다합처럼 한 마리를 주문하면 즉석에서 잡아

따뜻한 고기를 주는 곳인가 보다.



각종 향신료. 한 봉투에 5파운드 정도 했다.



길거리에 앉아 팔라펠을 튀기며 간식을 판매중인 할머니.

당신 사진은 찍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셨다.

손도 찍으려고 찍은게 아님.



영어가 통할 리가 없으니 옆에서 다른사람들이 내는 금액을 관찰하다 1파운드를 내밀었다.

그리고 손에 쥐어진 4개의 팔라펠.

무려 하나에 0.25파운드, 우리 돈으로 15원이다.

멋모르고 10파운드 지폐를 내밀었다간

40개를 먹을뻔 했다.



따끈따끈한 팔라펠을 오물거리며 천천히 시장을 통과.

간만에 구경하는 시장은 역시 여행하는 기분을 되돌려 준다.

이 이후에 방문했던 이슬라믹 카이로 지역보다도 시장이 재미있었음.



성벽이 보이고, 주거지역이 나온다.

천천히 걸었는데도 그리 멀지 않았음.

그런데 성문을 지나 모스크 앞에 다가서니, 갑자기 사람들이 까맣게 쏟아져 나온다.

잠시 물음표를 띄우고 달력을 보니 오늘은 금요일.

안식일에 딱 맞춰 모스크 밀집지역 구경을 온 것이다.



예배가 막 끝났는지 몰려나오는 사람들 틈에 이렇게 생긴 아저씨가 있다.

통에 담긴 까만 음료수를 파는데 사람들이 오며가며 마시길래 궁금.



커피나 아니냐 의미없는 토론 끝에 결국 한 잔 시켜서 손에 들었다.

냄새를 맡으며 눈치를 보니 옆에 앉은 아저씨 한 분이 엄지를 척.

용기를 내서 마셨으나 알 수 없는 맛이 났다.

몸에 좋은 약초라도 모아서 우려낸 물인지..?

가격은 2파운드.



사람들이 다 빠져나간 후 모스크는 조용했다.

유럽에서 막 넘어왔을 땐 성당과는 다른 모습에 눈이 즐거웠으나

이제는 익숙해선지 별 감흥이 없다.

이 지역에선 건물사진은 거의 찍지 않았다.



잠시 들어가 앉았던 카페.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 금방 일어났다.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모스크 여러개가 밀집해 있는 이 곳은

안식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높의 시련이 시작 되는데..



지나다니는 청년들이 너도나도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자고 높을 붙들기 시작한다.

몇 번 거절하면 ‘플리즈-‘를 연발하는 수완.

일단 셀카 화면을 키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금방 보이지 않게 되어버린다.

나는 구석으로 밀려나서 빵 터지기만 했음.



처음엔 이래도 되나 걱정했으나,

애들이 착해서 불쾌한 접촉같은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여기뿐 아니라 이집트 여행 다니는 내내

높에겐 사진 신청이 끊이지 않았는데,

어떤 여학생은 높과 사진을 찍고는 예쓰! 를 외치며 뛰어가기도 했다.....(이해불가)



해서 나도 건물보단 사람구경 시장구경이나 천천히 하면서 다녔다.

중간에 캄보디아까지 들고 갈 향신료를 200g 구입함.



그 다음은 우버를 잡아타고 시타델로 향했다.

다시 말하지만 카이로 우버 정말로 싸고 좋음.

입장료는 성인 기준으로 100파운드이다.

시타델은 요새라는 뜻으로, 12세기에 살라딘이

십자군에 대항하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작은 박물관도 딸려있는 듯 하지만, 이 곳의 메인은 역시 무하마드 알리 모스크.

이스탄불의 블루모스크를 본따 만든 이 건물은,

언덕 위에서 카이로를 내려다 보고 있다.

생각 해보면 블루모스크가 하기아소피아를 본따 건축한 거니까,

아직도 로마다. 로마의 영향권이다.



우리끼리 사진을 찍고 구경하고 있으니,

소풍(?)온 듯 보이는 꼬맹이들이 저들도 찍어달란다.

같이 사진을 확인하며 몇 번이나 다시 찍어줌.



모스크 내부는 뭐 그냥 흔한 모스크이고,

카이로 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성벽 위 햇살이 좋다.

대기오염이 심한지 멀리까진 보이지 않지만,

학교에서, 또 가족단위로 소풍나온 이집션들 구경하는게 좋았음.

물론 여기서도 높은 사진 배경이었다고 한다.



지나다니는데 또 사진을 찍어달라고 붙잡아 이번엔 가족사진.

아저씨가 가족들을 앉히고 나더러 사진을 찍어서 페북에 올리란다.

오늘은 하루종일 사람구경만 하면서 다니는 듯.



시타델 구경까지 마치고 나서는 신시가지로 나와 카페에 들렀다.

예쁜 카페들이 모여있는 곳이래서 아무곳이나 골랐는데

의자가 불편했음.



그리고 확실히 신시가지의 도시청년들은 외국인에게 딱히 관심이 없다.

빤히 쳐다보지도 말을 걸지도 않아 편했음.

커피 가격은 저렇게 두 잔에 80파운드.

이 돈이면 아침에 먹은 팔라펠 320개 가격이다.

양극화가 심하다고는 하지만 이미 내 상상을 아득히 초월함.

커피까지 한 잔 마시고는 마트에서 생필품을 산 뒤 저녁을 먹고 들어가 쉬었다.

아프리카 최대 도시에서의 3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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