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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0일, 일요일.


Frutilla는 스페인어로 딸기를 말한다.


숙소 주인의 추천으로 오늘 가기로 한 프루티야르Frutillar에선 그래서인지


딸기 향이 나는 듯 했다.



푸에르토 몬트에서 푸에르토 바라스 및 프루티야르로 가는 버스 요금표.


버스는 터미널에 가서 팻말을 보고 적당히 타면 된다. 상당히 자주 있는듯.



생각보다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허름한 버스에 몸을 실었다.


체감상 한 시간 쯤 달렸을까, 프루티야르는 버스 마지막 정거장이니 맘놓고 자면 된다.



어제의 흐린 날씨와는 반대로 화창한 하늘.



독일 이민자에 의해 세워진 작은마을 프루티야르는 연중 조용하고


찾는이가 많지 않아 차분한 분위기이다.


다만 1월에서 2월에 이르는 날 중 열흘 동안 클래식 음악 축제가 열리는데,


칠레 내외의 수백명의 음악가를 초대하는 이 기간에는 활기를 띠는 듯.


그 외에도 특히 겨울기간에 연주회가 많이 열린다고 하니,


숙소 주인의 말마따라 칠레 사람들의 휴양지이다.



봄을 지나 여름으로 가는 프루티야르의 12월 햇살은 따사롭다.



봄을 맞아 호숫가에 나온 학생들.


배경에 깨끗하게 펼쳐진 호수는 칠레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


얀키우에(Llanquihue) 호수이다.


참고로 가장 큰 호수는 파타고니아 지방의 헤네랄카레라(General Carrera) 호수로


칠레에서 아르헨티나에 걸쳐있다고 한다.



이 지역을 처음 발견한 사람들은 얀키우에 호수가 있는 풍경을 스위스에 비교했다니,


이쯤되면 남미대륙의 절반은 커다란 스위스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도시락을 먹을 장소를 물색.



사진에 멀리 보이는 산이 오소르노 화산이다.


호숫가 어디에서나 보이는 이 휴화산은 1960년에 마지막으로 폭발했다고 하는데,


오늘처럼 맑은 날에도 구름을 잔뜩 두르고 있어 용안을 뵙기가 어렵다.



차고 맑은 물.


매연이나 먼지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 깨끗함을 즐기며



오늘의 도시락을 뜯는다.


역시 달걀+샐러드 샌드위치.


여기에 절인 오이까지 가지고 다니며 먹으면 우리의 클래식 메뉴이다.



이래보여도 가만히 앉아서 도시락만 까먹기엔 추운 날씨.



천천히 호숫가를 따라 걸어본다.




도착해서야 알게 된 사실은, 잠시 후에 가게 될 역시 독일 이민자가 세운 푸에르토 바라스와 더불어


프루티야르 역시 장미가 유명하다는 것.



그냥 걸어만 다녀도 거리에 꽃향기가 진동을 한다.



심지어 푸에르토 바라스는 아예 "장미의 도시"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고.


동양인 둘이서 꽃냄새를 맡으며 까르륵 거리고 있으니


지나가는 할아버지가 아는체를 하기도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동안 나비가 빙의된 듯 꽃향기를 따라다녔다.




잘 관리되고 있는 독일식 가옥들 사이를 걷는 건 유럽과는 또 다른 느낌.


어쩌면 독일 할아버지들은 이 곳에 와서 향수를 느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루티야르도 그렇고 푸에르토 바라스도 그렇고,


걸어서 올라가볼만한 전망대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높의 발과 무릎이 아프기도 한데다 나도 귀찮아서


햇살 아래에서 일광욕이나 즐기다 가기로.



처음 버스에서 내렸던 곳에서 푸에르토 바라스 행 버스를 잡아탔다.


티켓은 안찍어뒀지만 버스비는 일인당 1200페소.


도착한 마을은 좀 더 번화한 프루티야르 정도의 느낌이었다.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호텔이 많은것만 봐도 이 쪽은 관광객이 좀 더 오는듯.


그래서 호스텔 주인은 프루티야르가 더 평화롭고 좋다고 했나보다.


내 눈에는 똑같이 평화롭고 조용하더만.



푸에르토 바라스 공원 근처에는 커피트럭이 있다.


인기가 있는 곳인지 사람들이 많길래, 우리도 커피를 사먹음.



커피가 손에 들린 김에, 남미에 와서 맥주와 함께 가장 실망했던 것이 커피이다.


브라질과 콜롬비아 등 커피산지가 널려있음에도


괜찮은 커피를 마시기가 그렇게도 힘이 들었다.


콜롬비아는 내가안가봤고, 브라질 커피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나머지 커피는.....


남미뽕에 맞지 말자. 맥주랑 커피는 유럽 근처에도 못간다.


그래도 여기는 그런대로 먹을만한 커피를 줘서 살았다.



프루티야르에 비해 북적이는 바라스.


호숫가에도 일광욕과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발만 담궈봐도 엄청나게 차가워서 오래 못있겠던데..


하긴 딱 봐도 복장부터 우리와 차이가 심하다.



전망대는 포기하고 호숫가에서 풍경을 즐기며 이야기를 하며 오후를 보냈다.


가끔 지나가는 거리의 악사(?)를 제외하고는 방해거리가 없어


손에 들린 커피와 풍경, 대화까지 즐길 수 있었다.



푸에르토 몬트로 돌아가는 버스 정거장 근처에는 이 지역에서 유명한 성당이 있다.


입장도 안되고 가까이 갈수도 없게 문이 닫혀있어서 여기까지만.


프루티야르와 푸에르토 바라스는 푸에르토 몬트에 비해 정리가 잘 된 느낌이었다.


시끌벅적 하지도 않고, 딱 있을것만 있는 그런 기분.


관광지 혹은 휴양지라고는 하나 아직 맥도날드 하나 없는 시골이라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처럼 하늘이 좋은 날 당일로 다녀오기 좋은 곳.



다시 버스를 타고 바닷가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버스비는 인당 900페소.


이어서 25000페소짜리 산티아고 행 야간버스에 올랐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이후로 처음 방문하는 대도시.


시골보다는 도시를 좋아하는 나이지만, 트라우마 때문인지


어째 어깨가 움츠러드는 느낌이 들었다.


푸에르토 몬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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