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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8일, 목요일.


라파즈에서 코파카바나로 가는 버스는 꽤 자주 있는 편이다.


가격도 일인당 25볼 정도. 대략 4000원쯤 하는 가격이다.


아침 일찍 출발한 호수는 오전중에 티티카카 호수에 닿는다.



버스비에는 포함되지 않은 배표. 5볼인가 했던것 같은데 잠결이라 기억이 없다.



표를 끊어두고 벼락치기로 송어 한마리 잡아먹음.


이 선착장과 코파카바나에는 티티카카 호수에서 나는 송어가 나름 유명한 것 같으나


몇 군데에서 먹어봐도 별 맛이 없고 냄새만 난다.


10볼정도 되는 싼맛에 기분정도 낸다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수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새파란 하늘.


찬바람이 꽤 불어온다.



작은 보트에 타고 호수 건너편으로 옮겨오면


블로그 글 등에서 많이 보던 아저씨 한 분.


처음 남미여행을 계획할 땐 멋도모르고 티티카카 호숫가에서


4박 5일을 보내며 새해를 맞아야겠다는 로망을 가지기도 했다.


그러지 말라며 뜯어말리는 선배들의 말을 당시에는 의아하게 생각했으나..


직접 경험해본 코파카바나는, 말려준 사람들이 고마울 정도였다.


그런 이야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



호텔 체크인을 마친 후, 시장 구경을 먼저 나왔다.


갑자기 내린 우박에 강아지와 한마음으로 처마밑으로 피신.



변화무쌍한 고산지대의 날씨는 이제 그러려니 한다.


사람들도 우산하나 쓰지 않고 그러려니 하고 지나다니는 풍경이 마음에 들었다.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시장 안쪽에는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다.


그냥 한 끼 때우기 괜찮음. 송어는 역시 맛이 없더라.



빗줄기가 얇아지는 틈을 타 성당 구경.


검은 성모상을 모신 성당이라고 한다.



내부에선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그냥 정갈하고 차분한 보통의 성당에 검은 피부의 성모가 서있는 분위기였다.


이토록 기독교가 세세하게 침투한 것도 대단하다면 대단하다고 새삼 느꼈다.



작은 시장을 지나, 코파카바나에 온 이유,


티티카카 호숫가를 구경하러.


호숫가에 가는 길에는 작은 식당과 여행사들이 늘어서 있어 필요한 걸 구할 수 있다.



그리고 호숫가.


여행자들 뿐 아니라 볼리비아 사람들의 휴양지이기도 한 이 곳은


나름대로 그럴듯하게 꾸며져 있다.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티티카카 호수.


그리고 한 켠에 길게 늘어선 식당들.


소박하고 여유로운 풍경을 즐기기 딱 좋아 보이...지만


호숫가에는 비린내와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다.


코를 찌르는 악취에 불쾌한 마음 반,


이런 냄새를 풍기는 호수에서 잡은 송어를 먹고싶지 않다는 마음 반으로


산책을 일찍 끝냈다.


숙소에 와서 주인에게 물어보니 본인들도 지저분해서 안먹는다고.


심지어 숙소의 물도 호숫가에서 끌어다 쓰기 싫어서 따로 배달을 시켜


물탱크에 채워서 쓴다고 한다.


저런 물을 끌어다 씻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좀.....


아무튼 옷과 코 속에 냄새만 남긴 첫째 날은 이걸로 끝.


2017년 12월 29일, 금요일.


태양의 섬을 제낀 우리의 유일한 일정은 칼바리오 언덕이었다.


티티카카 호수를 즐기기 가장 좋은 전망대, 칼바리오 언덕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다고 알려진 골고다의 스페인어 이름이다.



꼭대기의 높이가 해발 4000미터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언덕길에서


폐에 가해지는 고통은, 예수의 고난을 간접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마을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고난의 언덕, 그 입구.


신앙심 때문인지 할머니도 종종 보인다.



그렇게 가파른 언덕은 아니지만 만만한 언덕도 아니다.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등산이라니, 고산병 걱정이 들 때 쯤이면



중간 전망대에 도착한다.



중남미의 언덕마다 없으면 서운한 예수상도 있고



그 뒤로는 티티카카호수의 풍경.


도시락을 준비해 온 현지인들은 여기서 많이 까먹고 올라가는 것 같았다.


제일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앉기가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하다못해 샌드위치라도 포장해올걸!


어쨌거나 불어오는 호수 바람을 맞고 있으면



저 한켠에서 언덕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솔직히 말해 여기까지만 오르고 싶은 마음 가득이지만,


같이 출발한 할머니가 저 앞에 가시는 걸 보고 마음을 고쳐먹음.



이전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마지막 언덕은 상당히 가파르니,


운동화를 신고 오는 당연한 상식을 잊으면 안될듯.


가파른 만큼 조금만 올라가도 보이는 풍경이 상당히 달라진다.


조금씩 작아지는 마을.



잘 찾아보면 어제 다녀온 성당이 보이고


무려 축구장이(!) 몇 개나 보인다.


이런 곳으로 원정을 와서 현지인을 이길 수 있는 팀이 얼마나 있을까.


축알못인 나는 그냥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날 뿐.



언덕 정상에는 이렇게 묘지가 늘어서 있다.


펜스가 제대로 쳐져있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라 매우 위험해 보인다.


지금 사진에 찍힌 꼬맹이도 아슬아슬해 죽겠음.



변덕스러운 하늘도 타이밍 좋게 맑아져 간다.



비린내와 썩는내에서 이만큼 떨어져서 본 티티카카 호수.



산과 마을과 호수가 잘 어우러진 코파카바나는 한 발짝 떨어져서 봐야 아름답다.



갑자기 깨끗한 호수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가끔 오가는 배를 보며 몸이 추워지도록 앉아있었다.



하늘하고 가장 가까운 호수는 하늘만큼 조용하다.




언덕에 덕지덕지 새겨진 낙서들은 못본척 했다.


그리고 새해가 다가와서인지 뜬금없이 폭죽을 터뜨리거나


술을 마시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도 못본척 하니,


전망대는 좋은 기억만 남았다.


이렇게 애증의 볼리비아 여행은 끝이 났다.


지금도 우유니 이외의 볼리비아 여행에는 회의적인 의견이 크지만,


몇 달 지나서 이렇게 사진을 보니 그새 추억보정이 들어간 듯하다.


이제 국경을 건너, 페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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