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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6일, 화요일.


생각해 보면 처음 여행을 떠날때와 비교해서,


우리 여행루트는 많이 달라졌다.


첫째로 이스터섬을 포기했고,


둘째로 에콰도르 전체를 포기하는 대신 갈라파고스의 15일을 택했다.


누구나 자신의 경험을 정당화하기 나름이지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다음 여행을 위해 남겨둬야지.


어쨌건, 첫날인데다 방금 도착했지만, 쉬는 대신 동네 구경을 해보기로 했다.



우리 숙소는 푸에르토 아요라의 번화가(?) 와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그래서 밤낮 가리지 않고 하루종일 조용한 대신,


번화가까지 걸어가려면 15분은 족히 걸렸다.



15분이면 뭐, 1킬로미터 남짓이지만..


한여름에 접어든 갈라파고스에서 걸어서 이동하는 건 용기가 필요하다.



과일 및 채소가게도 구경하고,



시장에 들러 물가 확인도 하고.


고기나 과일은 육지에 비해 아주아주 비싸다.


나중엔 적응해서 눈딱감고 사먹곤 했지만...


가능하면 해산물 시장에서 참치나 사먹는 게 저렴하고 좋다.



피로에 유난히 쩔은 솔은 숙소로 돌아가고,


둘이서 계속 산책.


마을 자체는 이렇다 싶게 예쁜 곳은 없다.



식당 거리.


혹은 키오스크 거리라고 불리는 곳이다.


낮에는 한산하게 점심식사나 음료들을 파는 곳이지만,



저녁엔 골목 가득 테이블이 펼쳐진다.


랍스터를 비롯해 이곳에서만 난다는 붉은 생선과 새우, 오징어 등


각종 해산물 바베큐를 판매하는 곳.


맛은 그럭저럭이다.



누가봐도 이탈리안 레스토랑.


갈라파고스 제도에는 피자와 햄버거 맛집들이 많이 있다.


슬슬 쌀국과 가까워진다 이건가.



슬슬 걷다보니 바다에 도착.


해산물 시장과 가까운 곳으로 나왔다.



돌에 엄청나게 많이 붙어있는 게들.


먹을 수 있지만 개체수가 너무 줄어들어 지금은 잡아먹는게 금지됐다고 한다.


이제 다시 풀어도 되지 않겠나 싶을 정도로 빼곡하다.



사막과 고산지대만 오가며 지내다 오랜만에 만난 바다가 반갑다.


리마도 바닷가였지만 그냥 넘어가고..



해가 저무는 항구를 구경하며 분위기를 느껴본다.


내 뒤로 멀리 보이는 게 그 유명한 해산물 시장.



그 구경은 잠시 후에 하기로 하고,



우선은 옆에 나타난 바다 이구아나다.


도마뱀 중 유일하게 바다에서 위장과 생존이 가능한,


갈라파고스에서만 발견되는 바다 이구아나.



특히 헤엄치는 모습이 귀여운 이 아이들은


처음에는 신기하지만 나중엔 동네 개와 비슷한 취급을 하게 된다.


첫만남이라 신기해서 오래오래 구경.



그러는 사이에 저녁 햇살은 길게 늘어진다.


아쉽게도 푸에르토 아요라 마을의 바다는 동쪽을 보고 있어서


바다 위로 번지는 노을은 보지 못한다.



큰 돈을 내고 들어와 휴양지처럼 잘 꾸며져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우리를 반기는 건 흔한 시골 바닷마을.


실망보다는 반가운 마음이 더 크다.



해산물 시장의 위치는 아래와 같다:



철에 따라 랍스터와 참치, 물고기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곳.



상남자 어부 아저씨는 담배를 물고 참치를 해체하고,


펠리컨들은 그 내장이라도 얻어먹으려고 몰려있다.



가까이에서 보면 새 치고는 너무 커서 무서움.


참고로, 산크리스토발 섬에는 이런 해산물 시장은 없어서


상대적으로 해산물들이 덜 신선하다.



이곳에서 주로 잡히는 참치는 황다랑어의 일종이라고 하는데,


해산물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내겐 그냥 참치.



나무 위를 보니 또 다른 새들이 생선 시체를 노리고 있다.



생선시장을 구경하다 보니 저 멀리서 푸닥거리고 난리치는 소리.



그리고 문제의 주범이 접근한다.



정체는 귀엽지만 울음소리가 이상한 갈라파고스의 마스코트, 바다사자.


낮게 날고있는 펠리컨을 잡아먹으려고 시도한 것 같다.


바다사자와의 첫만남에도 흥분.


하지만 이 아이들도 곧 동네 강아지 신세가 되는데,


뒷발(?)을 이용해 목을 긁는 게 영락없는 강아지 꼴이다.



저녁무렵이라 선도는 떨어지지만,


그래도 아침일찍 잡아온 물고기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랍스터가 금어기라고 해서 팔지 않았다.


혹시 냉동이라도 있을까 찾아다녔지만 없었음...


랍스타 라면의 꿈은 여기서 끝.



책에서 보던 것보다 너무 크고 표정이 무서운 펠리컨.


어마어마한 입 속에 혀는 이미 퇴화하고 없다는,


그래서 더 무서운 펠리컨..



어두워지는 바다를 배경으로 높은 그와 잠깐 썸을 타본다.



기분 좋음.


바닷가라지만 눅눅하거나 한 게 없이 쾌적하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앞으로 자주 들르게 될 선착장 쪽으로 돌아서 가기로 했다.



뭔가에 열중하고 있는 마을 사람들.


비치발리볼 이라기엔 비치가 아닌데.. 배구인가?



우물쭈물 하다보니 바다엔 금방 검푸른 하늘이 묻는다.



흔한 시골마을 풍경.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를 지키던 고양이까지.


갈라파고스 제도, 정확하게는 푸에르토 아요라 마을은


금방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곳이다.



저녁거리를 사기 위해 시장 뒤 길거리 음식점으로.


키오스크 거리와 마찬가지로 해 질 무렵에만 열리는 곳이다.


아주머니가 볶고 있는 건 무려 곱창.



반대편엔 꼬치도 팔고,


사진엔 없지만 밥을 파는 곳도 있으며



엠빠나다를 즉석에서 빚어 파는 곳도 있다.



오늘 저녁은 곱창으로 당첨.


먼저 온 사람들이 사는 걸 보고 눈치껏 시켜보았다.



결과물.


솔이 기다리는 숙소로 돌아와



절반은 고추장을 더해 한 번 더 볶아 먹었다.


위에 보이는 양이 두 그릇 합쳐서 5불!


내가 갈라파고스를 오해하고 있었나 보다.


먹고사는 비용은 그렇게 심각하게 들지 않잖아!


냄비밥을 지어 챙겨온 술과 먹고 마시고, 일찍 잠에 들었다.


갈라파고스 제도 여행,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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