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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20일, 화요일.


까엡에는 크게 두 종류의 시장이 있다.


채소와 과일, 생필품 등을 판매하는 현지인들을 위한 시장과


해산물과 기념품을 판매하는 관광객용 시장.


오늘 가 볼 시장은 당연히 해산물 시장이며, 위치는 아래와 같다.



지도를 공유하기도 멋적은 것이, 도로가 하나뿐인 까엡에선 길을 잃기가 더 어렵다.



시장 입구에는 조개 껍데기로 만든 각종 기념품이 있는데,



아쉽게도 소유욕을 불러 일으키거나 하진 않는다.


애초에 무리 목적도 이런 기념품 들이 아니었으니.



언제나 이 곳의 목표는 단 하나,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온갖 해산물 구이이다.



작은 수산시장 한켠에는 아주머니들이 온갖 신선한 해산물을 판매하고 있고,


멀리 있는 도시에서 온 사람들을 위해 아이스박스에 포장을 해 주기도 한다.



바다에 떠있는 통발은 블루크랩을 위한 일종의 감옥.



한통씩 순서대로 끌어내서



신선한 게를 바로 꺼내서 판매한다.


우리 운전기사 형도 와이프 준다며 새우와 게를 두 박스씩 구입.



그리고 그 옆에는 그 해산물들을 숯불에 구워서 파는 가게가 몇 있다.


주문을 하고, 밥을 시킨 뒤 근처 테이블에서 기다리면 음식을 준비해 주는 시스템.


꼭 한 가게에서 다 시킬 필요는 없고, 좋아보이는 물건별로 골라서 시키면 된다.


참고로 음료수도 그냥 보이는 아무 가게에서나 구입하면 됨.



특히 해산물을 좋아하는 높의 가족을 위해 이것저것 시켜본다.


하도 여러가지를 주문해서 가격은 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상당히 싼 편이다.



물론 오징어와, 해산물을 먹지 못하는 솔을 위해 다른 것들도 시켰다.


오른쪽의 빨간 소스는 피쉬소스에 마늘과 레몬, 설탕, 고추 등을 더한 뜩뜨라이 꼬꽁.


꼬꽁 지역의 피쉬소스라고 해서 그렇게 불린다.


해산물 뿐 아니라 모든 캄보디아 음식에 뿌려먹는 마법의 소스.


그리고 그 아래는 생강을 채썰어 절인 것인데,


캄보디아 사람들은 생강을 정말 많이도 먹는다.


아예 시장에 가면 채썬 생강을 따로 쌓아놓고 판매할 정도.



시장 내부는 대략 이런 분위기.


놀랍도록 맛있고 저렴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수산시장 한켠에 앉아


맥주와 삼키는 해산물은 여행하는 기분을 흠뻑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밥을 먹었으니 디저트도.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캄보디아 역시 카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카페가 나를 반긴다.



하지만 음료 밖에 팔지 않는 카페인 덕에 디저트는 근처 빵집에서 공수.


이런 식의 소비가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 여기다.


주인에게 그래도 되냐고 물어보니 아주 흔쾌히 그러라고 위치까지 알려주는 걸 보면.



프레임에 들어오는 인원이 많아지니 갑자기 생동감이 넘친다.


다양한 표정과 자세로 보내는 무더운 오후.



이후엔 근처 후추농장에 방문해 보았다.


와이너리 투어와 같은 체계적인 관광상품은 아직 없기 때문에,


지도에 검색해 나오는 농장 중 가장 가까운 곳으로.



외딴곳에 있는 농장이지만 우리처럼 찾는 사람이 있는 듯,


나름대로 매대까지 놓여져 있었다.


후추와 후추 농장에 대한 투어를 요청하자 흔쾌히 그러겠다고 답변.


물론, 비용은 무료다.



위 사진은 아직 완전히 익기 전의 후추열매.


캄폿 지역의 후추 재배는 최소 13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원나라의 외교관이던 주달관은, 1296년 앙코르와트를 세운 크메르제국에 도착한다.


이후 일 년간 머무르며 제국의 생활상에 대한 40장 분량의 보고서를 적는데,


이 책이 현재까지 남아있는 크메르제국에 대한 사료 중 가장 중요하게 취급되는 <진랍풍토기>이다.


어쨌건 이 책에 캄폿 지방의 후추나무와 그 열매의 맛에 관련된 서술이 나오는데,


그 후추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위 사진은 후추나무의 모습.


실제로 캄폿 지역의 후추는 굉장히 독특하면서 맛있는 향을 내는데,


그 비결은 캄폿 지역의 완벽한 기후와 토양에 다량 포함된 석영 덕분이라고.


캄보디아가 프랑스에게 식민지배를 받던 시절, 그 맛에 반한 프랑스인들이 후추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했고, 19세기 말에는 연간 8000톤이 넘는 후추가 생산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후, 캄보디아 내전을 겪으며 90년대 말 연간 4톤으로 생산량이 줄어들고,


현재는 500톤정도로 회복된 수준이라고 하는데, 그야말로 엄청난 성장속도라 할 수 있다.



후추는 흑후추, 백후추, 적후추, 그리고 여기에 더해 녹후추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은 그 모두가 같은 후추나무열매로 만들어내는 생산품이다.


후추열매는 익기 전 녹색에서 완전히 익으면 붉은 색을 띠게 되는데


완전히 익기 전 녹색 후추를 그대로 말리거나 피클을 담아 먹으면 그 것이 녹후추이다.


그리고 말리기 전의 녹색후추를 한 번 데쳐서 말린 것이 흑후추,


완전히 익은 붉은 후추를 그대로 말린 것이 적후추이며


붉은 후추를 수확해 껍질을 벗겨 말린 것이 백후추가 된다.


참고로 시중에 적후추라고 판매되는 새빨간 제품은 대부분 핑크페퍼콘이라는 후추과 식물이다.


진짜 적후추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는 듯.


그리고 녹후추를 구하기 힘든 이유는 그 짧은 유통기한 때문이며, 


까엡 같은 후추 산지에서나 먹을 수 있는 독특한 향신료라고 한다.


어제도 먹었고, 오늘도 곧 먹게 될 게요리는 이 녹후추를 아낌없이 넣고 볶은 것.



관광객을 위한 시설도 아님에도, 후추농장은 그럴듯하게 꾸며져 있다.


이곳에서 질 좋은 후추로 쇼핑을 하는 것으로 오후 일정은 마무리.


참고로 <캄폿 후추>라는 명칭은 2010년 지리적 표시제(GI)에 등록된 상품이라,


샴페인이나 꼬냑 등과 같이 다른 후추에는 그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있다.


그리고 진짜 캄폿 후추는 아무래도 가격이 비싼 편.



저녁은 다시 킴리 레스토랑.


오늘은 부지런히 움직여 창가에 위치한 좋은 자리에 앉았다.



 바로 바닷가에 닿아있는 이 식당은 저녁노을이 상당하다.


사실, 이 곳 뿐 아니라 까엡 전체가 굉장히 아름다운 노을을 가지고 있다.



푸른색, 보라색, 분홍색을 거치며 내려앉는 밤 하늘.


이 풍경을 깔아놓고 캄폿 후추로 조리한 게 요리를 먹는 건 사치 중에서도 사치.



오늘은 게 살로 만든 볶음밥을 비롯한 요리를 주문했다.



캄보디아에 왔으면 한 번은 먹어야 하는 모닝글로리도 함께.


녹색 열매를 씹을 때마다 입 안으로 퍼지는 후추 향을 즐기다 보면 사진 찍을 새도 없다.



밥 먹고는 근처의 해변에 잠시.


갈라파고스에서 비슷하게 찍었던 것 같은데,


인원만 두 배로 늘었다.


까엡의 해변은 뛰어들고 싶은 마음은 거의 들지 않는 곳이라,


석양을 보거나 발만 담그는 것으로 만족하게 된다.



역시 새로 발견한 칵테일바에서 술을 한 잔씩 놓고


하루를 마무리.


사진찍는것도 잊고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는 건,


그거대로 운치가 있다.



몇 년 만에 방문해도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는 까엡.


오늘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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