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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23일 - 4월 6일.
탈라보리왓은, 캄보디아 동북부 라오스 국경 근처의 작은 마을이다.
더 정확하게는, 스텅뜨라엥 이라고 하는 주의 주도, 스텅뜨라엥 시 근처에 위치한 곳인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메콩강을 건너는 다리가 없어 배를 이용해 다녀야 했을 정도의 시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이름도 처음 들어봤을만한 곳인데,
그도 그럴 것이 마을 전체의 인구를 합쳐도 30,000명이 겨우 넘는다.
굳이 볼 거리를 뽑자면
세콩강이 메콩강과 합쳐지는 곳이라 볼 수 있는 거대한 강물과 매우 아름다운 하늘,
그리고 그 강을 매일같이 물들이는 노을,
밀림 한가운데 위치한 시골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들이 있다.
아, 그리고 소 신전.
크메르제국 시절 지어진 앙코르와트에서 영향을 받았거나 혹은 그 신전 자체에서
가져온 것으로 여겨지는 소 신의 석상이 놓인 작은 신전이다.
평소엔 옷을 입고 있지 않으나 우리가 갔을 땐 캄보디아 새해 축제로 화려하게 치장중.
야시장에 나올 때마다 바로 옆 태국이나 베트남과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6년 전에 비해 많이 따라왔지만 아직 나란히 놓기가 미안한 수준이다.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공산품이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은 캄보디아에서
가공 제품들은 거의 수입품이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격이 비싸고, 현지인들이 즐기는 야시장에는
가격에 맞춰 품질이 떨어지는 음식만 깔릴 수 밖에 없다.
호기심에 한 번 사먹고 나면 다시는 먹지 않게 되는 맛. 이라고나 할까.
덤으로 이 작은 마을에선 이동식 회전목마가 굉장한 볼거리다.
이 근처의 스텅뜨라엥 시는 육로로 라오스 국경을 넘으려는 여행자가
잠시 들르는 곳이기도 한데, 유럽인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라오스로 넘어갈 것도 아닌 우리가 이 곳에 굳이 온 이유는
캄보디아에서 선교 활동을 하시는 부모님의 센터가 이 곳에 있기 때문이다.
위 사진이 올 초에 겨우 완공된 센터의 뒷모습.
생활은 위층에서 하시고, 아래층은 교회와 유치원, 기숙사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 곳이다.
우리는 이 곳에서 2주를 머물렀다.
아래는 그 짧은 기록:
라오스 국경과도 가깝지만 베트남과도 그리 멀지 않은 이 곳은
베트남 쌀국수 집이 있다.
해서 아침으로 베트남 쌀국수도 먹고,
과일시장 구경도 하고.
마침 망고가 슬슬 제철이라 값이 매우 저렴한데,
1킬로그램당 1000리엘, 0.25불, 300원 정도 한다.
그린망고를 잔뜩 사다가 쏨땀도 만들어 먹고,
태국식 돼지고기 바질볶음도 만들어서 먹고.
도넛도 튀겨먹는다.
또 가끔은 라오스식 갈비 쌀국수도 먹는데,
7000리엘(=1.75불)짜리 이 국수에는 고기가 엄청나게 들어있어 좋다.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했던 볶음라면,
볶음밥,
스텅뜨라엥의 명물 로차도 먹고
그린커리도 만들어 먹는다.
야시장엔 크게 먹을 것이 없지만, 식재료 하나는 신선하고 풍부해
알아볼수만 있으면 맛있는 걸 잔뜩 만들어먹을 수 있는 곳이 동남아다.
아주 신선한 원숭이고기도 구할 수 있음.
부모님 센터 일층은 아까도 말했듯이 유치원으로 이용중이다.
일년에 몇 번씩 다녀가는 한국 단기선교팀 분들이 꾸며놓고 가신 유치원은
적당히 예쁘다.
아침에는 유치원, 저녁에는 한국어/영어 교실로 운영되는 이 센터는
기숙사까지 포함해 전부 무료이다.
한국에서 부모님께 후원해 주시는 분들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듯.
참고로 이 곳 물가 기준 기숙사 학생 한 명을 먹이고 재우는 데 한달에 필요한 비용이 30불이라고 한다.
하루에 1불 수준이면 집이 멀어 학교를 오가기 힘든 학생 하나를 먹여살릴 수 있는 셈.
어린아이들은 어느 나라나 예쁘다.
상수도가 없을 정도로 낙후된 시골이라 애들이 다소 꼬질꼬질하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현지 선생님의 둘째 딸 초위.
캄보디아는 아직도 결혼을 매우 빨리 해서,
나보다 두 살 어린 선생님인데 첫째 아들 나이가 8살이다.
어쨌건 애들이랑 놀아주고 적당히 뒹굴며 부모님과 시간을 보냈음.
집 앞 음식점에서 캄보디아식 연유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주말엔 기분내서 스텅뜨라엥 시내에 있는 유일한 카페를 가기도 한다.
캄보디아 동북부의 몬돌끼리라는 곳도 태국 북부와 비슷하게 커피를 재배하긴 하는데,
일단 로부스타에 그 품질이 아주 좋지 않다.
거기에 로스팅을 거의 태우듯이 하기 때문에 탄맛 말고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
하지만 캄보디아 대부분의 카페가 그 커피를 사용하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포기하고 들어가야 함.
그렇게 일주일쯤 지내다 보면, 이별의 시간이 금방 찾아온다.
각자의 일상이 바쁜 분들이 무려 보름이나 시간을 내서 와주셔서
나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게 학계의 정설.
그 와중에 솔은 돌아가지 않고 베트남 여행까지 같이 하기로 한다.
그 이후의 짧은 시엠립 여행은 생략하고,
다시 스텅뜨라엥에 돌아와서는 태국 회사 CP에서 파는 후라이드 치킨.
같은 가판대가 태국에도, 베트남에도 있다.
가격은 한 조각에 3500리엘.
포장해 와서 삶은달걀과 함께(?) 먹는다.
이후의 날들은, 진짜 마지막 여행지 베트남 여행을 마음속으로 준비하며
몸은 쉬게 해주면서 보냈다.
교회 중학생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거나
페인트칠을 하거나.
그 와중에 소소한 사고도 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매일 저녁에 열리는 한국어 수업도 우리 몫.
갑자기 봉사활동이 되는 것 같지만, 아무래도 좋다.
중간 중간 시내에 나와 먹는 간식들.
베트남 여행을 가면 많이 사먹는 반미 샌드위치의 한참 하위호환인 놈빵 샌드위치.
역시 프랑스 식민지였던 캄보디아도 그럴듯한 바게트를 생산한다.
그리고 제철이 다가오는 망고스틴.
동남아라고 사계절 열대과일을 즐길 수 있는 건 아니고,
나름 계절에 따라 나는 과일들이 있다.
그 외의 계절에도 팔기는 하지만 값이 비싸고 맛이 심하게 없는 관광객용이 전부.
일례로, 6월쯤이 제철인 두리안은 아직 사 먹을때가 되지 않았다.
한 통에 2000리엘(0.5달러)쯤 하던 코코넛.
주스를 다 마시고 반으로 갈라 살까지 전부 파먹어야 한다.
사탕수수 즙은 덤.
역시 아쉬운 게 있다면 먹을만한 커피가게가 없다는 것이다.
괜찮은 음식점도.
기타수업은 계속된다.
매일 한 시간씩 주말에도 가르친 덕분에 실력이 제법 늘었다.
에이스 코앙의 연주.
열흘 배운것 치고는 그럴듯 하지만 더 가르쳐 줄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한국어 수업시간에 틈틈히 가르친 소녀.
발음도 좋고 목소리도 좋고 아주 뿌듯.
아무튼 이렇게 별 하는 거 없이(?) 탈라보리왓에서 2주를 보냈다.
쉴만큼 쉬었으니 이제 여행을 끝내러, 베트남으로!
안녕, 탈라보리왓.
또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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