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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27일, 화요일.


먼저 정직하게 짚고 넘어갈 것은, 나는 로마 여행을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꿈꾸어 왔다는 사실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로마가 아니라 바티칸, 그 중에서도 성베드로 대성당.


유럽 여행에는 한 번도 관심을 가진 적이 없던 나지만, 바티칸에 가서


대성당을 보는 상상을 10년 넘게 해온 것 같다.


따라서 로마 여행은 내 유럽 여행의 유일한 목표이자 하이라이트...


였어야 했다.


그 기대가 너무 커서였을까, 아니면 날이 더워서 였을까.


여행이 끝난 후 아무리 돌아봐도 이 오래된 도시에 대한 내 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차차 쓰기로 하고...


로마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것은 진동하는 지린내였다.


피사에서 출발한 버스는 꽤 큰 공용 버스 정거장에서 우리를 내려주었는데,


내리자 마자 가득한 지린내. 코만 찌르는게 아니라 맛까지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거기에 숙소의 열악한 인터넷 환경까지.


옆집 와이파이를 잡아 쓰는것 같은 에어비앤비 숙소는,


덥고 습한 밤을 덜덜거리는 작은 선풍기로 버티는 법을 알려주었고


내일은 나를 어둠에 가둘 것이었다.


아무튼, 이전 글에 적은대로 전날은 짐을 풀고, 장을 봐다 음식을 만들어 먹고


일찌감치 쉬었다.


오늘 아침엔 로마에서 유학을 하는 형에게 커피를 한잔 얻어마시고,


편의점 비슷한 곳에서 48시간짜리 로마패스(1인당 28유로)를 구입했다.


파리 박물관 패스와는 달리 로마패스에는 대중교통 이용권이 포함되어 있다.


콜로세움, 포로 로마노 등을 대기시간 없이 들어갈 수 있는데다


무제한 대중교통 이용권까지.


당일치기로 로마를 지나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무튼, 커피를 얻어마시고 정보를 좀 얻느라 정오가 다 되어서야 콜로세움에 도착.



누구나 방문하지만 대부분 후회한다는 콜로세움.


원래 붙어있던 정식 명칭은 <플라비우스 원형극장> 이라고 한다.


원형극장은 말 그대로 연극 등을 상연했던 일종의 콘서트 홀과


검투사들의 피와 살이 튀기는 경기장 두 가지로 나뉘는데,


로마의 콜로세움은 후자에 속한다고 한다.


피와 살이 튀고, 노예가 불에 타고, 물을 채워 가상 해전도 열고.


시민권이 없는 사람도 들어갈 수 있었으며, 포도주와 도시락까지 제공되었다는


매우 정교한 우민정책이자 시민복지의 산물.



현재 남아있는 건물은 원형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입석 포함 최대 8만명을 수용할 수 있던 시설이 천 년 넘게 방치되다 보니


이제는 복원도 불가능한 상태라고.



그래도 그 거대하고 웅장했던 모습의 그림자 정도는 남아있다.


사진을 보면 1층과 2층, 그리고 3층의 건축양식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는데,


아래서부터 각각 도리아, 이오니아, 코린트 양식이란다.


거기에 여름이라 햇살이 강하면 천을 이용해 일종의 돔구장을 만들기도 하고,


8만명의 인원이 30분만에 빠져나갈 수 있는 효율적인 구조를 자랑했단다.


거대하고, 아름다우면서도 합리적인 부분이 내가 생각하는 로마인의 인상에 딱이다.





중세의 한 가문은 이 콜로세움을 사들여 요새로 삼기도 했었단다.


그리고 구역이 나눠진 채 민가로 쓰인적도(?) 있다고 하고.


로마 도시의 역사 그 자체인 건물이라 그런지 별 일을 다 겪었다.




복도에는 기약없는 복원공사를 기다리는 돌무더기가 잔뜩 쌓여있다.


오랜 세월을 버티며 서있는 동안 일부 시민들이 이 곳의 돌을 빼다가 건축자재로 써버리는 등


상상을 초월한 가난 덕분에,


이제는 원형을 복구하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2층으로 올라오면 전체 모습이 더 시원하게 보인다.




이렇게 멋있고 재미있는데, 왜 후회한다고 하는거지...?


아, 줄을 오래 서서 들어왔으면 좀 빡칠것 같기는 하다.



쏟아지는 햇살을 잘 보여주는 사진 한 장.


우리가 머무는 동안 로마의 날씨는 유럽여행 전체를 통틀어 가장 더웠다.


베네치아에서 땀냄새가 좀 난다고 했던가?


여기는 중간에 옷을 갈아입으러 집에 가야하나 고민을 해야 할 정도였다.


6월 말, 한여름 로마.


한국처럼 후덥지근 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햇살이 자비가 없다.



그래도 나는 콜로세움이 마음에 들어 빨빨거리며 열심히 돌아다녔다.



밖에서 보는 콜로세움도 웅장하다.


어마어마한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오고 나가지만 이 건축물의 크기에 비하면


아무리 사람이 모여도 전혀 많아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자주 등장하는 지지와 세모.


콜로세움을 나서는 데 소매치기 하나가 현장에서 걸리는 모습을 봤다.


이런 꿀잼 구경을 놓칠순 없지.


어리버리해 보이는 소매치기가 백인 여성의 가방에 손을 대다


걸린다. 관광객은 소리를 지르고 근거리에 있던 경찰이 바로 뛰어와


차로 연행.


나는 사실 내 짐 신경쓰느라 남이 소매치기 당하는 풍경은 한 번도 못봤다.


그런데 저렇게 걸리는 것을 보니 과연 심하긴 하구나.


참고로 콜로세움은 야경으로 즐기기에도 딱이라고 한다.



콜로세움 옆에는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문을 따라 황제의 꿈과 그에 이은 전쟁의 승리가 새겨져 있다.


기독교 공인과 제국 통일에 큰 역할을 한 전쟁이었다는데,


모르면 그냥 지나칠 정도로 왜소하다.


그나마도 펜스로 다 막아놔서 가까이에서 구경도 못하고.




옆에는 뭔가 복원? 발굴? 공사가 한창이다.



지금와서 사진으로 다시 구경해도 마음에 든다.


로마 여행 중 성베드로대성당을 제외하면 가장 좋아했던 곳.



또 바로 옆에는 포로 로마노로 향하는 입구가 있다.


패스가 있으므로 이번에도 줄 서지 않고 직행.



조금 전 개선문보다 더 작은 티투스 개선문을 통과하면 포로 로마노가 나온다.


포로 로마노는 기원전 6세기부터 200년이 넘게 로마의 정치, 경제적


중심지였다.



지도를 보면 포로 로마노를 중심으로 작은 언덕이 6개정도 보이는데,


포로 로마노는 기존엔 이 언덕들 사이의 늪지대였다고 한다.


왼쪽 위에 보이는 캄피돌리오 언덕은 기존에 있던 언덕 두개를 이어 만든 곳이라,


원래 언덕은 일곱개였던 셈.


지도가 나왔으니 굳이 언급하자면, 로마의 건국자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늑대의 젖을 먹으며 성장한 동굴이라는 전설이 있는 곳이 팔라티노 언덕,


로물루스가 초대 왕으로 로마를 건국한 후 유피테르 신전을 지은 곳이


캄피돌리오 언덕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매체로 들어온 바로 그 언덕, 그게 이 곳이다.



경사진 곳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면 팔라티노 언덕에 오를 수 있다.


황제의 거처가 있었다는 팔라티노 언덕.


과연 포로 로마노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온다.



한 가운데에서 존재감을 뽐내는 아치형 건축물은 초대왕 로물루스를 기리는 신전이라고 한다.


지금은 모양 정도만 남아있는 폐허.



위 사진 가장 왼쪽, 건물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은 카이사르 신전이다.


우리는 그냥 언덕에서만 보고 가까이 가지는 않았다.


덥다, 너무 덥다.



언덕에서 나라를 세우고, 늪지대를 개간해 중심지로 삼은 로마인들.


수도없이 책에서 읽었던 얘기들이 더운 머리속을 맴맴 돈다.





아우구스투스의 집 외벽임을 알려주는 표시.


황제의 거처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가이드 없이 다니느라 보이지 않았는지도.



체력을 아끼느라 천천히 한 바퀴 돌고,


포로 로마노를 나왔다.


사진이 애매하게 남아 글을 다음으로 넘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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