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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마을 베르나차.
이 마을들의 예쁜 풍경은
트레킹을 하면서 더 많이 즐길 수 있다고들 한다.
우리는 그런거 없으니 마을 안으로.
하늘이 꾸물꾸물 거리긴 해도 하루종일 비 한방울 안내렸다.
항구마을이기도 한 베르나차.
가족단위로 놀러온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가둬진 물에 배가 떠있어 지저분할 것 같지만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듯.
저쪽 어디엔가 트레킹 코스가 있고, 거기에서 본 베르나차 마을은
(사진을 보니)베네치아를 연상시키는 모양으로 생겼다.
잘 보면 앞쪽 바위 근처에 사람 머리가 하나 떠있다.
파도가 높은 편이라 명백히 위험해 보이는 저 곳에서
백인 남자 두어명이 수영을 하며 놀고 있었다.
큰 파도가 올때마다 바위에 부딪힐까 아슬아슬해 보이기도 하고,
계속 구경 하다보니 내가 꼭 부딪히기를 기다리는 사람같아 보기를 그만뒀다.
잿빛 하늘에 구름이 잔뜩 덮히고 나니 오히려 사진이 괜찮게 나온다.
구름 사이로 햇살이 스미는 풍경을 한동안 관람했다.
그리고 과감하게 세 번째 마을 코르닐리아는 건너뛰었다.
코르닐리아야 말로 트레킹을 하면서 봐야 가장 예쁘기도 하고,
내 고향 남쪽 조선 서울이 생각나는 무더위에 체력도, 시간도 모자라다.
첫 번째 마을도 포기하기로 하고 막차까지 남은 시간은 마나롤라에 올인.
기차역에 내려서 보는 마을은 여느 마을들과 같다.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형형색색의 창문엔 덧문이 달려있다.
갑자기 또 개이기 시작한 하늘에 널린 빨래들이 정겹다.
고양이도 한자리 잡고 늘어져 있고.
마라케시에서와 마찬가지로 이정도로 날이 더우면 고양이들은 시원한 자리를 찾아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 녀석 역시 두 시간도 넘게 시간이 흘러도 이자리에 누워있더라.
다이빙을 하며 노는 백인 남녀들.
아예 자리잡고 구경도 하고 재미있어 보인다.
보트투어, 스노클링 투어 같은 데를 빨리 가서 나도 다이빙 하고 놀아야지..
이 풍경.
이 풍경이다. 누구나 한 번 쯤은 봤을만한 것이.
윈도우 배경화면이나 잠금화면으로 가끔 등장하는.
나는 이게 어디인지 궁금해 하지도 않았으나 높은 찾아내서 나를 데려왔다.
마을을 벗어나 산책로 그늘에 기대거나 앉아서 절벽 위에 걸린 마을을 보면,
눅눅한 바닷바람도 기분좋게 느껴진다.
조금 더 올라가 보자.
포도를 주로 재배하는 곳 답게 언니가 온 몸에 포도를 두르고 있다.
슬슬 저녁이 오는 기미가 보인다.
언덕을 오르는 중간 갈림길에서 방향을 잘못 정하면 이런 묘지에서 길이 막힌다.
묘지 꼭대기에 올라서 보는 풍경도 뭐 나쁘진 않으니 봐줌.
한 10분정도 더 이런 언덕을 따라 오르면,
길 옆으로 포도들이 자라고 있다.
'달의 와인'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는 친퀘테레 와인.
그 포도가 여기에서 생산되나 보다.
뒤를 돌면 판타지 영화나 애니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포도밭을 따라 좁게 나있는 길과 절벽, 바다라니.
하지만 열심히 올라간다고 해서 뭐 다른 풍경이 있지는 않다.
몰랐으니까 올라갔지 알았으면 여기까지 안왔음.
다시 내려가서 일몰을 기다려 보기로 한다.
아, 이 언덕을 오르는 산책로에는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무료 화장실이 있다.
양심껏 내라고 통이 있지만 아무래도 소문난 포인트인 듯 사람이 많았다.
이후로는 산책로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삼십분이 넘게 앉아서
이야기를 하며 풍경을 즐겼다.
하지만 여름 버프로 막차시간이 다 되도록 해는 질 줄을 모르고,
조금 붉게 물든 바위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야경을 찍으려면 하룻밤 자야 하는 것이었나.
야경을 매우 기대했기에 아주 조금 실망은 했지만,
마나롤라를 비롯한 친퀘테레 마을들이 충분히 좋았기 때문에 괜찮았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데도 묘하게 조용하고, 각자 자신들 시간을 보내는 느낌.
오늘도 집에 가서 술을 마셔야겠다. 너무 더워.
막차를 타고 피사에 돌아오니 열한시가 넘어 있었다.
내일은 피사의 사탑만 보고 집에서 뒹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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