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이들 사진으로 시작. 2017년 4월 29일. 총 25박 26일에 걸친 시베리아 횡단 여행이 끝이 났다. 무표정한 츤데레 러시아 사람과 그렇게도 헷갈리던 키릴문자에 익숙해질 때 쯤 되니 끝난 것 같다. 하지만 뭐 아쉽지는 않다. 그냥 시원한 느낌. 러시아 여행은 아주 몇 달을 사는게 아닌 한은 한 달 정도가 적당한 듯 하다. 그 중 오늘은 우리의 25박 중 9박을 책임진 횡단열차에 대한 정리를 하려고 한다. 이 글은 http://gnidinger.tistory.com/8 요 예매 팁에 대한 보충이기도 하다. 먼저 이전 글에 적었던 팁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자. 열차 번호는 작을수록 좋다(위 사진에서 007H가 열차의 번호이다).호차 번호 역시 작을수록 좋다(사진에서 12가 호차 번호).모든 열차..
굳이 다시 말하지만,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날씨는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그 변덕이 도를 지나쳐서 해가 나왔다, 구름이 꼈다, 비가 내렸다, 눈이 내렸다, 우박이 쏟아졌다 또 하늘이 맑았다.... 하지만 일기예보에는 딱 한 줄 쓰여있다. 구름. 처음에는 그런대로 즐길 만 했는데, 예측 불가능인 날씨가 이어지니 나중에는 적잖이 지쳐버렸다. 아무래도 카메라 때문에 날씨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모스크바에서의 둘째 날도 하늘에 휘둘리며 시작했다. 오늘의 목표는 아래와 같다: 푸른 하늘 아래의 붉은광장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아르바트 거리푸쉬킨 미술관 별관 19-20세기 갤러리 숙소 근처에 있는 지하철 역에서 출발해 먼저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에 갔다. 도착했을때의 사진. 모스크바의 구세주 그리스도..
잠들기 전까지도 퍼붓던 소낙눈은 밤새 그친 모양이다. 커튼을 열어놓고 잔 탓에 새벽부터 강렬한 햇빛에 눈이 떠진걸 보니. 시계를 확인하니 오전 6시. 아무래도 봄이 오는 날씨 탓인지 일어나 창밖을 보니 지붕의 눈들은 녹아내리는 중이었다. 하얗게 덮혀있던 마을이 제 색을 찾아내는 것은 그것대로 운치가 있었다. 그리고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오전 9시까지는 날이 반짝 좋다! 욕먹을 각오를 하고 높을 깨워 세수, 양치만 하고 오전 7시에 집을 나섰다. 흔히들 러시아의 아침은 늦게 시작한다고들 한다. 사람들이 게으른건지, 아침이 늦게오기 때문인지, 관습인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버스를 타고 도착한 시내의 모습은 전혀 그래보이지 않았다. 벌써부터 인부들이 나와 거리의 눈을 치우고 가게들은 문을 열 준비를 하고있다. 물..
전날은 아쉬운대로 시내 구경을 마치고 숙소에서 영화를 하나 보고 잠들었다. 저녁을 먹을 때 쯤 부터 시작한 눈이 그 다음 날 하루종일 내릴거라곤 생각 못했지. 아침에 일어나니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우리가 머문 아파트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아, 오늘 밖에 나가기는 글렀구나. 누구도 말은 안했지만 그렇게 직감하는 순간이었다. 해서 그렇게 피곤한 상태는 아니었음에도 하루를 휴일로 잡고 뒹굴거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음식이었다. 당연히 시내를 나갈거라 생각해서 어제 저녁거리 정도만 사왔으니까. 시내구경 못하는 건 괜찮아도 굶는 건 참을 수 없어, 눈발이 약해진 틈을 타 호스트의 추천 맛집 베이커리를 향해 출발했다. 빵 사러 가는 길.. 여전히 눈은 내리고 쌓이고 발에 밟..
마침내 일이 생겼다. 밤새도록 달려 우중충한 하늘을 떨쳐 낸 아침이었다. 요건 우리의 아침밥. 나중에 요약정리 하겠지만 저 칼과 왼쪽 위에 보이는 통이 그야말로 잇 아이템이다. 예카테린부르크에선 한나절 정도만 머무르고 바로 다음 도시로 이동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기 때문에 도시에 도착한 후 보관소에 짐을 맡기고 가볍게 밖으로 나왔다. 이 도시의 첫인상은 밝은 편이었다. 하늘도 맑고 처음에 마주친 사람들도 웃고 있었으니까. 문제는 짐을 맡기고 티켓을 먼저 출력하려고 역에 들어갔을 때 생겼다. 능숙하게 티켓을 출력하고 돌아나오던 길에 경찰 두명이 우리를 붙잡은 것이다. 인사를 하며 다가와 국적을 묻고 신분증과 등록증을 본 그들은 등록증의 기한이 다됐다며 우리에게 겁을 주었다. 무려 구글 번역기까지 사용해가며 ..
노보시비르스크의 하늘은 떠나는 날까지 변덕스러웠다. 이른 아침에는 새파란 하늘로 늦잠을 방해하더니 이내 비가 내린다. 호스트의 배려로 오후 세시로 체크아웃 시간을 늦춰둔 나는 일어난 김에 몸을 움직여본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물을 마시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지루해져 아침을 차려먹었다. 잠깐 시간을 두고 창 밖을 보니 이제는 눈발이 날리고 있다. 그야말로 천진난만한 날씨구나, 이렇게 생각하며 짐을 챙기고 청소를 했다. 택시를 타고 기차역에 내렸을 땐 작은 사건이 있었다. 군복을 입은 경찰이 우리에게 신분증과 외국인등록증 등을 요구하며 다가왔다. 나는 자연스럽게 여권과 입국증명서와 하바롭스크에서 받았던 등록증을 내밀었다. 그 서류들을 못마땅하게 받아 나를 위아래로 훑는 것은 뭐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그 순..
어제는 하루종일 카메라 센서 청소하러 다니느라 사진도 일정도 딱히 없었다. 나름 유명하다는 백화점과 130번가, 그리고 대형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커피를 마신 정도. 카메라를 맡겨놓고 다녔기 때문에 사진도 거의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섰다. 아침밥을 배터지게 먹고 집을 나선 시각이 대략 9시 30분. 집근처에 있는 앙가라 강가를 산책하는 것으로 시작. 어제는 조금 흐리고 비도 오던 하늘이 오늘은 맑게 개었다. 매일매일 봐도 파란하늘은 질리지 않는다. 앙가라 강가 난간에 걸린 자물쇠들. 사람 사는건 다 똑같이 로맨틱하다. 의외로 강가에 별게 없이 벌레만 가득했다. 예쁘긴 했지만 매일매일 한강을 보며 지낸 나로서는 오히려 프놈펜의 리버사이드가 그리울 정도였다. 장점이라면 물이 파..
대략적인 루트를 정한 후, 세세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일정이 빠듯한 우리는 대륙별로 나눠서 정보를 찾기로 했는데 내가 맡은 부분은 일단 러시아 횡단 + 아프리카 종단이다. 러시아 횡단여행 일정은 사실 오늘 시점에서는 거의 완성되어 있다. 반드시 해보고 싶었던 기차여행이라 열심히 티켓팅을 했기 때문인데, 우리의 러시아 여행 일정은 우선 다음과 같다: 블라디보스토크▷하바롭스크▷이르쿠츠크▷노보시비르스크▷예카테린부르크▷카잔▷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대략 25일에 걸친 여행일정이다. 처음엔 블라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로 바로 가는 6박7일짜리 열차를 타려고 했으나, 그냥 지나치기엔 아름다운 건축물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일정을 쪼개 늘렸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핀란드를 거칠지, 거치지 않고 에스토니아로 넘어갈 지..
지난 번 포스팅에 이어서, 계획을 현실화 한 과정이다. 먼저 요약을 하자면:북미, 호주는 가지 않는다서유럽은 최소화 한다북유럽은 제외한다위험한 나라는 쳐다도 보지 않는다였다. 6개의 대륙 중에 두 개를 제외하고 도저히 각이 안나오는 북유럽을 제외하고 나니, 크게 두 개의 선택지가 남아있었다. 두 선택지 간의 차이는 대륙을 도는 순서인데, 캄보디아에 살고 계시는 나의 부모님을 언제 방문할 것인지와 관련된 문제이기도 했다. 1. 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넘어가는 루트 중국 일주 및 물가가 저렴한 동남아 위주로 시작해 돈을 먼저 아끼고 나중에 쓰는 루트이다. 중국 일주는 내가 꼭 해보고 싶은 일이고, 태국 남부와 베트남 남부, 라오스는 40여일동안 한번 다녀온 적이 있으니 제외할 수 있다. 크게 동남아▷인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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