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30일, 목요일. 페리토 모레노 빙하(Glaciar Perito Moreno)는 엘 칼라파테 근처 국립공원에 위치한다. 칼라파테에서 국립공원을 왕복하는 버스비는 인당 550페소, 린다님을 통해 구입하면 편하다. 아침 일찍 출발한 버스에서 졸다 일어나보니 창밖엔 이런 풍경. 청록색 호수 끝자락에 빙하가 보이기 시작한다. 추가로 인당 500페소를 지불하고 국립공원 입장료 구입. 그러니까 순수하게 빙하를 보러 가는데에만 1050페소, 6만원 정도가 든다. 그치만 그나마 이게 가장 저렴한 방법이고, 빙하 위를 걷는 트레킹 투어를 선택하는 순간 수십만원이 한 번에 깨진다. 입장권과 함께 나눠주는 쓰레기봉투. 빙하 위로 보이는 구름덕에 불안한 맘이 들지만, 파타고니아는 워낙 날씨 변화가 극심하다고..
사고소식을 들은 부모님과 친한 누나 부부가 위로금을 보내주셨다. 우울할 땐 돈을 써줘야지. 당장 외식을 하러 달려갔다. 우리가 고른 식당은 숙소 근처에 위치한 하우하JAUJA. 대충 보니 구글지도 평점도 괜찮은 듯 하고 오며가며 볼 때 가격도 적절해 들어왔다. 오후 준비시간을 마치고 우리가 두 번째 손님이라 홀은 비어있다. 맛없는 집이면 어쩌냐... 그래도 일단 주문! 식전빵.. 이라기엔 상당한 양의 빵이 나온다. 너무 많은 양 때문에 혹시 추가로 돈을 내야하는건가 싶었지만 식사에 제공되는 빵이 맞음. 주문한 맥주가 먼저 나왔다. 종업원은 나이가 꽤 들어보이는 여성분 이었는데, 테이블 세팅을 해준다거나 맥주를 가져와서 직접 따라준다거나 하는 서비스가 기분좋았다. 사실 파타고니아 지방..
2017년 11월 27일, 월요일. 중남미 여행에서 내가 기대하는 두 가지가 있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트레킹과 갈라파고스에서 즐기는 스쿠버다이빙. 오늘은 그 전에 맛보기로 바릴로체 근처 트레킹을 즐기기로 한다. 숙소를 나오는데 시선을 사로잡는 고양이. 사료통이 놓여있는 걸 보니 이곳에서 돌봐주고 있는 녀석인가 보다. 호스텔 아침식사가 부실한 덕에 이른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장소는 유명한 길거리 샌드위치 가게. 물가 비싼 아르헨티나에서도 더 비싼 파타고니아 지방에서 여행자 뿐 아니라 현지인의 점심을 책임져 주는 곳이다. 다시봐도 그렇게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주변 물가에 비하면... 길 한켠에 벌여놓는 그릴 주위로 사람들이 모인다. 주문! 우리는 고기가 통채로 들어가는..
2017년 11월 25일, 토요일. 몇 시간이나 달렸을까.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많은 것들을 두고올수밖에 없었던 우리는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버스에 몸을 싣고 있었다. 영사관 직원분의 도움과 아주 운좋게 남아있던 몇 개의 짐 덕분에, 한국으로의 귀환이라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은 터였다. 그런 나의 창가에 갑자기 나타난 파타고니아의 풍경. 생전 처음보는 지구의 아름다움은 고통도 슬픔도 잠시 잊을 수 있게 해주었다. 살아본다면 이런 곳이 좋겠다. 이게 파타고니아를 처음 접한 나의 감상이었던 것 같다. 상실감은 잊을만하면 찾아온다. 바릴로체의 숙소는 노트북 작업 공간이 잘 갖춰져 있으며 앉은 자리에서 보는 풍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잡았었다. 예를 들면 이런 풍경. 값은 조금 나갔지만 조금 쉬며 밀린 블..
2017년 11월 22일, 수요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선 이상하게도 게으름을 피우느라 별 걸 못했다. 그래도 숙소에만 박혀있을 수 없으니. 오후 늦게 나와 처음 도착한 곳은 레꼴레따 지역의 엘 아테네오. 오페라극장처럼 생겼지만 무려 서점이다. 1919년 오페라 극장으로 시작해 영화관으로 운영되다가 2000년에 서점으로 탈바꿈한 이 곳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 하나로 꼽힌다. 거기에 3층에선 한 작가가 사인회? 낭독회? 비슷한 걸 하고있고 극장이 있던 자리엔 작은 레스토랑이, 그 안에선 피아니스트가 재즈 스탠다드를 느리게 연주하고 있다. 우리처럼 구경하는 사람들을 딱히 막지도 않고. 서점의 천장. 전체적으로 옛 느낌을 잘 보존하며 용도변경을 했다. 그래서 이렇게도 유명한 서점이 된 ..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거주중이신 교민 마르꼬스님이 진행하시는 아사도모임은 아르헨티나 여행 단톡방에선 꽤 유명하다. 꼭 참석해 보고 싶었는데 마침 우리 체류중에도 모임이 있어 참석하게 되었다. 모임장소는 센트럴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 여러 곳을 직접 다녀보신 뒤 정하셨다고 한다. 지하철 역이나 버스정거장과 가까이 있어 가는 길이 무섭진 않았음. 가게 내부. 저녁 준비시간이 끝나고 우리가 첫 손님이라 조용했다. 하지만 끝날때 쯤엔 손님으로 바글바글. 그리고 석쇠 위에 올라가 있는 고기들. 아사도는 한 마디로 하면 아르헨티나 식 바베큐다. 조금 더 길게 말하면, 아르헨티나 원주민들의 음식에서 유래된 것으로 오직 소금만을 뿌린 소의 갈비 부위를 직화로 5시간에 걸쳐 구운 후 먹는 요리를 말한다. 오직 소..
2017년 11월 19일, 일요일. 푸에르토 이과수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 까지는 야간버스를 타고 왔다. 가격은 다 비슷한 것 같아 원하는 시간대가 있는 크루즈 델 노르떼 회사를 이용. 가격은 현금 할인을 받아 1050페소. 우리나라 일반버스 정도에 해당하는 세미까마 버스는 듣던것 보단 편했다. 나름대로 밥도 챙겨주고. 하지만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틀어놓는 영화 소리는 힘들었다. 설상가상으로 90%이상의 영화가 스페인어 더빙. 놀랍게도 더빙된 영화에 영어 자막이 나오는 헐리우드 영화가 상영된다. 뭔가 우스꽝스럽지만 궁금해 하면 지는 법. 밤새 달린 버스는 아침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했다. 도시의 이름과는 정반대로 매연이 심하다는 아르헨티나의 수도. 내내 축축하고 쓸쓸하던 이과수에..
2017년 11월 16일, 목요일. 우리는 말도 안되는 구름을 뚫고 포즈 두 이과수에 내렸다. 비행기는 엄청나게 흔들리고, 아이들과 높은 한마음으로 울고.. 착륙에 성공하고 나오면서 기장님과 악수를 했다. 해서 저녁밥은 브라질식 스테이크, 슈하스코. 한국에서도 몇 번이나 갔던 스테이크 무한리필 집이다. 워낙 유명한 곳이니 리뷰는 생략.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우리 집 앞에 이 가게가 이 가격에 문을 열면 난 돼지 각이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일찍 버스를 타고 이구아수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이후에 방문한 아르헨티나 쪽 공원에 비해 여러모로 정비도 잘 되어있고 쾌적한 모습. 신용카드로 계산해 정확하지 않은데 60헤알정도 했던 것 같다. 입장료에는 위 사진에 보이는 버스 왕복 티켓도 포함. ..
2017년 11월 15일, 수요일. 리우에서의 마지막 관광은 넷이서 하기로 했다. 첫 목적지는 그 유명한 예수상. 워낙 유명한 곳이고 하루종일 관광객이 몰려 아침일찍 다녀오는 걸 추천한다. 우리는 그러지 않았지만 하이시즌에는 입장제한에 걸려 몇 시간씩 줄만 서기도 한다고. 물론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지만 우린 트램을 타기로 했다. 처음부터 등산으로 올라가는 건 물론 의미가 있지만 중간에 빈민촌도 지나가야 하고 아침이라고 해도 햇살이 워낙 따가우니까. 산 아래에서부터 올라가는 게 아니라 중간지점까지 우버를 타고 온 뒤 티켓을 구매했다. 왕복 티켓값은 일인당 60헤알. 트램+공원 입장료가 포함된 가격이므로 나름 괜찮다. 이 트램 역시 성수기에는 예매를 해야 한다고 들었지만 우리가 방문한 날은 아예 줄 자체가..
2017년 11월 14일, 화요일. 룩소르에서 기차를 타고 출발한 우리는 모로코를 거쳐 브라질로 들어왔다. 당시에 가장 저렴했던 로얄 에어 모로코를 이용했는데, 와인을 작은 병으로 하나씩 줘서 고마웠다. 대서양을 건너는 동안 나는 와인 세 병을 마셨고, 술김에 계속 자다보니 어느새 비행기는 땅에 내려있었다. 장장 이박 삼일의 여정 끝에 도착한 브라질. 그 이름도 설레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빙 국제공항. 일단 공항 와이파이부터 이집트와는 비교도 안되는 속도를 보여주었다. 브라질. 아프리카 여행과 맞바꾼 남미여행의 시작이었다. 뜬금없지만 비행 내내 먹고싶었던 햄버거를 먹고,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보냈다. 숙소 근처의 이파네마 해변. 지나고 나서야 말이지만, 브라질 여행을 조금 더 길게 잡았어도 괜찮았을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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