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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지지, 오른쪽이 세모이다.


우리 여행선물로 높의 동생이 만들어준 아이들이다.


높이 개띠이고 내가 토끼띠이기 때문에 모양이 이렇다.


사실 4년 전 쯤 베이징 여행을 갈 때도 한번 만들어줬었는데..


훠궈 먹느라 정신이 팔려서 놓고 나왔던 아픈 기억이 있다.


어쨌든 앞으로 사진에 자주 등장할 예정이다.



블라디보스톡은 안개속에서 깨어나고


일찍 자고 늦잠을 자던 우리는 허기를 느끼며 깨어난다.


열한시가 조금 넘어 만난 블라디보스톡의 하늘은 잿빛이었다.


바닷바람이 차게 불고, 거리는 비어있고.



높이 검색하고 찾아낸 팬케익 가게.


한국인이 많이 방문하는지 아예 한글로 된 메뉴판이 있다.


소시지가 들어간 팬케익을 먹었다.


식감이 물렁하고, 양념은 짰다.


홍차가 소금을 씻어줘서 살았다.


그런대로 요기를 하고 도시를 한바퀴 돌기로 했다.



뒤늦게 알게된 사실이지만, 블라디보스톡에서 아침 11시는 여행자에겐 새벽이나 다름없었다.


아직 좌판도 안열렸고, 해양공원엔 사람이 없다.



안개에 가린 건물들.


바닷바람이 차다. 상해에서 겨울에 탔던 유람선이 생각났다.


이쯤부터 카메라 렌즈에 먼지가 낀 것을 발견하고 신경이 쓰였다.



블라디보스톡에는 큰 정교회 사원이 두 군데 있다고 한다. 그 중 한곳.


하늘이 파랬으면 더할나위 없었겠지만,


이 독특한 건축양식을 직접 보기 위해 선택한 러시아 여행인 만큼


나름대로 만족했다.



포크로브스키 정교회 사원.


조금 더 큰 정교회 사원이다.


정면에는 니콜라이2세라고 적혀있는 흉상이 있다.


회색 하늘아래 빛나는 지붕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옆에 딸린 작은 건물.



계속 걷고 걸어 블라디보스톡 혁명광장에 닿았다.


뒤편으론 안개에 가린 도시가 분위기 있다.


실제로 보면 안개가 구름처럼 흘러가는 것이 보인다.


최근들어 안개하면 런던 스모그 양쪽 뺨을 후려치는 서울의 미세먼지만 생각하는 나로서는


아무래도 찝찝했다. 검색해봐도 금방 알 수는 없었다.


다만 중국 동북부 대기 질이 최악인 것을 감안했을 때


이 곳의 공기가 좋을 턱이 없다는 느낌만 가졌다.


거기에 더해 자동차 매연.


도로 가까이 서면 오래된 차에서 나는 매연냄새가 코를 찌른다.


마스크를 끼고 다니는게 이로울 것 같다.



다리가 아파 아무렇게나 들어간 카페에서 굉장히 친절한 직원을 만났다.


더듬거리며 러시아어로 된 메뉴판을 뒤적거리는 우리에게 영어 메뉴판을 제공하고,


혹시 불편한 것이 있을까 돌봐주던 직원은


이 안개 가득한 도시의 인상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


생각보다 맛있던 커피와 당근케익은 덤.



외출시에도 들고다니는 세모와 지지.


이름 뜻은 만든사람 말고는 모른다.



카페에서 몸을 좀 녹이고 당을 충전해서 나오니 오후 2시쯤 되었다.


이때 나와서야 알았다.


블라디보스톡에선 오후 2시는 되어야 그림자가 진다.


조금 흐린 날씨를 감안해도 꽤 따뜻해진 날씨와 늘어난 인파에


기분이 좋아졌다.



과일가게.


한국과 비교해 그리 저렴하진 않지만 신선해 보인다.



내리쬐는 햇살에 신나서 도시를 한바퀴 다시 돌기로 했다.


아르바트 거리는 오늘로 벌써 두 바퀴 째.



다시 찾아간 해양공원에서 분위기 좋은 언니 한분.


블라디보스톡은 작은 도시이다. 맘먹고 30분이면 한바퀴를 다 돌 수 있다..


걷는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좋은 일이다.



아침 11시와는 비교가 안되는 인파와 하늘색.


뒤에 보이는 관람차(?)는 운행중이다.


100루블이라고 써있었는데 추울것 같아 구경만 했다.



저녁은 마트에서 사다가 먹었다. 


클로버하우스 지하에 있는 마트에서는 거의 뷔페급으로 음식들을 g단위로 판다.


빵도 몇개 사다가 먹었는데 맛이 없어서 사진도 없다.


게다가 라면을 싫어하는 나는 이미 도시락 라면에 질려버렸다.


그런데 저 밥과 반찬들, 아주 맛있다.


이렇게 한 상에 대략 350루블 정도 들었던 것 같다.



저녁을 먹고 널부러져 있다가 독수리전망대로 야경을 보러 나왔다.


해와 함께 기온이 떨어지니 안개가 다시 도시를 덮고있었다.


몸에 안좋은 안개이지만 덕분에 가로등 불빛이 아름답게 번진다.


윤동주는 가로등을 도시의 진주라고 표현 했었다.


이 타이밍에 윤동주를 한 편 읽지 않을 수 없다.




거리에서


윤동주



달밤의 거리 

광풍이 휘날리는

북국의 거리 

도시의 진주

전등 밑을 헤엄치는,

조그만 인어 나.

달과 전등에 비쳐 

한몸에 둘셋의 그림자

커졌다 작아졌다,


괴롬의 거리

회색빛 밤거리를

걷고 있는 이 마음,

선풍이 일고 있네.

외로우면서도

한 갈피 두 갈피,

피어나는 마음의 그림자,

푸른 공상(空想)이

높아졌다 낮아졌다.


_1935. 1. 18





돌아오는 길의 작은 개선문(?)



상당히 유럽같은 야경.


괜찮은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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