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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하바롭스크 행 기차 안에 있다.

현재 시각은 오후 10시 35분.

오후 5시에 출발한 기차는

이쯤 가고있다.



길 위의 인터넷 사정으로 이 글을 언제 올릴지는 모르지만


딱히 할 일도 없으니 적어본다. 오늘은 아침까지 비가 내렸다.

새벽부터 시작된 덕분에 기분좋게 잘 수 있었지만

체크아웃 시간이 가까워 오자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양치를 하고

청소를 하고

쓰레기를 한데 모아서 묶어두고

블라디보스톡과 이별할 채비를 마쳤다. 좀처럼 그치지 않는 빗속을 뚫고

숙소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나름대로 유명한 커피집이라고 했다.

아메리카노와 카푸치노를 시켰다.

둘이 합쳐서 130루블.

시럽을 넣으려면 28루블을 추가해야 한다는 말에

그냥 마셨다.

비가 그치고

기차에서 먹을 저녁거리를 샀다.

빵과, 산딸기 잼과 이름모를 햄 그리고 먹다 남은 크림치즈.


그리고 탄산수 한 병을 구입했다.

물인줄 알고 샀는데 탄산수였던 것이

벌써 두 번째다.


탄산수!!!!!!!!!!!!!!!!!!!!!!!!!!!!!!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는데 다시 한번 알아본다는게

귀찮기도 하고,

탄산수를 평소에 좋아하기도 해서 불만은 없다. 어쨌건 쇼핑한 저녁거리는 기차에서 순서대로 쌓아서 먹는다.



빵 하나에 산딸기와

빵 하나에 크림치즈

그 사이에 햄 한덩이, 한덩이..



기내식으로 먹었던 비프샌드위치보다 맛있어서

방금 전에 두 개나 먹어버렸다.

비가 그친 항구도시는 여전히 안개속에 있었다.

장을 보고 높이 가자는 대로 중국음식 뷔페를 먹었다.

찹쌀탕수육이 맛있어서 놀랐다.



가격은 1인당 250루블. 가치가 있다. 우습게도 몇 년 전 인도 여행중 먹었던 음식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은

탄두리 치킨도, 내가 좋아하는 온갖 향신료와 난도 아닌

캘커타에서 여행 마지막에 먹었던 중국음식이었다.

보름 가까이 닭고기와 양고기에 시달리던 나는

돼지고기가 그렇게 맛있는 고기인 것을 그때 처음 알았더랬다.

물론 나는 향신료도 좋아하고, 캄보디아에 1년 살던 때도

딱히 한국음식을 찾지는 않았었다.

타이밍과 임팩트의 문제이겠지...


이건 길에서 본 라엘리안 전단지.. 톰 형 보고있지?


아무튼 중국음식을 배부르게 먹고 우리는

초행길에 실수할 것을 고려해 세 시간 일찍 기차역으로 향했다.

하바롭스크로 가는 기차는 좌석을 택했다.

가격이 저렴하기도 하고

좌석기차 후기가 잘 보이지 않아서

한 번 타보고 싶었다.

다섯시간 넘게 타고 이동 중인 현재까지의 감상은

13시간정도는 타볼만 하다.

앉아서 자는것도 괜찮고

샌드위치 만들어 먹는 것도 불편하지 않다.

높은 계속 앉아서 가니까 허리가 좀 아프다고는 한다만..

아, 그리고 뒷좌석 쪽으로 앉으니

담배냄새가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

아무튼 이제 잠깐 자고 준비해 온 컵라면까지 까먹으면

다음 도시에 상당히 근접할 것이다.

하바롭스크는 아무르 강을 끼고 있는 곳이다.

바닷가와 이별하고 강가로 가는 길 위에서

역시나 윤동주 한 편을 읽지 않을 수 없다.



이별


윤동주


눈이 오다, 물이 되는 날
잿빛 하늘에 또 뿌연 내, 그리고,
커다란 기관차는 빼-액- 울며,
쪼끄만, 
가슴은, 울렁거린다.


이별이 너무 재빠르다, 안타깝게도,
사랑하는 사람을,
일터에서 만나자 하고-
더욱 손의 맛과, 구슬 눈물이 마르기 전
기차는 꼬리를 산굽으로 돌렸다.


_1936. 3. 20



최고다 윤동주..ㅠㅠㅠㅠㅠㅠ

블라디보스톡에 다녀가셨나....



모스크바까지 9288 킬로미터, 제가 한번 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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