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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29일, 토요일.


오늘은 원형극장에서 열리는 오페라 공연을 보러 가기로 했다.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문의해본 결과 인터넷에서는 티켓 예매가 불가능하고 


극장 앞에 임시로 열리는 매표소에서 구입해야 한다고.


더 알아보니 여유가 있으면 인터넷에서 구입하는 방법도 없지는 않더라.


어쨌든 우린 선택의 여지가 없으므로 원형극장으로.



어제 그 녀석.



앞에 앉아서 쳐다보거나 말거나



등 뒤에서 사진을 찍거나 말거나 부동자세를 유지한다.


뒷발이 탐스러워 보여서 젤리를 만지작 거려 보아도


좀 귀찮아 하기는 해도 별 반응이 없음.



그리고 또 다른 녀석.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이 곳에도 길거리 군데군데 길냥이들을 위한


사료통과 물그릇이 놓여져 있고, 사람을 겁내지 않는다.


아무튼 오페라 티켓 종류는 15레바, 20레바, 30레바 짜리가 있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15, 20 레바짜리 자리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당연히 20레바 짜리로 두 장.


원형극장에서, 그것도 괜찮은 자리에 인당 10유로면 거의 거저먹기다.



표 구입하고, 기다리는 동안 케밥.


지나다니며 눈여겨 보던 케밥집에서 사먹었는데,


이게 또 인생케밥이다.


중간사이즈로 해서 가격이 3.5레바? 3레바? 쯤 했던 것 같은데


고기 양이..........


거기다 안에 채소와 감자튀김까지 넉넉히 들어있어서,


탄산 음료 하나랑 먹으면 배가 엄청나게 부르다.


실제로 높은 다 못먹고 남김.


맛도 있는데다 양도 장난 아니고..


불가리아 최고시다.



그렇게 좀 기다리다 보니 입장시간이 됐다.



선착순 입장이 아닌 지정석이라 빨리 들어갈 필요가 없음.


뉘엿뉘엿 해 넘어가는 하늘을 구경했다.



티켓과 간단한 짐검사 후 입장.



이미 오케스트라는 조율을 마쳤다.



그림이나 영화에서만 보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져 있다.


해질무렵 식어가는 원형 극장에 둘러앉아, 오케스트라를 앞에 두고.



공연 중엔 사진을 찍지 말아달라고 해서 찍지 못했으나,


곧 저 하늘 위로 달과 별이 뜬다.


고대 극장의 흔적 위에 흐르는 달과 별은 무대장치인양 오페라와 잘 어우러졌다.



인터미션 30분을 포함해 총 3시간 가까운 공연시간.


내 인생 첫 오페라 관람이 끝났다.




알고보니 오페라 아이다는 한국에선 잘 공연되지 않는 작품이란다.


불가리아 어와 영어 자막이 나오지만, 우리 자리에선 보이지 않아


핸드폰으로 가사를 검색해 따라가며 봤다.


굳이 이탈리아어를 못알아들어도 배우들 표정이나 음악으로 감정정도는 읽히니까


감상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도 같다.


여기에 오페라 줄거리를 적을 필요는 없을것 같고,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음.


앞에도 적었지만 달과 별이 하늘에 떠있었고,


가끔 관중석을 타고 새가 날고, 옆으로 고양이가 지나가고.


공연이 끝날 무렵에는 풀벌레가 울고 있었다.


아, 이것이 로마인의 기분인가!



이 기세를 몰아 집에 와서 와인을 한 병 마시고 잠들었다.


크래커에 염소 치즈를 추가해 먹으니 꼬랑꼬랑한 것이 와인 안주로 제격.


그리고 다음 날,


2017년 7월 30일, 일요일.


이스탄불로 넘어가는 버스는 내일 밤에 있지만,


사실상 오늘이 유럽 일정의 마지막 날이다.



플로브디프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언덕이 있다고 해서 올라가 보기로 함.



지하도로 내려가는 길에 그려져 있던 그림.



갑작스런 등산 코스를 5분 정도만 오르면,



이런 언덕이 나온다.


더워서 숨이 막히는데다 이렇게 올라왔는데도 바람이 시원하지가 않아 힘들다.



원래는 요새나 성벽이라도 있던 자리인지, 돌무더기들.



그리고 신성모독.



한바퀴 빙 둘러서 플로브디프의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모두 볼 수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인상적인 곳은 아니었음.



올라왔던 곳에서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면, 불가리아 전통 가옥들이 보인다.



이런 곳이 있는줄도 몰랐는데, 전통 가옥을 개조해 호텔이나


음식점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물론 거주용도로 쓰기도 하고.



이 전통가옥 거리를 따라 내려가면 구시가지가 나온다.


해서,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산책 시작.



그리스에 들어오면서부터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던 정교회 성당.


터키를 시작으로 한동안은 중동 국가에 머물 예정이니 못만나게 되겠지.



불가리아 전통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소피아에 머물렀던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여기에서 사진을 찍었다는데,


퀄리티가 괜찮은 편이었다.


미리 알았다면 물가 저렴한 불가리아에서 이 체험을 하고 오는 건데.



골목은 그리 길지도 복잡하지도 않게 이루어져 있었다.



중심가로 넘어가는 지하도의 풍경.


러시아만 해도 이런 지하도가 무서워서 빠른 걸음으로 통과 했는데,


그게 벌써 4달 전의 일이다.



이젠 제법 익숙해진 중심가로 나와



4.6레바 어치 아이스크림도 사먹고(벨리코 투르노보에 비해 그냥 그랬다),



1.2레바짜리 버섯 피자도 사먹고



집으로 돌아가 마지막 여유를 즐겼다.



그리고 다음 날, 버스 정거장으로 가기 전 그 맛을 잊지 못해 또 사먹은 케밥과


양념된 밥+닭다리. 저만큼이 1.5레바인가 2레바인가 했음.


이렇게 맛있고 많을 줄 알았으면 매일 밖에서 사먹을 걸 그랬다.


혹시 불가리아에 가실 분들은 케밥과 아이스크림 꼭 사서 드세요.


혜자 그 자체입니다.


콜라만큼 저렴한 맥주도 잊지 마시고...


저희는 터키가 술을 많이 못먹고 있거든요 ㅠㅠㅠㅠㅠ


아무튼, 4월 마지막 날에 들어와 7월 마지막 날까지 버틴 유럽 여행은 여기서 끝!


다음 글부터는 터키로 갑니다.


또 만나, 불가리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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