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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8일, 수요일.


크루즈 선에서 아침일찍 체크아웃 한 우리는 미리 예약한 룩소르 서안투어를 시작했다.


일인당 45파운드(입장료 별도)에 예약을 했는데 이게 웬걸,


12인승 봉고차 안에 가이드와 운전기사, 그리고 우리 둘 밖에 없는 상황.


우리와 같은 투어를 예약한 것으로 보이는 프랑스인 노부부는 가이드에게 뭔가


화를 내며 결국 차에 오르지 않았다.


졸지에 시작된 봉고차 프라이빗 투어.


가장 먼저 멤논의 거상 앞에 우리를 내려준다.


지진 이후로 생긴 균열에서 묘한 소리가 나곤 했다는 멤논의 거상.


뜬금없지만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흔적이 남아있는 이 석상들은 신전을 잃고


덩그러니 앉아있었다.



그리고 왕가의 계곡.


피라미드를 비롯한 이집트 왕가의 무덤은 극심한 도굴에 시달렸다.


그도 그럴것이 누가봐도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무덤이니(...).


보석의 소실은 그렇다 친다 하더라도 부활을 위한 미라의 훼손 및 도굴은


이집트 왕가로선 참을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룩소르 나일강 서쪽의 계곡.


입구에서 입장료를 지불하고도 한참을 더 들어가야 무덤임을 알 수 있는 곳이다.


태양이 지는 나일강 서쪽에 위치한 왕가의 무덤.


기자의 피라미드 역시 나일강 서쪽에 위치한 걸 보면 


왜 이 곳이 죽은 자들의 땅이라고 불리는지 이해하기 쉽다.



왕가의 계곡 입장료는 성인 160파운드. 학생은 80파운드이다.


입장료를 내면 구입하면 무덤 중 세 곳을 들어갈 수 있는 입장권을 준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는 가이드가 시키는 대로 이동.


사진권은 150파운드인가를 내고 따로 구입해야 한다.



열심히 설명해주는 가이드 언니를 따라다니며 구경했지만


그다지 머리속에 남아있는 건 없다.


주로 이집트 인들의 내세관이나 하늘에 대한 개념이나 이런 이야기들이었는데...


결론은 현실은 시궁창이라 이 쪽 무덤들도 도굴꾼들에게 탈탈 털리고 미라는


불태워졌다는 슬픈 이야기..



다음으로 콥틱 기독교도 운전기사는 우리를 하셉수트 장제전 앞에 내려준다.


다큐에서 자주 만났던 여성 파라오. 호전적인 여장부 타입의 파라오이자


18왕조 번영을 이끌었던... 이라고는 하지만 머리속에 잘 들어오진 않는다.


눈에 들어오는 건 다만 웅장한 절벽을 두른 신전의 모습.



사진만 보기에는 어마어마하게 더워보일 수 있으나,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드는 11월 중반의 이집트 여행은 쾌적 그 자체다.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초봄과 비슷한 날씨.


터키와 요르단에서 욕을 욕을 해 가며 햇살과 싸우던 것도 옛날 이야기가 되어


우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신전 구경에 나선다.



귀여운 사이즈의 스핑크스.


시멘트로 여기저기 덧대놓은 모습에 옅은 미소를 보니 안스럽다기 보다는.




하셉수트 장제전은 상대적으로 보존상태가 좋기로 유명하다.


신전 앞 석상의 머리들이 남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무슬림들이 이쪽은 발견을 못한건지.



왕가의 계곡도 피라미드도 털릴만큼 털려 유물들이 유출된 상태라 안습이지만,


입구의 석상 상태가 좋은 것 만으로도 내가 다 위로가 된다.


하셉수트 장제전은 '장엄 중의 장엄'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하셉수트라는 이름의 뜻이


'가장 고귀한 숙녀'인걸 보면 꽤 좋은 이름 선정이다.




암벽을 통째로 깎아 만들어 낸 신전에는 하셉수트 자신의 탄생설화가 새겨져 있다.


가장 최근에 보았던 관련 다큐에서는 여성 파라오로서의 정당성에 컴플렉스가


있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꾸며냈다고 했는데, 가장 최근의 연구결과는


딱히 그렇지는 않다고.



신전 내부에는 아문 신과 아누비스 제실 등이 남아있다.



신전 앞에서 바라본 절벽.


아부심벨 신전도 그렇고 절벽을 통으로 깎아 신전을 만드는 클라스는


페트라의 그것과 비슷한 감동을 준다.





가이드는 내부까지 따라오진 않고 밖의 카페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덕분에 별다른 설명 없이 신전을 한바퀴 돌아본다.


중간중간에 영어 가이드가 설명을 하면 얻어 듣는 정도.


미리 다큐를 보고 설명을 또 들었지만, 역시 이런 지식들은 그때뿐이다.


기억이 안남.




그래도 이집트에 머물면서 다닌 신전 중에 하나만 뽑으라면 나는 이 곳을 택하겠다.





그래도 룩소르 관광을 하려는 분들은 다큐를 한 두개 찾아보고 오면 재밌다.


우리는 세계테마기행? 하나와 다른 다큐 하나를 보고 갔었는데


특히 룩소르 설명을 잘해준 다큐라서 도움이 많이 됐다.



딱히 시간을 정해주지 않은 사실상의 프라이빗 투어라 보고싶은 만큼 볼 수 있어


더 좋은 시간이었다.


중간에 돌을 깎아 만드는 기념품 가게? 비슷한 곳을 들르는데


거기서도 우리 둘뿐이니 거의 시간을 쓰지 않았다.


물론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선 기사와 가이드에게 팁을 나름 후하게 챙겨줬음.


점심 먹기전에 끝나는 룩소르 서안투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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