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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29일


어제는 비를 맞으며 밤늦게 숙소를 구하고 또 다음날 에스토니아로 넘어가는 티켓을


구하고 씻지도 못한 채 쓰러져 잠들었다.


호텔 입장에서 우리는 최고의 손님일 것이다. 사용한 것이라곤 수건 한 장 뿐이니.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떠나던 날까지 비를 선물해 주었다.



아마도 폴란드에 갈 때까지 이용하게 될 에코라인 버스.


배낭과 함께 비를 맞으며 도착한 정거장에선


시간이 안되었다는 이유로 비내리는 바깥에 우리를 비롯한 승객들을 세워두고


안에서 티타임을 즐기는 운전기사와 승무원(?)을 만날 수 있었다.


이게 무슨상황인가 하고 주위를 둘러보아도 다들 얌전히 비를 맞고 있음에


두 번 연속 충격.


아,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납득하고 한 10분 더 비를 맞았다.


약 열흘간 우리의 발이 되어줄 에코라인 버스는 높이 예약했다.


그래서 난 어떻게 예매하는 게 편한지 잘 모른다.


다만 어플은 없는것 같고, 인터넷으로 편하게 결제가 되었던 것 같다.



버스 내부의 모습.


우등버스처럼 넓은 편은 아니고 일반 좌석버스라 의자를 기울이는데 눈치가 보인다.


의자도 그리 편하지는 않고.. 뭐 그래도 가격을 보니 굉장히 저렴하다.


커피도 무료로 제공하고 화장실도 깨끗하고.


동남아에서 국경을 넘던 추억을 되새겨 보았을 때 이정도면 왕궁이다.


게다가 버스에서 와이파이를 제공하며



자리 앞에 위치한 터치모니터도 인터넷이 된다.


속도는 그냥.. 블로그 글 작성하기 적당한 정도?


거기에 무료 영화까지 매우 많이 제공하고 있어 여행길이 지루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우린 비를 엄청 맞은 몸.


방수가 되는 바람막이 덕에 젖지 않은 티셔츠에 감사하며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잠들어버렸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에스토니아 국경까지 대략 네시간.



국경에도 비는 내리고 있다.


입국 절차는 별거 없다.


핀란드로 넘어가는 경우에는 짐검사를 철저하게 한다고 들었는데,


이곳은 그렇지도 않고 여권을 보여준 후 목적지와 방문이유만 말해주면


바로 도장을 찍어준다.


혹시 몰라 에어비앤비 창과 이후의 티켓과 짐검사 준비까지 한 내 노력이 의미없다.



입국 절차를 마치면 버스는 바로 출발한다.


거의 8시간 가까운 여정 이었는데 휴게소 비슷한 곳 한 번을 안들른다.


솔직히 운전기사의 상태가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동남아에서 보면 몇 명이 돌아가면서 운전 하던데,


여기는 안그랬던 것 같아서.. 아조씨 졸지 마세요.....



어찌됐든 국경은 넘었다.


넘자마자 무려 영어로 된 간판이 눈에 띈다.


중국에서도 느꼈던 감정인데, 영어가 보이거나 통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이제 키릴문자와 무표정한 러시아어 의사소통에서 해방이다.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 30분 이었다.


바로 돈을 뽑아 코인락커를 이용할 셈이었으나,


지폐를 동전으로 바꿔주는 기계가 보이지 않는다...!


해서 그냥 짐을 짊어지고 숙소로 이동하기로 한다.



진짜 유럽에 진입하니 트램도 깨끗하다.


12시가 가까운 시각에도 시간표에 맞춰 와주는 트램덕에 살았다.



트램 내부. 한 번 이용하는 데 2유로라고 적힌 표지판을 보고


돈을 지불하려고 쭈뼛거리는 우리에게


한 에스토니아 커플이 돈 낼 필요가 없다고 한다.


왜냐고 물으니 밤이라서 그렇다고....


머리 위에 물음표가 잔뜩 떴지만 현지인이 그렇다니 그런가보다 한다.


하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 해보니,


에스토니아 시민들은 탈린에서 이용하는 모든 대중교통이 무료이다.


실제로 다음날 트램을 이용할 때도 아무도 돈을 받지 않아 난감했다.


결국 기사아저씨가 있는 곳까지 가서 지폐를 밀어넣고서야 겨우 돈을 낼 수


있었는데, 거의 모두가 무료로 이용하는 교통이라 돈 내는 행위 자체가


익숙하지가 않을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사진은 도착한 날 머물렀던 에어비앤비 숙소.


엄청 낡은 집을 제법 빈티지하게 꾸며놓아서 꽤나 분위기 있던 곳.


하지만 새벽에 도착한 우리는 그런거 누릴 틈 없이 바로 씻고 잠들었다.


낮에 비를 꽤 맞은데다가 숙소까지 오는 길은 온통 눈밭에


내일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흐리고 눈이 내린다.


이놈의 봄은 언제나 오려나,


그렇게 생각 하면서 잠수.



이튿날, 늦잠을 자고 체크아웃을 한 우리는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해 코인락커에 짐을 몽땅 넣었다.


탈린 버스정류장의 코인락커 이용가격은 24시간에 단돈 2유로.


벌써부터 러시아보다 물가가 싸다.


짐을 맡기고 배가고픈 우리는 바로 보이는 마트에 들어가 급한대로


빵을 사먹었다. 위 사진은 그 때 사먹은 우리돈 500원짜리 피자빵. 두 개 먹었다.



밤 사이 눈은 거의 녹았지만 하늘은 여전히 우중충 하다.


간간히 빗방울도 떨어지고 우박도 떨어진다.


살면서 이렇게 우박을 자주 맞은적이 있던가 했던게 며칠 전인데


바로 또 우박이 내 뺨을 때린다.


아프다.



탈린은 작은 도시라 걸어서 여행하기에 부담이 없다.


버스터미널에서 20분 정도 걸어 도착한 올드타운 앞 꽃가게.


러시아도 그렇고 이쪽도 그렇고 꽃을 참 좋아한다.


들으니 대부분 수입이라던데..



사진에서 많이 보던 Viru Gate.


날이 궂은데도 관광객이 많이 보인다.



개일듯 개일듯 한 하늘이 밀당을 시전해 아직 카메라는 꺼내지 못했고,


대강 아침을 때운 탓에 배가 많이 고픈 우리는 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올데 한자>와 함께 탈린 구 시가지에서 유명한 식당 <페퍼색>.


향신료 상인이던 페퍼색의 이름을 따 지었다고 한다.


올데한자의 음식은 호불호가 갈리고, 무엇보다 너무 비싸다는 말에


우리는 페퍼색으로 들어갔다. 드물게 망설이지 않고 들어간 것 같다.



내부는 중세 느낌이 나게 꾸며져 있다.


사진에서 보았던 올데한자의 인테리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우리 테이블을 담당했던 직원이 영어도 잘하고 잘 웃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이 곳의 종업원들은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한자동맹 시절의 옷을 입고있다.


성수기에는 칼싸움 하는 퍼포먼스도 보여준다고 하던데.


그런 이벤트를 진행하기에 탈린은 아직 조금 춥다.



우리는 2층 난간(?)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사진에 보이는 파란 옷의 직원이 우리 테이블 담당.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되었는지 우리가 뭘 물어보면


내려가서 확인하고 올라오느라 고생을 좀 했다. 굉장히 친절하고, 잘 웃고.


해서 높 몰래 팁을 좀 주고 나왔다.



종업원이 입고있는 옷이 잘 나와서 일층 사진 한장 더.


저렇게 중세풍으로 입고 생글생글 웃고있으면 러시아에서 얼었던 마음이 녹는다.


우선, 메뉴를 구경하기에 앞서 맥주를 시켰다.



나는 그냥 제일 위에 있는 맥주로,


높은 이 식당에서 유명하다는 꿀이 들어간 맥주로.


관광지이고 유명한 식당이라 그런지 맥주값이 비싸서 각각 한 잔씩 밖에 못마셨다.


맥주가 맛있고 음식과 잘 어울렸는데 좀 아쉽다.



(이제는 꼬질꼬질해진)지지와 세모.


날이 추워서 밖에서는 꺼내 찍을 엄두가 안난다.


날 좀 따뜻해지면 손빨래 해줄게 얘들아..



식당 내부는 전체적으로 조명이 어둡다.


테이블에 밝혀진 촛불이 분위기 있다.



식사에 앞서 무료로 제공되는 빵과 버터.


버터에도 꿀이 좀 들어간 건지 달달했다.



빵에 이렇게 바르면 이것만으로도 훌륭한 맥주안주..!



메뉴를 각각 하나씩 주문했다. 이 사진은 내가 주문한 돼지고기 요리.


삶아서 익힌 후 구운 것으로 보이는 돼지고기에 절인 양배추, 비트, 익힌 감자와


크림소스, 그리고 샐러드가 곁들여진 식사이다.


탈린의 전통 음식이라고 해서 시켜봤다.



높이 시킨 연어 구이.


어두운 실내 탓인지 배가 고파 마음이 급한 탓인지 사진이 흔들렸다.


보이는 하얀 소스는 타타르 소스.



돼지고기는 뒷다리나 앞다리살인 것 같은데,


부드럽게 잘 익혔다. 간도 잘 배어있고.


퍽퍽하고 양이 적어보였는데 보기보다 든든해서 만족.


크림소스에 찍어서 감자와 함께 먹으니 관광객이 된 그런 기분!



하지만 전통식이고 나발이고 연어가 훠어어어어어얼씬 맛있었다.


해산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가 고기 한조각과 연어 한조각을 바꿨을 정도.


크기도 두툼하고 딱 봐도 신선해 보이는데다 냄새도 안난다.


이럴줄 알았으면 내가 연어를 시킬 걸 후회해도 늦었다.


그래봐야 연어 스테이크 비슷한 거겠지 했던 나는 입을 조심하는 게 좋겠다.



페퍼색의 화장실 내려가는 길.


혼자 내려가기 무서워서 사진이라도 찍어봤다.



천천히 만족스럽게 식사를 하고 나왔는데도 아직 하늘이 꾸물꾸물 하다.


페퍼색 맞은편에는 올데한자가 위치해 있다.



역시 중세풍 옷을 입고 호객행위를 하는 올데한자 직원.


러시아와 비교해서 확실히 호객행위가 늘은것을 보니 관광지가 맞기는 하다.



그리고 그 앞에서 팔고있는 꿀 아몬드.


별건 아니고 에스토니아에서 유명한 꿀에 아몬드를 버무려 주는 것이다.


원래는 사먹을 계획이었으나 식당에서 식사를 너무 배부르게 해서


식욕이 없다. 꿀이 유명하다니 나중에 꿀만 사먹기로 하고 그냥 넘어갔다.



천천히 골목길을 따라 걷는다.


이 정도의 골목길은 서울에도 있으나 인구밀도에서 차이가 너무 심하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천천히 걷다보면 한쪽에선 바이올린 소리도 들리고


기타소리도 들린다.



시청 광장으로 나와봤다. 하늘이 눈에 띄게 맑아지고 있다.


최소한 더 이상 비는 내리지 않으니.


찬바람이 불기는 하지만 이정도면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 싶은 날씨다.



다시 골목길을 따라 걷는다.


익숙한 팝송을 바이올린으로 연주해 주는 아저씨 덕에 골목길이 걸을만 하다.



바이올린 아저씨... 인 줄 알았으나 아줌마 근접샷.


몇 시간을 저 자리에서 계속 연주하셨다.


내가 유럽뽕을 갑자기 맞은 걸 수도 있는데,


이곳으로 넘어오니 이런 거리공연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게다가 웃고있는 사람들이 많다!


강아지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산책하는 가족도 많이 보이고.


나도 덩달아 여유가 생겨 찬바람 속을 유유히 걷는다.



상점도 찍어보고



일기예보가 빗나간 하늘을 찍어보기도 하고.


사진은 노르웨이의 왕 올라프 2세에게 헌정된 성 올라프 교회.


첨탑이 워낙 높아 중세 이후로 벼락만 10번을 넘게 맞았다고 한다.



이 건물은 Viru Gate와는 또 다른 문이라고 한다.


이름은 Great Coastal Gate. 바닷가 쪽으로 나 있는 문이라 그런 이름이 붙은 듯.


Viru Gate와는 다르게 뚱뚱한 탑이 있다.



날이 흐리면 올라가지 않으려고 했던 전망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종종 이런 꼬마기차(?)가 지나는데 어떻게 타는지를 몰라 사진만 찍었다.


사진에 보면 옛 거리를 복원하느라 도로가 전부 벽돌로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설마 그럴일은 없겠지만 하이힐을 신고 왔다간 큰일이 날 것 같다.



전망대 가는 길에 있던 정교회 건물. 이 성당도 알렉산더 네브스키 성당이다.


그래도 러시아 여행을 열심히 다녔다고 정교회 건물을 보니 반가웠다.



정교회 건물 뒤편에 위치한 성 마리아 교회.


교회라고 이름이 붙어있는 것을 보니 카톨릭이나 개신교 건물인가보다.


북유럽이나 동유럽은 로마에서 멀리 떨어져있기도 해서 기독교화가 늦게 되었을 텐데


지나다니면서 꽤 많고 큰 교회 건물들을 볼 수 있었다.



전망대. 탈린 시내와 저 멀리 발트 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이제는 하늘이 거의 개어서 햇살이 따가울 정도.



파노라마 사진.


구 시가지를 복원하며 옛날 컨셉에 맞췄기 때문인지 지붕 색이 다 같다.


이렇게 보면 어릴때 했던 게임에 나왔던 도시 같기도 하다.


에스토니아 라는 나라랑 제목도 비슷하고..



담장에 당당히 서서 사람을 구경하던 갈매기.


잠시 후에 엄청난 인파의 단체 관광객이 몰려왔음에도 아랑곳 않고


꿈뻑 꿈뻑 우리를 구경한다. 이렇게 가까이 카메라를 대도


뒷걸음질 한 번 치지 않는 바다사나이 탈린갈매기.



가족여행을 온 듯한 꼬맹이 둘의 뒷모습.


살짝 보이는 지붕이 예쁘다. 오랫동안 봐도 질리지 않아서


잠깐 서서 멍을 때렸다.



내려오는 길.


아직 체력이 다 회복되지 않은 우리는 이정도만 둘러보고 도시를 빠져나가기로 했다.



성벽



극장(?)을 홍보하던 언니.


옷이 너무 예뻐서 사진도 찍고 괜히 가서 설명도 듣고 했다.


사진으로 다시 봐도 옷이 딱 내취향..



시청 앞 광장과 별개로 있는 자유의 광장.


에스토니아 근현대사에 있어 의미가 큰 광장이다.


사진에 보이는 기념탑은 제정 러시아로부터 에스토니아가 독립한 것을 기념해


세워진 것이다.


물론 이후에 세계대전을 겪으며 소련으로 편입되기는 하지만..


90년대에 소련이 무너진 후 에스토니아 사람들은 독립국가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야 당연하지.



자유의 광장에서 시청 광장방향에 있는 성 요한 교회.


이름만 교회이고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나오면서 보니 꿀아몬드 호객행위를 하는 직원이 하나 늘었다.


손님도 늘었으니 이만하면 이득.



Viru Gate를 향해 나오는 길.



구 시가지에서 마지막으로 찍은 성벽.


몸과 마음이 피곤한 상태로 만난 탈린은 꽤나 내게 위로가 되어주었다.


아침에 잠깐 마주친 호스트도 그렇고 음식점 직원도 그렇고.


심지어 버스 검표를 하던 에코라인 직원까지도 눈물나게 유쾌하고 친절했다.


역시 나쁜남자의 츤데레도 좋지만


꾸준히 잘해주고 잘 웃어주는 사람이 더 편안하고 좋다.


생각 외의 좋은 대접을 받아 이미지가 수직상승한 에스토니아 덕분에


라트비아로의 국경을 넘는 버스에서는 편하게 잘 수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하룻밤은 살짝 아쉽다.


다시 올 일이 있을지는 몰라도 일단 재방문 리스트에 적립은 해둔다.


그리고, 이제 러시아에서 사온 식료품과 물도 다 먹어버렸으니


어떤 의미에선 진짜 러시아 여행이 끝나기도 했다.


다음 도시는 발트3국의 중간 국가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


조금씩 이지만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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