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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4일 계속.
집으로 돌아오면서 집근처 대형마트를 들렀다.
저녁거리와 함께 디저트를 구입했는데,
리투아니아의 물가는 보면 볼수록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저렴하다.
집에 돌아와선 트라카이 찬바람 맞으며 걸은 우리를 위로하며 티타임.
바람이 차고 날이 안좋고 하니까 지지와 세모는 실내에서만 꺼내게 된다.
쿠키를 제외하고 두 종류의 케익이 합쳐서 1.6유로.
여기는 케익도 그램 단위로 달아서 판매한다 ㅋㅋㅋㅋ
저게 각각 100? 150? 그램정도 되었던 것 같다.
홍차는 러시아에서 구입해 넘어온 로얄 얼그레이.
잔뜩 사오길 잘했다 싶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높이 사온 이름모를 케익과
내가 사온 티라미수, 그리고 산딸기 잼이 올라간 쿠키.
저 쿠키를 러시아에서부터 나 혼자 1kg은 먹은 것 같다.
10년도 더 전의 몽골여행의 추억을 자극하는 맛이라 나도 모르게 손이 간다.
이케아 덕후 호스트 답게 차주전자도 전부 이케아.
아, 그런데 가격을 비교 해보니 차는 러시아에서 사오는 것보단
탈린에 넘어와서 사는것이 아주 조금 더 저렴했었다.
혹시 우리와 비슷하게 다니시는 분들은 알고계시면 좋을 듯.
차를 우려놓고 쿠키와 케익을 먹으며 각자 할 일을 한다.
블로그도 쓰고 책도 읽고 사진 보정도 하고.
여행 중 남는 틈 사이로 천천히 흐르는 시간, 이런 사치가 최고시다.
케익이 저렴하다고 맛이 없느냐면 그렇지 않다.
누가 뭐라고 해도 여긴 유럽이다. 빵순이들의 성지 유럽.
그냥 먹을만 한 정도가 아니라 맛있다. 게다가 유제품들이 저렴하고 품질이 높아서인지
아주 진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차를 마시며 또 한 두 시간.
실컷 뒹굴거렸으면 이제 저녁을 먹어야 한다.
내일 떠나야 하니까 남은 식재료를 다 처리해야 한다.
어제 샐러드를 만들어 먹고 남은 푸실리로 미트볼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저렇게 먹고도 결국 푸실리가 남아 집 찬장에 넣어두고 왔으니,
0.35유로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는다.
역시 한 캔에 1유로도 안하는 맥주와 함께.
독일식 필스너 맥주라길래 사서 마셨는데 나쁘지 않았다.
다니면서 유럽애들한테 말을 들어보면,
나름대로 본국 맥주와 브루어리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종류도 매우 다양하고.
물이 안좋은 유럽대륙에선 나라마다 발달한게 당연한 일인가, 싶지만
1유로짜리 맥주 앞에서 그게 무슨 의미. 맛있게 먹으면 된다.
물론 미트볼은 크게 만들어 넣었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섞어서 500g에 2유로? 정도 들었던 것 같다.
저 만한 크기의 미트볼 8개를 만들어 4개씩 나누어 먹었다.
밖에 나가야 하니까 일단 맥주는 한 캔 씩만.
배가 터지도록 먹고 체력을 보충했다.
면이나 국수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여행 시작하면서
온갖 라면과 파스타를 주식으로 삼고 있다.
고기가 있으니 참기로 한다.
설거지를 하며 해가 지기를 기다려 야경을 보러 나선다.
이 전 도시들에서 야경을 마음껏 보지 못해 그 한이라도 좀 풀고자.
백열등? 불빛이 아름답다. 유럽의 야경이라는게 다 비슷비슷 하지만
따뜻한 주황색 전구가 중세풍 건물을 비치는 광경은 좀처럼 질리지는 않는다.
일단 광장까지 걷는다. 사람이 많이 보이지 않지만 위험하진 않다.
이 날은 날이 춥고 축축한 데다 빗방울이 하나 둘씩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도 그냥 들어가기엔 먹은 파스타가 아까워서 참고 걸었다.
성당 앞 큰 길. 이제 사람이 좀 보이기 시작한다.
빌니우스 대성당의 밤.
비를 맞으며 산책하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인적이 드물다.
조용히 불을 밝히고 있는 부분이 오히려 좀 발랄하다는 느낌까지 든다.
이 근방에서 술취한 무리가 우리를 보고 뭐라고 소리를 질러서
무시하고 다른길로 잠시 돌았다.
게디미나스 성벽에 오른다.
성탑에 오르는 길은 그리 밝지가 않으니 발 밑을 조심해야 한다.
계단도 아니고 그냥 오르막이라 낮보다 조금 힘들었다.
이 성탑? 망루? 는 도시 어디서든 볼 수 있게 쨍한 빛으로 밝히고 있다.
성벽이 있는 곳은 저 성탑만 제외하고는 조명이 없어 어두운데
그 중간에서 다국적 모임으로 보이는 백인 애들이 술 파티를 열고 있었다.
대단한건 아니고 그냥 맥주 한잔 하면서 언성이 높아진 정도.
마시다 어두운 곳으로 사라져서 노상방뇨를 하고 돌아오는 모습이 웃겼다.
게디미나스 성벽은 밤 11시 언저리까지 들어갈 수 있으니
꼭 한번 올라가보길 바란다.
성벽에 올라서서 본 빌니우스의 구시가지.
파노라마 한 장 찍지 않을 수 없다.
성벽에서 바라보았을 때 구시가지의 왼편.
온통 주황색 불빛이 엘이디 등이 밝히는 공원과 대비되어
다른 세상같은 기분이 든다.
금속같은 인상도 주고.
옆 언덕에 있는 세 개의 십자가 상도 밝은 빛으로 비추고 있다.
역시나 구시가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까만 밤에 도심과 떨어져 십자가가 저렇게 빛나고 있으니
저기는 또 저기대로 묘하다.
아까 술주정 팀이 십자가 언덕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으므로
가까이에서 십자가 사진 찍기는 포기하기로 한다.
내려오는 길에 찍은 언덕 반대편 사진.
도로의 전기를 많이 먹게 생긴주황색 가로등이 도시에 색을 잘 입힌다.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조금 더 걸어보기로 했다.
언덕 아래의 작은 공원을 지나다 분위기 있어보여 찍었다.
서울도 경복궁 야간개장 같은거 하면 사람이 몰려서 나같이 게으른 사람은
근처에도 못갈 정도인데,
한옥마을이라도 더 확대하거나 예쁘게 치장하면 좋겠다.
사실 개성에 있다는 한옥마을이 매우 욕심이 나지만...
정은아 거기는 건드리지마......
그냥 거리. 그리 따뜻하지 않은 날씨에도 사람들은 바깥 자리에서
밤 공기와 맥주를 마신다. 나도 집에 가면 리투아니아 맥주가 한캔 남았다.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또 다른 거리.
적당히 내려준 비 덕분에 땅이 젖어있어서 색감이 좋다.
하늘은 빨려들어갈 것 같은 색인데 도시는 수채화 풍.
걷기만 해도 행복해진다.
프라하까지 와서야 느낀 거지만,
나는 빌니우스는 꼭 한번 다시 오고 싶다.
여유있는 야경 산책이라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거겠지.
그냥 가게. 구시가지 답게 건물 톤이 일정하다.
관리가 쉽지 않을텐데. 나무로 된 기둥들이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냥 가게 2.
여기쯤 와선 맥주까진 아니더라도 커피라도 한 잔 하고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불행히도 돈을 거의 안 가지고 나갔었다.
교회... 인가?
시청 앞 광장. 벤치에 사람들이 앉아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맥주 한 잔 앞에 놓고 떠느는 폼이 하루이틀 놀아본 게 아니다.
빌니우스의 구시가지는 그리 크지 않다. 부지런히 돌면 한시간 조금 넘는 시간에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해가 진 이후에도 조심히 다니면 충분히 즐겁게 야경을 볼 수 있다.
집에 가는 길.
돌아가는 골목 언덕길에서 한 리투아니아 사람이 내게 뭐라고 말을 건다.
처음엔 취한 목소리로 말을 걸길래 시비를 거는 줄 알고 무시하고 지나쳤다.
그러자 잠시 후에 그 남자애가 뛰어서 날 쫓아온다.
살짝 긴장하고 있는데 뛰어온 남자애는 순한 얼굴로 내게 자기 맥주병을 내민다.
가서 한 잔 같이 하자는 것 같았는데, 보아하니 발음이 불가능 할 정도로 취했다.
뛰어오는 행동에 처음엔 매우 경계하다가 내미는 맥주병과 꼬인 발음을 보고는
웃기고 경계가 풀렸다.
미안하지만 괜찮다고 대답하는 내게 그 친구는 굉장히 시무룩한 표정으로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나도 그냥 집에 가지 뭐. 하면서.
딴에는 취한김에 용기내서 수염난 동양인에게 말을 걸어본 것인지도 모른다.
침대에 누워 생각하니 한 잔 정도는 같이 마실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
갑자기 시비걸던 술취한 패거리만 제외하고는 유쾌한 야경 나들이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왔으니 나도 다시 맥주 한 잔.
처음엔 치킨너겟을 사려고 했으나 이상하게도 저 생선 필렛? 튀김을
많이 사가길래 나도 궁금해서 사와봤다.
맛은 그냥 생선까스 맛이고 생선 살이 갈아서 빚어져 있는게 아니라
통으로 들어있어서 식감도 괜찮다. 비리지도 않고.
마요네즈 찍어서 먹으면 맥주가 마구 먹힌다.
같이 먹은 맥주는 과일향이라고 해서 샀는데, 한 입 맛을 보니 무려 체리 맛이었다.
이게 1유로도 안한다니. 아, 참고로 저 생선튀김은 10개들이 한 상자에
1.7유로 정도 했던 것 같다. 맛있어요 맛있어.
전체적으로 리투아니아에선 좋은 추억만 챙겨 간다.
자고 일어나면 이제 발트3국도 끝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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