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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4일


트라카이는 빌니우스에서 버스를 타고 40분정도 달리면 도착한다.


버스 터미널의 6, 7, 27, 28번 플랫폼에서 수시로 차가 있으며,


따로 티켓을 살 필요는 없고 운전기사에게 직접 돈을 내면 영수증을 준다.


가격은 1.8유로.



숙소에서 터미널 가는 길에 있는 정교회 성당.


러시아 만큼은 못해도 아직 군데군데 정교회 성당이 보인다.


영향력은 그리 크지는 않다고 한다.


오늘 놀러가는 트라카이는 작은 도시이다.


작은 도시? 라기 보단 마을? 로 면적의 절반 이상이 갈베호수로 덮여있다.



보나마나 엄청나게 습할 것 같은 도시라서, 살고 싶은 생각은 안든다.


하지만 마을 어디서나 탁 트인 호수가 보이고, 호수의 물이 꽤 깨끗했다.



버스정거장에서 도로를 따라가지 않고 호숫가를 따라 천천히 걷기로 한다.


마을 초입부터 호숫가를 따라 길이 있다.



애매하게 누워도 봤다.


배를 타고 뱃놀이도 꽤나 즐길 것 같은 마을이고,


도로를 따라 예쁜 집들이 늘어서 있는 것이 나름 휴양지인가 보다.


하지만 아직 날이 추워 차분한 분위기.



잔잔한 호숫가 풍경. 하늘에 구름이 끼기 시작한다.


이 날 하루종일 날이 맑지는 않았고, 바람이 차가웠다.



무슨 용도인진 모르겠으나 어쨌든 조각배 하나.


도로에서 벗어나니 지나는 사람 없이 한가하다.



이 동네 주민인지, 모녀가 조용한 호숫가를 즐기고 있다.


꼬맹이가 엄마 위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 탓에 금방 일어나서 떠났다.



시골마을 답게 이런 투박한 집도 있고,



이런 식의 그럴듯한 집도 있다.


트라카이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도로를 따라 빠르게 성으로 향하던데


그러지 말고 호숫가를 따라 산책 해보길 추천한다.


뒤에 보면 알겠지만 내겐 성 구경보다 산책길이 훨씬 사치스러운 경험이었다.



새로 설치한 듯 보이는 아이들용 그네.


실제론 어떨지 모르지만 삶이 천천히 흐르는 듯하다.


따라서 걸음도 매우 매우 느려짐.



호숫가에 지어진 집. 드물게 에어컨도 설치되어 있고


울타리 안쪽엔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많이 놓여져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면 어떤 추억이 남을까.



방금 그 집 뒤편으론 이런 공간이 있다.


여름엔 바베큐 파티도 열리는 듯 기초 시설도 있다.



햇살이라도 조금 더 좋았으면 한참을 앉아있었을 것 같은 의자.


뒤편으로 트라카이 성이 보이고 물결이 잔잔해,


그야말로 햇살이 미끄러진다.


글을 쓰면서 이 산책을 되새겨 보면,


가끔 바람소리와 새소리를 제외하고는 어떤 소리도 없었던 것 같다.


음악도 안 듣고 가끔 대화나 하며 걷는 이런 산책.



멀리 보이는 트라카이 성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한다.



나무로 된 울타리에 신식 우체통.


울타리가 현무암이 아닌 나무라는 것만 제외하면


제주도에 살며 산책하던 추억이 많이 겹쳐지는 곳이었다.



트라카이 성 근처에 도착했다.


나름 이 지역의 메인 관광지라 호숫가를 따라 음식점과 기념품 가게가


늘어서 있었다. 호숫가에 앉아 커피라도 한 잔 하려고 했으나


날이 추워서..



이 추운 날씨에도 배를 타고 성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어떤 백인 여자애들은 짧은 반바지를 입고 배에 오르던데..


그녀의 도가니에 미리 애도를 표합니다.



트라카이 성으로 향하는 다리.


이와 같은 다리를 두 개 건너야 성이 있는 작은 섬에 도착한다.



트라카이 성은 앞의 글에 등장한 게디미나스 공작의 천도 이전까지


리투아니아 공국의 수도였다고 한다. 14세기 초에 수도를 옮기고,


15세기에 요새로 완공된 고딕양식의 성은 누가봐도 방어를 위한 성이다.



흔히 트라카이 성을 하늘의 파란색, 숲의 초록색, 성의 붉은색 등


3원색을 가진 성이라고들 하던데,


직접 본 내 감상으론 저 평가가 이해는 되지만, 안에 들어갈 필요까진 없다는 것이다.


하늘이 파랗지 않아서였는지, 이전의 산책이 너무 좋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트라카이 성은 중세 이후 한동안 폐허로 버려져 있다가


20세기 들어 중세 유물이 많이 발견되면서 복원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그 덕에 성을 포함한 근처 국립공원이 20세기 말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다.


여담으로 이 곳이 유럽에 있는 유일한 역사적 국립공원이라고 하더라.



3원색 틈에서 나도 사진 한 장.


이 곳도 성수기가 아닌 탓인지 관광객이 많지 않다.


다만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피크닉으로 많이 찾는 장소인 듯


초록 풀밭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 가족들만 종종 보였다.



옆의 호수에는 백조도 놀고있고.


십자군의 침략을 대비해 지었었다는 트라카이 성은 이제는 산책장소일 뿐이다.



성에서 나오는 길에 뱃놀이를 하던 남자 하나가 사진찍는 내게


포즈를 취해주었... 으나 보이지도 않고 심지어 찍지도 못한듯 하다.


성 내부를 들어가지 않기로 하고 주변 산책을 천천히 마친 우리는


빌니우스로 돌아가기로 한다.


돌아갈 때도 마찬가지로 운전기사에게 일인당 1.8유로를 지불했다.



터미널로 가는 길에 만난 고양이.


저 자세 그대로 움직이지도 않아서 처음엔 장식품인 줄 알았다.



아마도 루돌프로 추정되는 사슴과 꽃 수레.


아기자기한 정원 장식들이 동유럽 감성을 마음껏 발산한다.



호숫가를 따라 성까지 산책한 시간 거의 3시간여.


다시 빌니우스로 돌아가 밤까지 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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