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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3일
글을 하나 따로 팔 정도로 좋았던 숙소 덕분에 늦잠을 자서 피로가 싹 날아갔다.
리가에서 먹다 남아 챙겨온 빵과 꿀, 시리얼과 우유로 아침을 때우고
화창한 빌니우스로 나섰다.
이전의 두 도시에 비해 빌니우스는 조금 들떠있는 느낌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한국인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그도 아니면 리가에서 놀던 날이 노동절이었어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들떠있다고 해서 나쁜 뉘앙스는 아니고, 활기차다는 쪽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니우스의 구시가지 역시 그리 크지는 않다.
집에서 가까운 곳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걸어서 둘러보기로 한다.
사진은 빌니우스 대성당.
사진에 찍힌 사람들을 보면 건물의 규모가 짐작된다.
앞에 있는 종탑은 그 높이가 57미터.
리투아니아 대공국의 대관식이 열리던 장소이며,
성당 지하에는 왕과 왕비들의 묘소가 있다고 한다.
대성당 앞은 그 규모에 맞게 커다란 광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따뜻한 햇살에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많이 보였다.
여태까지 관찰한 바로 러시아를 비롯해 동유럽 사람들은 강아지를,
그것도 커다란 강아지를 많이 키운다.
하나같이 순둥순둥한 눈빛이라 여행이 지루하지 않다.
대성당의 정면. 기둥만 보면 벌써 그리스에 온 것 같다.
기둥 뒤로는 마태, 마가, 누가, 요한 이렇게 복음서 저자들의 동상이 있고
천장 무늬가 아름답다. 너무 높아 잘 보이진 않았지만.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성당 문이 굳게 닫혀있어 내부를 구경하진 못했다.
아쉬운대로 광장에서 산책이나 즐겼다.
대성당 옆에는 빌니우스로 수도를 옮긴
게디미나스 공작의 동상이 서있다.
사냥을 나갔다 철갑을 두른 늑대가 나오는 꿈을 꾸고
그 자리를 도읍으로 삼아 빌니우스를 건설했다는 전설이 있단다.
실제로 게디미나스 공작은 당대 최강의 통치자 였다고 하니,
전설 몇 개 쯤 따라붙을 만도 하다.
성당과 왕궁 박물관 뒤쪽으로는 작은 언덕이 있고,
그 위엔 사진에 보이는 것과 같은 망루가 있다.
이번에도 역시 이름은 게디미나스 성탑.
밤 11시까지 열려있으며 입장료는 없다.
언뜻 높아보이지만 올라보면 생각보다 높다금방 올라간다. 5분쯤 걸림.
성벽 위에 오르면 빌니우스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날이 아주 맑은편은 아니었지만 이정도 따뜻하면 감지덕지.
성벽에서 내려다본 대성당과 왕궁 박물관.
빌니우스 구시가지의 불그스름한 지붕들 틈으로 하얀 대리석 건물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이런 풍경에서 파노라마 하나 안찍을 수 없다.
성벽이 아슬아슬해 보일지 모르지만 아래가 조금 경사진 잔디밭 수준이라
크게 위험하진 않았다.
수염샷 하나.
이대로 유럽을 지나 중동에 닿으면 그냥 살아도 될 것 같은 외모가 완성되어 간다.
아직 쌀쌀할것 같아 후드티를 입었지만 좀 후회. 더웠다.
탑 가까이에서 찍은 모습.
복원이 깨끗하게 잘 되어있는 편이다.
사실 이 성벽 반대쪽엔 폐허로 버려진 건물이 하나 더 있다.
그 건물도 천천히 보수중인지 일단은 출입금지 표시가 되어있었다.
성벽이 있는 언덕을 내려와 바로 옆 언덕을 오르면 나오는 세개의 십자가.
이쪽 언덕도 뭐 그리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십자가 세 개가 놓여있다길래 반사적으로 예수와 옆에 매달렸다던 두 강도인가, 했으나
리투아니아에 처음 가톨릭을 전파하다 순교한 7인의 수도사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쪽도 여러 종교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세워졌다 없어졌다 보수했다
소련이 부쉈다 새로 짓기를 반복해 지금 모습을 갖췄다고 한다.
성벽보다 조금 더 높은곳에 위치해 시야가 넓다.
바람도 기분좋게 불어와 잠시 앉아 여유를 즐겼다.
이 도시 사람들로 보이는 몇몇은 아예 맥주를 하나씩 가지고 올라와
풀밭에 누워 소풍을 즐긴다.
나도 질 수 없으니 앉아서
체육관을 점령한다. 건방진 해피너스와 잠만보가 있길래 무찔러 주었다.
오늘의 체육관장은 이몸이다! 했으나 내가 쪼렙인 탓에 저녁 때 확인하니
샤미드가 기절한 채 돌아와 있었다.
이 사진은 성벽 아래 피어있던 개나리.
온통 황량한 땅 다음엔 초록초록한 풀밭만 보다가 꽃을 가끔씩 보니
마음에도 봄이 피어난다.
근처 공원에 피어있던 꽃
근처 공원의 꽃 2.
꽃 사진을 이렇게 열심히 찍다니.
겨울이 길고 봄 여름이 짧은 탓인지 짧은 봄을 최대한 느끼기 위해
꽃들이 매우 많이 심겨져 있다.
요 몇 년, 미세먼지+황사 덕분에 파란 하늘에 꽃을 본 일이 흔하지 않았는데,
유럽에 넘어와서 실컷 보고있다.
한국은 최악의 미세먼지를 겪고 있다던데...
돌아가 봄을 맞을 일이 벌써부터 겁이 난다.
공원을 산책하고 점심을 먹으러 우주피스 공화국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주피스 공화국은 이 지역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가상의 국가이다.
4월 1일 만우절에는 나름대로 대통령 취임식도 하고 경계에선 여권 검사도 하며
즐겁게 보낸다는데..
막상 들어가서 구경하니 바깥이랑 크게 다를건 없어보였다.
이 검은 천사상이 우주피스 공화국의 상징이라는데..
점심이나 빨리 먹으러 가자 싶었다.
공화국 내부의 거리.
점심은 오랜만에 외식으로 리투아니아 음식을 먹어보기로 했다.
주로 감자 위주의 요리라 내 입맛에는 그다지 궁금하지 않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맛을 봐야 나중에 아는 척이라도 할 것 같아서.
우리는 가서 만두 한그릇과 감자 리조또(?) 하나, 샐러드 하나를 시켜먹었다.
생각보다 맛이 괜찮아서 놀랐...으나 감자 리조또(?) 같은 아이가
양이 너무 많아서 남길뻔 했다.
유명한 음식점이라고 높이 데려가길래 그냥 아무생각 없이 앉아서 먹음.
지금 왜 사진이 안나오고 글만 이어지냐면,
로딩중인 게 아니라 내 사진이 다 날아간 탓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검은 천사상 이후로 이 날 하루종일 찍은 사진
전부가 날아갔다.
그것도 모르고 걷고 걸어서 사진을 찍어댔는데..........
허무하기가 이루 말할데가 없다.
한국에선 얌전히 사진 잘 찍어주던 카메라가 외국물을 먹고나니
왜 이렇게 말썽인지 모르겠다.... 하...
어쨌건, 날아간 건 날아간거고,
저녁은 지난 번 글에 적었던 대로
고기를 굽기로 했다. 등심이 보이지 않아서 아쉬운대로 스테이크 용으로 나온
우둔살을 구웠다. 버터와 로즈마리를 이용해 구우니 향도 괜찮고
무엇보다 고기 질이 좋아서 부드럽고 담백하게 잘 먹었다.
한상차림 구석에 지지와 세모.
바람이 강하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덕에 한동안 사진을 못찍어주었다.
집나간 멘탈은 고기로 잡는 법.
고기와 양파와 올리브 잔뜩으로 서로를 위로해 주었다.
야심차게 사진을 잔뜩 찍어댔으나 모든 풍경을 내 눈이랑 머리속에만 남겨두기로 한
첫 날은,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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