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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25일, 목요일.


아침 일곱시에 일어나 밤 늦게 들어오는 일정을 포기한 높솔은



딱 봐도 행복지수가 상승했다.


해가 완전히 뜰 때까지 에어컨을 틀어놓고


뒹굴거리는 건 이젠 일상.



오늘의 목적지는 스노클링 포인트 중 하나, 티헤레타스.


그 길 중간에 있는 인터프레테이션 센터를 먼저 들렀다.



입장료가 따로 있는 건 아니고,


갈라파고스 내의 다른 관광지들 처럼 방명록 비스무리 한 것을 기입.



센터 내의 주 전시물은 갈라파고스의 역사와 인종분포 등에 관한 것이다.



그냥 그렇구나 수준의 전시물이라,


늦은 오전에도 관광객은 우리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기도 무려 에어컨이 틀어져 있음!



센터 뒷쪽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해변과 전망대가 금방 나온다.



어딘가 익숙한 풍경에 익숙한 하늘이지만,


토르투가 베이를 다녀올 때만큼 길이 길거나 지루하지 않다.



우선 전망대 구경부터.



여기까지 오면서도 관광객을 하나도 만나지 못한 걸 보니,


그리 유명하지 않은 포인트인가 보다.


그늘 하나 없는 전망대에서 탁 트인 바다를 구경하기 좋았음.



스노클링 포인트에는 현지인으로 보이는 가족이 소풍을 즐기고 있다.


도시락까지 단단히 챙겨서 놀고있는 모습을 보니 역시 흔한 시골.



높솔도 입수 준비.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이 곳의 이름 티헤레타스(Tijeretas)는 군함조를 말한다.


활강속도가 가장 빠른 조류이자 거대한 녀석들은


가까이 가기엔 무서워서 멀리서만 구경했다.


 

들어가자마자 어마어마하게 차가운 바닷물과


강한 파도 탓에 도망나오는 높솔.


자칫하면 크게 다칠 수 있을 정도의 파도에 높은 수영을 포기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아!


군함조 가족이 멀찌감치 앉아 구경하는 앞에서


스노클링을 강행했다.



그리고 만난 새끼 바다사자.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노는 중인지


다른 개체는 보이지 않았다.


혼자 유유히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놀고 있음.



거센 파도에 우리처럼 당황하기도 하고,


가까이 올듯 멀어지기도 하면서 서로를 의식하며 놀았다.


물이 시뻘개 보이는 건 레드필터 때문.



슬슬 솔도 리타이어.


나중에 들으니 이 곳도 아침 일찍 오는 게 좋다고 하더라.


홍해도 겨울이 되면 차가운 조류가 올라와 낮에는 시야가 안좋은데,


아마 같은 이유인 듯.



집에 오는길에는 빵집에 들러 디저트를 샀다.



이때쯤엔 여기저기서 구입해 온 홍차가 다 떨어져서


커피 위주로 마시기 시작했다.


남미로 넘어오기 전에, 가능하면 러시아 등 홍차가 유명한 곳에서


실컷 사서 넘어오시길!! 얼그레이티 없는 티타임은 고되다.



차를 마신 후엔, 선착장 근처로 나가


선물가게에서 간을 좀 보다가, 바다 구경을 했다.



제주에서 일 년을 지낼 때도


다합에서 두 달을 지낼 때도 느꼈지만,


이런 아름다움도 금방 익숙해지고 당연한 것이 된다.


떠나오고 좀 지난 다음에야 그립지.


다행히 갈라파고스 체류는 15일에 불과해, 익숙해지진 않았다.



배꼽을 드러내고, 사람처럼 누워 자는 바다사자.


잘 보면 앞발? 쪽에 번호표 같은 게 붙어있다.


개체식별용 전자칩인지?


그냥 살게 두는 건 아니고 관리를 해주는구나.



아주 드물고도 드문, 셋이 함께 나온 사진.




남는 시간엔 플라야 만으로 출동.


바다사자 뽕에 취해서 얼마나 많이 수영을 하는지가 궁금했다.



도전!


그러나 물속에서 바다사자를 보는 일은 없었다.


오후의 바닷속은 아까보다 더 뿌얘서.


바다사자는 못보고 거북이랑 헤엄좀 치다 나옴.



나는 가져온 목도리 깔고 누워서 자고,


높솔은 책을 읽으며 바다소리를 들었다.


옆에 보이는 청년들이 내가 혼자 산책간 틈을 타,


둘에게 맥주를 한 병씩 쥐어준 건 두고두고 (지들만의)자랑거리.



그 틈에 나는 바위를 타고 바다사자 군락 구경에 나선다.



편안히 자고 있길래 조금 가까이 접근했더니


물속에 있던 아빠(로 추정되는) 한 마리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는 통에 카메라를 떨어뜨릴 뻔.


엄마랑 새끼였던 모양이다.



이 녀석이 나를 쫓아온 바다사자인데,


내가 돌아가는 길목에서 떡하니 자고 있어서 무서웠다.



귀여운 바다이구아나를 보며 힐링.


섬 어디를 가도 일정 수 이상의 관광객을 보기 힘든 갈라파고스에선


하루종일 보는 바다사자의 수가 사람 수를 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집에 돌아와선 저녁을 해 먹고, 영화를 보다가



맥주가 다 떨어져서 산책.


관리를 잘 받은 샴고양이도 혼자 산책중이었다.



사람이 익숙한 정도가 아니라 친근한 이 아이는


우리가 걱정할 정도로 뒤를 따라다녔다.


이제 섬을 떠날 날도 며칠 안남았구나.


수영을 두 번이나 했는데도 한게 없는 것 같은 오늘은,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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