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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6일.


야간버스는 생각보다 편했지만 다리를 쭉 뻗지 못해 무릎이 아팠다.


오전 7시,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바르샤바에 도착한 우리는


우선 바뀐 화폐 단위에 적응해야 했다.


남은 유로를 고이 모셔두고, ATM을 찾아 돈을 인출하고 나서


기차역 대합실에서 백화점이 열리길 기다려 심카드를 개통했다.


우리가 사용한 통신사는 폴란드의 큰 통신사 중 하나인 <PLAY>.


도착 전 다른 블로그에서 읽었던 대로 데이터 가격이 매우 저렴했다.


1기가를 사용할 수 있는 심카드가 단돈 5즈워티. 우리 돈으로 1500원이라니.


아, 그런데 심카드를 구입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심카드 구입은 편의점이나 작은 마트에서도 할 수 있지만, 번호 등록이나


이런 업무는 인터넷을 이용해 직접 해야 한다.


물론 영어 홈페이지가 있....으나 기대하지 않는 것이 경험상 정신건강에 좋다.


그리고 심카드를 어찌 어찌 등록했다고 해도 충전된 금액을 데이터 요금으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돈을 날리기가 십상이다.


폴란드 전화 요금제가 조금 독특하게 되어있기 때문인데,


각설하고 본론을 말하자면


그냥 플레이 매장에 가서 심카드를 사고 요금을 충전하는 것이 행복하다.


직원들이 대부분 영어도 잘하고 또 굉장히 친절해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


그리고, 나를 비롯한 여행자들은 폴란드 내에서 전화 문자를 할 일이 없으니


타블렛이나 컴퓨터 용으로 나온 데이터 전용 유심을 사는 것도 좋다.


혹은, 나처럼 기계를 4개 이상 물려서 사용해 데이터 소모가 심한 사람들은


24즈워티? 인가 내면 일주일동안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


있다. 이 일주일짜리 무제한 요금제는 직원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있으므로


한달 사용할 것이 아니라 일주일 무제한을 사용할 것이라고 알려줘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교통카드.


여러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폴란드도 여행자를 위한 대중교통 티켓을 판매한다.


가격은 1일(24시간) 이용권이 15 즈워티, 한국 돈으로 4500원 이다.


버스/트램/지하철 상관없이 시간 안에는 계속해서 환승이 가능하다.


내 기억에 75분짜리 가장 저렴한 티켓이 4.4 즈워티 였으므로, 네 번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할 생각이라면 1일권을 사는 것이 편하다.


아, 그리고 이 1일 24시간은 발권시간 기준이 아니라 처음 대중교통을 탄 시간부터


적용 되니까 시간계산을 잘 하면 1박 2일동안 사용할 수도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안그래도 저렴한 대중교통 요금이 국제학생증(ISIC)와


함께라면 그나마도 절반 할인!


서울 도입이 시급하다.



표는 이렇게 생겼고, 뒤에 영수증에 보면 하나는 7.5즈워티가 찍힌 것을 볼 수 있다.


티켓 구입 방법은 판매 기계 앞에 서면 따로 공부할 필요도 없이 알게 된다.



국제학생증이 있는 높은 요금이 절반이나 할인이 돼 기분이 좋다.


바르샤바에서 우리가 이용한 숙소는 구시가지에서 버스로 20여분 거리에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시설이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서 이하생략.


어찌됐든 숙소에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날이 흐려지기 전에 구시가지 구경에 나섰다.



버스 정거장에 내려서 구시가지에 진입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왕궁 앞 잠코비 광장.


하늘이 흐리지만 주말이라서 그런지 활기가 넘쳤다.


동유럽 사람들은 불친절하다고들 하던데, 눈 마주치는 언니마다 햇살처럼 웃어줘서


자녀계획을 세웠마음이 녹았다.



왕궁 시계탑. 발트3국에 비해 구시가지 자체는 넓지만 딱히 차별점은 없다.


이쪽 사람들이 영어를 더 잘한다는 것 정도?



이제는 없으면 섭섭한 아코디언 연주자.


광장에 있는 내내 누구나 알만한 스탠다드를 연주해서


여행 다큐를 보는 기분이었다.



다시 바르샤바 왕궁.


14세기에 지어진 이 왕궁은 16세기 말부터 18세기까지 수도 궁전으로서의 역할을


했다. 지금은 그냥 박물관.


입장료는 22즈워티이고 일요일은 무료 입장이지만,


우리는 우선 구시가지를 한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잠코비 광장의 왕궁 맞은편에는 16세기에 바르샤바로 수도를 옮긴


지그문트 3세의 동상이 높이 솟아있다.


스웨덴의 왕을 겸하기도 했고, 한 때는 모스크바도 점령했던 적이 있는 이 호전적인


국왕은, 말년엔 땅도 스웨덴 왕위도 다 빼앗기고 폴란드 왕국에 정치/경제적


타격만 입힌 채 바르샤바에서 죽었다.



광장 옆길로는 주말 마켓으로 추정되는 작은 장이 서있어서 그쪽으로 가봤다.



제법 따뜻해진 날씨를 반영하는 커플의 의상과 기념품.


하지만 이 이후의 날씨 진행을 보았을 때 저 커플의 미래는.............(애도)



떠들썩한 분위기와는 달리 간식도 뭐 별거 없었다.


당연히 기념품도 기억에 남는게 없고.


그냥 사람구경이나 했다.



바르샤바는 2차 세계대전 중 나치독일이 의도적으로 파괴해 버린 도시 중 하나이다.


목적이야 뭐 물어볼 것도 없이 폴란드 사람들의 저항의식을 꺾기 위해서였고.


현재의 구시가지는 종전 후 복원된 모습이며,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다.



별자리가 표시된 시계. 이런 독특한 아이템들 말고는 구시가지 자체에


큰 매력은 없다.



우리나라 왕벚꽃같은 꽃들이 제법 피어서 하늘을 장식중이다.


때때로 부는 바람에 꽃 향기가 묻어 오면 봄인 것 같은 기분에


들뜨기도 했었다.



구시가지 골목길.짧아


복원이 깨끗하게 되어있어서 한바퀴 돌아보며 산책하기엔 적당했다.


제법 호객행위도 있고, 관광지 같은 모습을 보인다.



딱히 언급을 안하면 이게 탈린인지 리가인지 빌니우스인지 바르샤바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듯 하다. 아마 이후로도 계속 이렇겠지..


자꾸 보니까 익숙해져서인지 오히려 가끔 보는 한국 티비프로그램의 거리풍경이


낯설어지기 시작한다.



아이스크림 가게 옆의 기념품 가게.


짧은 여행이라면 냉장고에 붙여둘 자석이라도 사고 싶지만.


그냥 아이스크림이나 먹기로 한다.



외식물가가 시장물가에 비해 많이 비싼 것은 바르샤바도 같다.


가끔 보면 한국보다 격차가 심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그 예외인 것이 이 아이스크림이다.


나름대로는 이탈리아 젤라또라고 팔고있는 것 같은데, 내가 아직 이탈리아까지


못갔으니까 비교는 불가능.



이렇게 한 스쿱씩 먹었는데, 각각 3.5 즈워티, 우리 돈으로 대략 1,000원 정도였다!


게다가 맛있기도 맛있고..


바르샤바를 떠날 쯤 돼서야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이 저렴한 아이스크림도 사실 관광지 물가라 비싼 편이었다는 것!


대형마트 앞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구입하면 거의 같은 맛의 아이스크림이


두 스쿱에 3 즈워티였다.. 이러니 아이스크림을 매일 먹을 수밖에 없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다시 구시가지 구경에 나선다.



복원된 성벽.


유난히도 바르샤바의 구시가지에선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아마도 이전 도시 빌니우스와 계속 비교하기 때문일텐데,


반 정도는 영혼없이 걸었던 것 같다.



성당 앞 조형물.


이런 나이먹은 듯 보이는 조각품들은 마음에 든다.



식당마다 울타리를 꽃으로 열심히 치장해 두었다.


유럽에 오니까 채식주의자도 많고, 강아지와 비둘기를 사랑하는 등


굉장히 자연을 좋아하는 것 같다. 얼마나 잘 보존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계속해서 걷다가 만난 마리 퀴리 박물관.


폴란드 하면 코페르니쿠스, 쇼팽, 그리고 마리 퀴리밖에 모른다.


선배님 박물관이라기에 안들어가볼 수가 없어 입구를 찾았다.



응 휴관^^


거리나 계속 보러 나간다.



시들 듯 말 듯한 꽃들.


색 조합을 신경썼는지 보기에 나쁘지가 않다.


중세풍 딱딱한 건물에 이렇게 꽃으로 장식되어 있는 모습들은


도시 전체에 대해 편안한 인상을 주는데,


꽃집도 매우 많다.



좀 더 걸어서 도착한 구시가지 광장.


영어로 Old Town Market 이라니 아주 직관적인 이름이 아닐 수 없다.


하늘이 슬슬 불안하고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지만............


탁 트인 광장에 저렴한 음식점들이 포진해 있어서 밥먹으러 다시 오리라 다짐한다.



분수대 앞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언니와 강아지.


사람들이 지나가거나 말거나 졸고있는 모습이 웃긴다.


한동안 보고 있어 보니, 이 언니도 잘 웃는다.



언니 뒤로는 바르샤바의 상징 인어공주 동상이 있다.


바르샤바에는 총 두 개의 인어공주 동상이 있다는데,


구시가지 광장에 있는 이 것보다 강 서쪽에 있는 동상이 아름답다고 한다.


물론 이쪽이나 저쪽이나 둘다 모조품이긴 하지만...


진품은 역사박물관에 있다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강가에서 악덕 상인에게 붙잡힌 민물인어 공주를


한 어부가 구출해 내고, 그 보답으로 바르샤바를 지켜주기로 했다고 한다.


민물인어라니 비린내가 날 것 같지만.. 신성모독은 머리속으로만 한다.


어쨌건 이 동상, 자세도 그렇고 인어공주의 몸 표현도 그렇고


상당히 아름답다. 구시가지 광장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다.



그 옆 우물(?)가에서 놀고 있는 꼬맹이들.


동생이 오빠 따라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흐려지는 날씨가 심상치 않아서 다시 궁전쪽으로 향하기로 한다.



궁전으로 가는 길, 성 안나 성당의 문에 박혀있는 천사들.


내부는 미사중이라 못 찍었고, 외부는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카메라를 넣었다.


빗방울을 피하려 조금 빠르게 걸어 잠코비 광장으로 돌아오니 이미 도망치기는 늦었다.


우선 카메라를 넣고 아이폰을 이용해 사진을 찍었는데



별 보정 없이 찍어도 사진이 이렇게 나온다.


아니 먹구름 주제에 왜이렇게 멋있담...?



CG로 합성해 넣은 것처럼 생겼다.


저 멀리선 벼락이 선명하게 떨어지고..


습한 바람이 광장을 가득 채운다.


그런데 이 바람, 굉장히 기분이 좋다!


꼭 우기가 다가온 섬에서 비가 내리기 직전의 바람 같아서.


후에 알고보니 바르샤바도 역시 해양성 기후라 그 느낌이 어느정도는 비슷했던 게


당연했다고 한다.


아무튼 비가 내리기 시작 하려는 바르샤바 광장에 서서


분주히 움직이는 식당 야외테이블과 관광객들을 바라보며


꽤 오랫동안 서있었다.


바르샤바 구시가지에서 한 경험 중에 이 시간이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다.



세상이 끝나가는 것 같은 풍경의 바르샤바 궁전.


물론, 구름 생긴대로 잠시후에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바로 버스를 잡아타고 백화점으로 도망친 뒤,


장을 봐서 저녁은 숙소에서 해결했다.


야외테이블 식사는 가능이나 한 것인가....


바르샤바 첫째 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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