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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2일, 목요일.



멕시코는 특히 과일이 저렴하다.


그 중에서도 오렌지와 파인애플이 싸고 맛있어서


모로코 이후로 아주 오랜만에, 원없이 오렌지를 짜먹었다.



오늘의 일정은 프리다칼로 박물관 구경 및 백화점 쇼핑.


박물관은 인터넷 예매가 편해 미리 표를 사두었다.


시간이 남아 앞의 코요아칸 시장을 먼저 구경.



중남미 시장이 대부분 그렇듯, 크게 식당 구역과 식료품 구역, 기념품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듣던 것과는 달리 규모가 큰 편은 아니고,


시간이 남는 게 아니라면 굳이 방문할 필요는 없어 보이는 곳.



나름대로 기념품을 갖추고 있으나,


위 사진에 나온 인형의 프리다칼로 버전(갈매기 눈썹이 있다)은


시장에선 팔고있지 않았다.



시장 내부 실제 분위기.


멕시코 시장은 칸쿤 쪽을 제외하곤 호객행위가 거의 없다.


가격도 순순히 깎아주는 걸 보면 이게 나름대로 전략인가 싶기도 하고..



내가 볼 땐 박물관에서 보다 여기서 둘의 눈빛이 더 빛났다.


소품을 고르는 데 세상 진지한 표정.



시간이 되어서 박물관에 왔다.


푸른색으로 칠해진 벽이 남다른 포스를 풍기고 있는 프리다 칼로의 생가.



오른쪽으로 늘어선 줄은 현장구매를 위한 것이다.


당일 예매는 안되는지 줄 서있는 사람이 많았으나


티켓을 미리 사 둔 우리는 시간에 맞춰 바로 입장했다.



내부 사진촬영권은 따로 구매를 해야 하는데,


입장권(외국인 200페소)에 비해 저렴한 30페소로 구입할 수 있다.


나는 프리다칼로에도 관심이 없고 그 인생이나 작품을 봐도 항상 별 느껴지는 게 없었기 때문에


사진을 찍고 싶은 생각이 도무지 들지 않아 구입하지 않았다.


높솔이 가자고 하지 않았으면 혼자서는 와볼 생각도 안했을 듯.



생가 내부는 진짜 솔직히 별게 없고, 외부 정원은 마라케시의


마조렐 공원에 비해 초라했다.



그래도 높솔이 흥미롭게 보는 듯 하니 그럭저럭 견딤.


참고로 외부 정원에서는 사진 촬영이 무료다.


유료는 집 내부 사진촬영만 해당되는 듯.



과격한 스탈린주의자이자 멕시코 예술과 페미니즘의 아이콘이 머물던 정원에서 사진 몇 장 건지는 것으로


오전 일정은 끝.


실제로 프리다 칼로는 70년대 페미니즘 운동이 확산되며 재조명 되었다는데,


그냥 그러려니 했다.



박물관 근처에서 팔던 알 수 없는 과일.


고춧가루와 소금, 설탕을 비롯한 양념을 뿌려주는 게


너무 궁금해서 사먹어 봤다.


야콘이나 무에 레몬이 들어간 초고추장을 찍어먹는 맛이 났고,


셋이서 하나만 사먹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박물관에서 묻은 공산주의 냄새를 뿌리치기 위해


다음 일정은 백화점 쇼핑.


둘이 구경하고 있는 저 브랜드가 멕시코에서 사면 저렴 하단다.


오늘은 여러모로 문외한인 아는 말 그대로 문 밖에서 기다렸음.



행-복.



저녁은 정말 오랜만에 까르보나라와



피자를 만들어 먹었다.



유럽과 이집트에서 갈고닦은 이탈리아 음식 대방출.jpg


슬렁슬렁 다닌 것 같지만 프리다칼로 박물관이 멀기도 하고,


중간에 퇴근시간에 갇혀 나름대로 피곤한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2018년 2월 3일, 금요일.



봄볕을 머리에 인 높솔은, 오늘 첫 일정으로 과달루페의 성모 성당을 선택했다.



숙소에서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버스 터미널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과달라하라 행 티켓도 끊을 겸 다녀오기로.


위 사진의 성당은 과달루페의 성모 성당 중 가장 최근에 지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순서대로 옛 대성당과, 수녀회 건물.


아주 친절하고 시의 적절하게도 아즈텍이 멸망한지 10년째 되던 해에,


다른 누구도 아닌 원주민 개종자에게 나타나 기적을 베푼 성모는


이젠 멕시코의 상징이자 아메리카의 성인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


대성당은 성모 발현이라는 기적의 언덕에 세워졌고, 연간 천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고.



관광객이자 전혀 상관없는 내가 코멘트를 달아봐야 영양가 없으니,


구경이나 하기로 한다. 잠실에서 보던 경기장 처럼 생긴 대성당 안에는 미사가 진행중이었다.


특별한 일이 있는건지, 아니면 매일 미사가 진행되는지는 모르겠음.




적당히 떠들썩한 광장 한가운데엔 종탑이 있는데



그 가운데는 아즈텍 해시계? 혹은 달력이 놓여져 있다.


스페인어로 된 설명을 읽은거라 이해한 정보가 거의 없음..



대성당이 있는 광장 앞은 번화가가 조성되어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곳이라기 보단 남미 사람들을 위한 곳 같았다.


분위기라도 느껴보려고 조금 걷다가 구시가지로 돌아옴.



오전에 흐려진 하늘이 좀처럼 맑아지지 않는 걸 제외하면


평범한 도시 관광을 즐겼다.


이름모를 성당도 지나고



광장을 지나면



타코와 퀘사디아 등을 파는 골목이 나온다.


소칼로 광장을 가기 위해 별 의도 없이 걷다 만난 곳이라 반가움이 두 배.



낭낭한 인심의 멕시코 길거리 식당은


어딜 가도 채소와 소스를 마음껏 먹을 수 있게 해준다.



건물 안에선 아주머니 한 분이 토르티야를 빚어서 굽고 있고,


밖에선 다른 분들이 고기와 치즈 등을 넣어 요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광경을 봤으니 그냥 지나갈 수 없다!



놀랍게도 사진요청이 끊이지 않는 솔의 팬미팅(?)시간이 끝나고



요리하는 아주머니들 부담스럽지 않게 거리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몇 초간 바라보면



우리 차례가 온다.


가격은 개당 20페소 위아래.


1300원 남짓 되는 돈으로 이정도 간식이면 콘도그가 생각이 안난다.



표정이 이상하지만 매우, 매우 맛있었음.


과카몰리와 할라피뇨, 살사를 양껏 넣어서 먹으면


포만감이 상당하다.



간식 후엔 목적지였던 소칼로광장에 도착.


성당 내부를 구경하고 나와 옆의 광장을 보면



전통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나름대로 주술인지, 축복인지도 내려주고 있는데



자욱한 연기 사이로 비치는 도시의 풍경이 특별하다.



멕시코에 위치한 오래된 성당의 대부분은 스페인 점령 후 제단 등을


무너뜨려 그 재료로 쌓아올린 것인데,


그 흔적만 겨우 남은 곳에서 춤추고 있는 사람들이 남다른 의미로 느껴지는 것 역시


여행자니까 가능한 거겠지.



소칼로 광장은 뭔지 모를 행사 준비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어,


아쉬운 대로 성당 뒤 유적을 구경했다.


아직도 한창 발굴중인 이 곳은 역시 또 다른 신전 터였다는 듯.


아즈텍 문명의 시체를 보다보니 저녁이 돼서,



본격적인 쇼핑을 나섰다.


물가가 저렴하기는 한지, 아니면 여전히 갈라파고스에 대한 반동인지,


두 자매는 나를 길에 버려두고 두 시간은 족히 가게를 갈아탔다.



그 동안 나는 짐꾼.



짐을 싸들고 멍청하게 앉아있는 나의 벤치는


쇼핑봉투를 든 남자를 끌어당기는 자석이다.


딱히 대화를 주고받지 않아도 눈빛교환 만으로 빵 터지는 그 기분,


국가도 인종도 초월한다.



저녁밥 먹을 시간이 지난 정도가 아니라 밤 늦은 시각,


시간에 비례해 무거워지는 쇼핑봉투를 든 나는 모든 것을 포기했고



높솔은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짓고 서있었다.


나도 나름대로 재미있었지만 그 와중에 불쾌했던 건,


이놈의 나라는 상점을 들어갈라 치면 가지고있는 모든 가방을 열어


검사를 받아야 했다는 사실.


아무리봐도 나보다 지들이 더 수상해 보이는데, 경비원이랍시고


앞을 막아서서 가방을 열어보이라는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지긋지긋했다.


쇼핑을 다 하고 나올 때도 한 번 더 검사받아야 하는 건 덤.


그들이야 시키는대로 하는거니까 딱히 악감정은 없겠다만,


이것이 말로만 듣던 멕시코의 치안 수준인가 싶어 씁쓸한 짜증이 치밀었다.



집에 오는 길엔 연주자 듀오.



길거리에 나와 공연이라는 이름으로 악기 연습을 하고있는 사람들과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로 괜찮은 연주를 들려주었다.


역시 사람은 도시에서 지내야..



집에 와선 구입해 온 데킬라를 마셨다.


저거 먹을 생각 하나로 그 시간을 버텨냈지..


에라두라 울트라는 오크통 숙성 데킬라를 필터링 해서 투명하게 만든,


굉장히 맛있는 술이었다.


이후에 빠뜨론 아녜호나, 돈훌리오 70도 먹어봤지만


잘 모르는 내 입에는 에라두라 울트라가 제일 맛있었다.


쇼핑으로 받은 스트레스, 에라두라가 책임집니다!


멕시코시티 투어 및 쇼핑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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