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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4일, 토요일.



무려 이천만의 인구가 살고있는 멕시코시티는 공기 질이 좋지 않다.


매연이나 각종 먼지가 많아 아침 저녁 노을이 예쁜 건 마음에 들지만.



오늘은 토요일이라 아직 도시가 깨어나지 않았고,


우리는 테오티우아칸 방문 전 예습삼아 인류학 박물관을 가기로 했다.



은근히 잘 깔려있는 멕시코시티의 지하철을 타고 차풀테펙(Chapultepec) 역으로.



인류학 박물관으로 바로 이어지는 지하철은 아니지만,


그 앞에 있는 차풀테펙 공원을 가로지를 수 있다.



성과 호수가 있는 공원 풍경은 서울숲이 연상되는 모습이고,


이천만 도시의 주말답게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콘크리트 숲을 등지고,


19세기 중순 미국과의 전쟁에서 사망한 어린 사관생도를 기리는 위령탑을 지나면


공원의 시작.


다양한 길거리 음식과 즐길거리가 있는 공원은


피크닉 나온 현지인이 대부분이다.



이럴 때 빠질 수 없는 오리배.


잔디밭과 노점 카페를 메운 시민들의 웃음은


높은 인구밀도에 대한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주었다.



인류학 박물관 정문.


우리가 아주 아침 일찍 와서 이렇게 한산하지,


나올 때 보니 줄이 엄청 길었다.


뙤약볕에서 30분 이상 기다릴 자신이 없으면 평일에 오거나, 아침 일찍 올 것.



박물관 입장료는 70페소.


국제학생증 할인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정확하진 않다.


높도 70페소를 그대로 내고 들어간 걸 보니 멕시코 내 학생증이 있어야 하는지도.


위조 학생증을 만들 만한 정성이 부족한 우리는 무려 35페소, 2400원이나 손해를 보고 들어갔다.


박물관 내부는 굉장히 거대하며,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유물이 정리되어 있다.



밖에서 판매하는 기념품들보다 더 기념품스러운 전시품들.



길을 잘못들어서 시대 역순으로 진행하다가 중간에 깨닫고 방향을 바꿨다.



이런 컵받침이나 장식품 만들어서 팔면 열심히 살텐데!


왜 이 비슷한 것도 없는지 멕시코 여행 내내 의문이었지만


끝내 해결은 못봤다.



조금 전에 말했지만, 시대별로 정리된 유물은


그 규모가 내 상상을 초월했고


하루만에 이 곳을 다 둘러보기는 무리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래서 내일 방문할 테오티우아칸이나 와하까 문명 등 관심있는 문명 위주로


스킵하면서 봤음.


그래도 다 보고 나니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있었다는 건 덤.



유라시아 대륙에서 야금기술이 전달되지 못할 정도로


멀리 떨어져 발전한 아메리카 원주민의 문명은,


과연 굉장히 다르다.



뛰어났고 그렇지 않고는 내가 판단할 수 없지만,


이런 다양함을 마음껏 누리다니.


진심으로 중남미 여행을 오길 잘했다고 느낀 몇 순간 중 하나였다.


보통 미술관 구경은 좋아해도 박물관은 시큰둥 하거나 잘 가지 않게 되는 편인데,


모처럼 재미있는 구경이었음!



그 독특함에 매료되어 유물 사진을 많이 찍었지만,


박물관 사진은 여기까지.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 공원으로 돌아온 우리는


성으로 오르는 길에 늘어선 줄에 질려 도망쳤다.


일단 배가 너무 고프니, 근처에 온 김에 추천받았던 새우타코를 먹으러.



알고보니 멕시코시티에서 알아주는 맛집이었던 집의 위치는 이곳.


간판을 확인하기 전부터 강렬하게 달려오는 새우기름 냄새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주문 카운터 옆에서 맹렬하게 튀겨지고 있는 새우와 생선들.


햄버거가게에서 처럼 먼저 주문 및 계산을 하고 음식을 받는 방식이다.


 

당연히 신선한 채소와 소스는 마음껏.


위와 같은 소스 바가 있으면



요런 새우타코가



이렇게 바뀐다.


서브웨이에서 모든 채소를 넣거나


버거킹에서 올엑스트라를 주문하는 느낌으로 채소를 채우고



왕.


워낙 맛있는 소스와 토르티야에 새우튀김을 넣었으니 맛이 없을 리가 없다.


새우타코 종류가 하나만 있는 건 아니고, 생선이 들어가는 등 종류가 다양했다.


가격은 하나당 30-40페소 수준.


길거리 타코와 비교하면 3배는 되는 가격이라 애매하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한국에도 타코집들이 더 많이 생겨야 저렴하게 먹을 수 있을텐데..


다른 건 몰라도 토르티야 맛있게 만드는 방법은 배워가고 싶다.



서울에서도 지하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약속시간에 일부러 일찍 나와 버스를 타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멕시티에서도 가능하면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골목 사이로 처음 보는 풍경이 빛나는 모습은 역시 놓칠 수 없는 즐거움.



조용한 버스는 대략 이런 느낌이다.



내일을 위해 집에 조금 일찍 와서는,


틀을 만든다.



은박지를 열심히 접어 튼튼하게.



라자냐 면을 깔고 그 위에 소스와 치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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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박지 틀 위쪽까지 야무지게 쌓고



오븐에 굽고 나면



믿을 순 없지만 3인분 라자냐가 완성된다.


물가가 별로 비싼 동네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오븐을 사용하고 싶어서


숙소에서 많이 만들어먹은 것 같다.


혹은 길거리에 넘쳐나는 사람들에 질렸기 때문이거나,


방 창문으로 보이는 야경이 예뻤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코로나는 멕시코답게 라임을 하나 넣어줘야 제맛이다.


깔끔하게 박물관만 구경하고 돌아온 토요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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