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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9일, 목요일.


데킬라는 용설란, 혹은 아가베 중에서도 블루 아가베를 이용해 만든 술이다.


그렇다고 블루 아가베로 만든 술이 모두 데킬라인 건 아니고,


과달라하라가 속한 할리스코 주에서 만든 것만을 데킬라라고 부른다.


더 정확하게는 과달라하라 주의, '데킬라' 마을 주변에서 생산되는 것 만이 데킬라 라고.


아가베로 만든 술의 통칭은 메즈칼 이라고 하는데,


그러니까 아가베로 만든 메즈칼이라는 상위 분류가 있고 그 안에 블루아가베를 이용해


할리스코 주에서 만든 술 데킬라 라는 하위 개념이 있는 셈이다.


참고로, 데킬라가 만들어 지는 마을이라 데킬라 마을이 아니라,


데킬라 마을에서 생산되는 술이라 데킬라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과달라하라는 비가 오락가락하는 이른 아침부터 활기차다.



무슨 행렬인진 모르겠지만, 지나쳐 여전히 흐린 여름 하늘을 지고, 투어 버스에 몸을 싣는다.


데킬라 마을은 과달라하라에서 북서쪽으로 대략 70km정도 떨어져 있고,


투어는 그 중간에 위치한 데킬라 농장, 



트레스 무헤레스에서 시작한다.


트레스 무헤레스는 세 여인(three women)이라는 뜻인데 말렌드레즈 가문의 소유이며,


데킬라 브랜드 중에 그렇게 인지도가 있는 편은 아니라고 한다.


유명한 호세쿠엘보 공장으로 투어를 신청할 수도 있으나, 가격이 엄청나게 뛰어오르는 듯.


이 농장을 들러 데킬라 마을을 구경하는 투어가 일인당 350페소 정도였는데,


호세쿠엘보 공장을 가는 투어는 1000페소가 가볍게 넘었었다.



 한 시간 반 정도를 자면서 달린 직후라 피곤에 절여진 높솔.


솔의 손목에 있는 번호표가 투어팀을 구분하는 표식이다.


영어는 한 마디도 하지 못하지만 유쾌한 가이드와 함께 본격적인 투어 시작.


데킬라를 만드는 방법을 처음부터 자세하게 설명을 해 준다.



언뜻 보면 알로에 처럼 생긴 블루 아가베.


정확하게 이해는 못했지만 가장 맛있는 블루 아가베만을 이용해 술을 담그는 자부심은 와닿았다.


추가로 고지대에서 자란 아가베 일수록 크기도 크고 단맛이 강해 상품으로 친다고.



끝이 보이지 않는 농장에서 아가베를 경작하는 사람을 히마도르(jimador)라고 부르며


그 기술과 노하우는 집안 대대로 물려지고 있다고 한다.



히마도르의 복장과 데킬라 주조과정을 보여주는 모형, 주조 박물관 안에 있다.


아가베의 수명은 8-14년이고, 그 중에서도 8에서 10년 사이의 7미터 크기의 블루 아가베가


술을 담그기 적당한 시기라고 한다. 조금이라도 이르거나 늦으면 당도나 떨어져 상품가치가 없다고.



적당히 자란 아가베를 수확해 잎을 떼고 나면 위와 같은 열매가 나오는데,


이 것을 (아가베)삐냐, 즉 파인애플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생긴 게 확실히 비슷하기는 하다.


저렇게 다듬은 아가베를 위에 보이는 공간 안에 가득 채우고 천천히 굽는다.


건물 모양을 한 일종의 오븐인 셈.


이 과정에서 다당류 프룩탄이 단당 프룩토스로 가수분해돼, 사람이 소화하기 쉬운 형태로 바뀐다.



그 다음은 타오나(tahona) 라고 불리는 맷돌로 아가베를 분쇄 및 착즙 과정을 거치는데,


바가소(bagazo)라 불리는 남는 섬유질은 비료나 사료, 연료 등으로 재활용 된다고 한다.


사진에 보이는 게 타오나의 축소 모형.



다음 과정은 여타 증류주 제조 방법과 동일하다.


먼저 아가베 즙을 큰 통에 담아 며칠 발효를 시킨 후(발효가 끝난 즙을 모스토mosto라고 부른다)


일차로 증류. 


일차 증류 후의 액체를 오르디나리오(ordinario) 라고 하며,


두 번 증류시킨 다음에야 실버 '데킬라'라고 부른다고 한다.


일차 증류 후의 오르디나리오를 굳이 술이 아닌 액체라고 부른 이유는,


최소한 두 번 이상의 증류를 거치도록 법에서 명시하고 있기 때문.



위 사진이 발효 및 증류 시설.



박물관 한 켠에는 다양한 모습의 데킬라 병이 있다.


알고보니 제품이 다양한 게 아니라, 원하는 모양으로 병을 제작해 준다고!



열심히 설명을 듣고 난 이후엔 기다리던 시음시간.


40도에 이르는 독주를 최소 네 잔 들이켜야 하는 투어의 특성상,


아침을 많이 먹거나 간식을 챙겨오는 편이 좋다.


안그러면 속이 쓰리거나 취해서 헤롱거리는 불상사가..


시음은 오른쪽 투명한 병 부터 왼쪽으로 진행된다.


그 순서는 오크통 숙성 기간이 짧은 순서이며,


그 각각의 용어는 다음과 같다:


1. 실버(혹은 블랑코) - 두 번 증류한 후 병에 담은 데킬라.(숙성 없음)

                         혹은 스테인리스 통이나 새 오크통에서 달 미만 숙성한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2. 레포사도 - 20,000리터에 달하는 커다란 오크통에 최소 두 달에서 최대 일 년 숙성한 데킬라.

3. 아녜호 - 비교적 작은 200-600리터의 오크통에 최소 일 년에서 최대 삼 년 숙성한 데킬라.

                 2006년 엑스트라 아녜호 종류가 정립되기 전까진 가장 고급 라인이었다.

4. 엑스트라 아녜호 - 3년 이상 숙성시킨 데킬라.


와인이나 위스키와 마찬가지로, 오크통 안에 오래 들어있을수록


부드럽고 미묘한 향이 나며, 가격 역시 가파르게 상승한다.



또한 100% 블루 아가베로 만든 데킬라는,


끈적거림이 없어 토너 대신 사용해도 된다!


실제로 손에 조금씩 흘려주고 바르는 체험도 함.


끈적거림은 당연히 없을 뿐 아니라, 알코올 냄새가 날아가고 나면


은은하게 남는 오크통 향이 기분좋다.



이 건 진짜로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일종의 건배사인지, 아니면 의식인지도 모르겠다.


중간에 중후한 목소리로 영어 통역을 해주는 분은



우리의 운전기사 아저씨.


단순히 운전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셋을 위한 영어 통역사였다.


목소리도 멋있고 위트가 있어서 가이드 언니와 함께 우리 기분을 업시켜 주었음.


처음 도착했을 때의 표정과는 사뭇 다른 얼굴로 서 있는 높솔만 봐도 알 수 있다.


아니, 실은 데킬라 다섯 잔이면 누구라도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지도.



시음을 마치고 나서는 농장 투어의 마지막 코스,


데킬라 숙성 터널로 향했다.



와인과 마찬가지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기 위해 지하에 지어진 터널.


그나저나 보면 볼 수록 둘이 걷는 모습 똑같은 게 왜이리 웃기냐.



어두침침한 통로 양 쪽으로는 오크통이 쌓여있고



길 끝엔 피아노가 하나 놓여있다.



증류주의 숙성에 있어 온도, 습도, 저장용기의 중요성이야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으나 비슷비슷한 내용이라 스킵.


요약하면 대체적으로 레포사도는 새 오크통에, 레포사도는 화이트 오크통에 숙성시키며 


제품이 추구하는 향에 따라 와인, 위스키 등을 숙성한 적이 있는 오크통을 선택해


추가 숙성을 한다고 한다.



터널 밖으로 나와 잠시 자유시간.


넓게 펼쳐진 아가베 밭과



교회 구경등을 했다.


적당히 술기운이 오른 채로 차에 타서


다음 목적지는 데킬라 마을.



도착해선 점심시간 겸 자유시간이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 주어진다.


추천해 주는 식당은 있지만 꼭 그 곳을 들어가지 않아도 상관 없음.


맑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하늘에 비가 자주 내려서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꾸물꾸물.


아침을 많이 먹고 온 우리는 식당 대신



호세 쿠엘보 공장을 셀프로 견학.



잘 꾸며진 이 곳에선 호세쿠엘보가 들어간 데킬라 초콜렛과 


각종 호세쿠엘보 데킬라 들을 구입할 수 있다.



에라두라도 그 근처에 위치하고 있고.


데킬라마을답게 상점마다 각종 데킬라를 판매하고 있어,


처음들어보는 것 부터 네임드까지 편하게 쇼핑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은 과달라하라 시내 리큐르 샵에 비해 많이 비싼 편이니, 그냥 구경만 하는 걸 추천.



할라피뇨 모양을 한 투어버스(?).


데킬라는 작은 마을이라 다 돌아보는 데 삼십 분도 필요하지 않다.



비가 그친 틈을 타 시작된 뭔가의 공연.



이른바 Flying Pole 이라고 불리는 이 공연은


메소아메리카 원주민의 종교적 의식의 일종이라고 한다.


30미터 높이의 장대에 올라 균형을 잡으며 회전하는 모습이 내가 다 쫄린다.


심지어 머리를 아래로 두고...


조금 더 알아보니, 450년 전 쯤 살던 원주민들이 치르던 기우제라고.


멕시코 여기저기서 관련 모형을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길가에는 칵테일 샵.



작은 항아리 잔에 데킬라와 각종 주스를 섞어 만드는 이 칵테일의 이름은 칸타리토스.


데킬라를 고르고 나면 열심히 오렌지를 짜고 술을 섞어 한 잔 말아준다.



맛은... 셋이서 한 잔만 시켜서 맛 보길 잘했다 싶은 맛.


고춧가루와 소금 덕분에 맵고 짜고 데킬라 맛은 거의 안느껴진다.


가격은 한 잔에 60페소.


어쩐지 하루 종일 술에 취해있는 느낌이다.


데킬라 투어는 여기에서 끝.


데킬라 농장에서 시작해 마을까지, 350페소로 아주 만족스러운 투어였다.


이후엔 추가되는 팁이나 다른 비용 없이, 셔틀은 우리를 성당 앞 광장에 내려준다.



어제 못다한 시내 구경을 살짝 하고,



리큐르 샵에 들러 파트론 아녜호를 한 병 구입.


병을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만든다는 명성답게 예쁘장하게 생겼다.


참고로, 멕시코에서 술을 구입할 때 작은 팁이 하나 있다.


길가에 보이는 데킬라샵 같은 곳에서 구입하면 비싸고,



요런 주류판매점을 찾아가서 구입하는게 좋다.


주류매장도 브랜드가 몇 가지 있는데, 프랜차이즈 마다 행사도 자주 하니까


미리 알아보면 고급 데킬라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음.


일반매장이나 마트와 위와 같은 주류판매점 간의 가격차는 의외로 상당한 편이다.


최대한 아껴 많이 사먹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집에 오는 길의 석양.



말 그대로 하늘이 타오르는 것 같은 빛을 내고,


높의 얼굴에도 불꽃이 번진다.



걷다 말고 매료돼서 한참을 보고 서있었음.


이토록 아름다운 나라, 도시라니.


멕시코는 가는 곳마나 새로운 매력이 넘친다.


비내리던 하늘 뒤에 꿈꾸는 것 같은 노을을 뒤로하고,


오늘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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