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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글에서 계속.


역시 와하까는 이대로 흘려보내긴 아쉬운 도시야, 라는 생각은


유적지에서 지칠대로 지친 우리를 다시 시내로 내몰았다.



한낮의 열기는 어딘가로 숨어버린 골목,


아이들이 모여 픽사의 영화 <코코>를 보고 있다.


다시 생각해도 영화에 등장하는 마을은 이 도시를 연상시킨다.



이미 멕시코 뽕을 거하게 들이킨 나는 이 영화를 평가할 자격이 없다.


짧고 강렬했던 멕시코에 대한 추억만 파먹어도 영화가 금방 끝나더라.



차분한 듯 차분하지 않은 듯


초여름 밤이 느껴지는 와하까의 밤.



가로등을 빛나게 해주는 건, 젖은 색이 나는 길거리도 우리도 아닌 것 같다.


이 글의 사진들 하루동안 찍은 건 아니고.. 이틀에 걸쳐 밤에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의 조합이다.



멕시티나 과달라하라, 그리고 앞으로 방문하게 될 팔렌케나 메리다, 칸쿤에 비해


애매한 규모를 가진 와하까는 그 애매함에서 나오는 매력이 넘친다.


일견 불안정해 보이기도 하는 그 균형이 이 곳을 더 그립게 칠하는 지도 모르겠고.



성당 앞에 앉아 나눈 이야기는 기억이 날 리가 없다.


와하까의 공기에 분위기를 담아 들이키고,


내쉬는 숨으로 나누는 대화는 그대로 그리운 장면.



중남미는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이 많이 남아있어,


옛 유럽을 떠오르게 한다는 평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옛 유럽은 가본 적도 배운 적도 없는 나에겐


멕시코는 유럽과는 전혀 상관없는 땅처럼 느껴진다.


아주 우연한 충돌로 인해 종교만 비슷해졌을 뿐.


그나마 그 종교라는 것도 두 대륙에서 받는 대접이 하늘과 땅 차이.



이날따라 호기심이 넘치는 솔은 길거리 간식에 눈독을 들인다.


옥수수 알을 발라내서 치즈와 각종 소스에 버무린 이 작은 컵 속의 무언가는


단짠의 정석을 보여주었고,



소칼로 광장 근처에 도착했을 땐


그 기술 자체를 거의 예술로 승화시킨 형님을 만나기도 했다.



빨리감기 아님 주의.


비슷한 간식이 난무하는 와하까에서


이 수레 앞에만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걸 보면


고인물에서도 살아남는 길이 있기는 있다.



한 번인가 말했듯이, 와하까는 기념품 종류가 저렴하다.


흥정을 하기는 해야하지만 딱히 그러지 않아도 기분좋은 가격에 쇼핑 가능.



다시 돌아와서 몬테 알반 유적지에서 돌아온 날 밤,


멕시티에서 쇼핑했던 옷을 차려입은 높과 



이젠 아무래도 좋아보이는 솔은 기분이 좋았다.


숙소가 구시가지와 가까운 덕분에 밤에 놀러다닐 수 있게 된 데다가,


와하까의 야경을 보며 칵테일도 한 잔 하기로 했기 때문.



우선, 모든 것에 앞서 쇼핑을 한다.


짧은 일정을 쪼개서 틈틈히 물건을 많이도 샀는데,



이런 류의 그림이 그려진 소품을 적당한 가격에 많이 구입할 수 있다.



형형색색으로 칠해진 이런 고양이는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으니.


미리 만들어진 공예품을 납품받아 개별 상점에서 색칠해서 파는 덕분에


완벽히 같은 문양의 소품은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에서 파생된 부작용(?)이라기 보다는 재미있는 사실은


못생긴 애들은 가격이 확 내려간다는 점...


눈동자가 이상하게 찍혀있거나 딱 봐도 실패한 애들은 생긴거 때문에 한 번,


가격 때문에 또 한번 웃게 된다.



이런 소품 가게들도 많이 있고



이런 종류의 장식품도 많이 있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나는 빼고..



따로 봐도 예쁘지만 이렇게 늘어놓고 보면 더 그럴듯 함.


아, 언급하는 걸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이 화려한 동물들은


단지 장식이 아닌 종교적 의미가 담긴 아이들이다.


영화 코코를 봤으면 익숙하겠지만, 이들은 '알레브리헤'라 불리는 일종의 수호신으로


악마를 쫓고 가정을 지켜준다고 믿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역사가 오래된 건 아니고, 20세기 초중반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더 정확하게는, 1936년, 당시 서른살이던 멕시티 출신 페드로 리나레스가


병에 걸려 누워있다가 꿈에서 본 환상적인 동물을 복원해 낸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기묘하게 생긴 동물들이 '알레브리헤스!'라는 한 단어만을 외쳤기 때문에


그 이름이 정해졌다는 이야기도 남아있다.



쇼핑이 끝난 밤.


성당 앞의 광장엔 옥상을 이용한 음식점이 여럿 있다.



우리는 그 중 성당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로 선택.


이 지역에선 메즈칼이 많이 생산되고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그 것을 이용한 칵테일을 한 잔씩 하기로 했다.




가로등이 거리를 밝히고 있어도


고개를 들면 별이 보이는 곳.


유럽과 굳이 비교할 필요는 없다.



금방 준비된 칵테일.



관광지 한복판에 위치한 가게 치고는 차분하고,


직원도 사근사근하고 똑똑해 보였다.


단점이라면 술이 맛이 없다는 것 정도..?


이름만 다르지 데킬라와 비슷한 맛이 날 거라 기대해서 그런지


도저히 맛이 나지를 않았다.



옆 테이블에 앉았던 미국인 부부가 찍어준 사진.


셋이 찍히는 사진은 드물어서 그냥 올려봄.


정부에서 꽤 높은 직위에 있는 아저씨였는데 명함을 잃어버림..



맛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데킬라를 뒤적거려도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옥상에서 보내는 여름밤은 즐겁게 흘러간다.



무엇보다 좋은 건 가게 일층에서 들려오는 비밥재즈.


재즈도 오케스트라도, 라이브로 듣는 게 훨씬 좋다.


역시 와하까에 더 오래 있을 걸 그랬어.



마지막 날은 별 거 없이 보냈다.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추전해 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것을 시작으로



쇼핑을 하고



또 쇼핑을 하고..


특별히 이 날은 나도 기념품을 꽤 구입했음.



중간에 점심을 먹으러 들렀던 부페.


정확한 위치와 가게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 근처로 가면 비슷한 집이 몇 개 있다.


은근히 눈에 안띄기 때문에 제일 먼저 보이는 집으로 들어감.



자주 채워지는 몇 가지 반찬과 또르띠야, 그리고 물이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향신료 맛은 거의 안나는데다, 내장요리는 우리 입맛에 딱이라


호불호 없이 한 끼 때우러 갈 수 있을듯.



식사를 다 하고 나면 디저트까지 한 그릇.



이 완벽한 식사가 일 인당 55페소라는 믿을 수 없는 가격에.


옆에서 우리 식사를 도와준 직원에게 10%씩 팁을 얹어준다 쳐도


셋이서 180페소, 대략 한화 11000원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식당 입구에서 판매하는 철판 아이스크림은 15페소.



그래봐야 천 원 정도밖에 하지 않는 이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나면,


쇼핑을 계속 할 힘을 얻는다......


체류기간이 짧아 아쉬운 도시 중 압도적 일등을 차지하고 있는


와하까 여행은,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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