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2018년 2월 13일, 화요일.


팔렌케는 멕시코 여행자들의 쉼터, 산크리스토발에서


북동쪽으로 100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작은 도시이다.


워낙 작은 마을인데다 유적지를 제외하면 딱히 더 볼 것도 없는 팔렌케는


산크리스토발에서 메리다로 넘어가는 길에 잠깐 들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멕시코를 통틀어 3주라는 짧은 일정에 쫓기는 우리는,


과감하게 와하까에서 팔렌케로 바로 건너뛰기로 했다.



아침에 도착해 호텔에 적당히 짐을 풀고 바로 유적지로.


여행사 차량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오고가는 콜렉티보를 타면 일인당 편도 20페소에 올 수 있다.


입장료는 역시 일인당 70페소.


마야 유적지 중 가장 보존이 잘 된 곳이라는 명성에 비해 입장료가 저렴했다.



문제가 있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습도.


그 와중에 하늘까지 비를 잔뜩 머금고 시야를 꽉 막는다.



이런 정글 안쪽에 위치한 팔렌케 유적은


그 덕분에 잘 보존되기는 했을지 모르나


구경하는 우리 입장에선 모기와의 싸움일 뿐.


참고로 위의 폭포? 는 여왕의 욕조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곳이다.


원주민 여성들이 목욕하던 곳이라나.



팔렌케 유적지에 있는 피라미드의 내부.


아, 참고로 팔렌케 유적은 대부분의 멕시코 유적지와 마찬가지로


원래 이름을 잃었다. 근처 마을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을 뿐.


그리고 하나 더 잡식을 추가하자면, 이 유적지는 멕시코인에 의해 발굴되었으며,


“아프리카 피라미드는 무덤이고 아메리카 피라미드는 신전”이라는 공식을


죽은 이론으로 만든 곳이기도 하다.


초고대문명 떡밥으로 자주 쓰이는 저 유명한



파칼왕의 석관 덮개가 발굴된 곳이 이 팔렌케 유적이기도 하다.



이게 그 석관이 발견된 피라미드인 비문의 신전.


하부에 파칼왕의 무덤이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궁전 터.


실제로 보면 규모가 상당하고,


비문의 신전을 오르면 궁전을 내려다볼 수 있지만


덥고 습한 날씨에 우리는 몸을 사렸다.



버스에서 내린 그대로의 모습이라 후줄근하기는 말할 것도 없고.



노상에는 마야문명의 상징물 모양의 기념품들을 팔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적지 안의 노점은 여행자를 노리는 하이에나지만,


비수기의 고온다습한 정글 속 유적지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손님도 없고, 서로 힘든 기색이 역력하니 처음부터 괜찮은 가격을 부름.



결국 원하는 것을 저렴하게 얻어냈다.



유적 구경은 계속된다.


위 사진은 십자가의 신전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으며,


마야 문명의 생명의나무를 상징하는 십자가 모양의 판넬이 신전 중앙에 놓여있다.



아직도 한창 발굴중인 팔렌케 유적은,


신전마다 앞에 이름과 설명이 잘 쓰여져 있어 구경이 편하다.



걱정과는 다르게 비는 내리지 않았다.


대신 땀으로 샤워를 했으니까 뭐가 나은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무덤! 처럼 보이지만


다른 유적지에서도 많이 만났던 경기장이라고 한다.


결코 져서는 안되는 볼 경기장....



그늘에 숨어도 더위는 조금도 덜어지지 않아 숨을 몰아쉬게 된다.


큰 호수를 옆에 끼고 있어 상시 습한 캄보디아의 시엠립, 앙코르와트를 구경할 때와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한창 발굴중인 유적이라 규모가 작게 느껴진다.


두어시간이면 다 돌아보고 나올 수 있음.



출구 쪽에는 여느 유적지와 마찬가지로 작은 박물관이 위치해 있고,


에어컨이 틀어져 있다.



유물들이 딱히 눈에 들어오진 않지만 땀을 식히며 콜렉티보를 기다렸다.


숙소에 가서는 땀을 씻어내고 잠시 낮잠.


밤 늦게 메리다로 가는 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에 이른 저녁을 해결하러 나왔다.


몇 군데 되지 않는 음식점 중 우리가 선택한 곳은,



번화가 중심에 위치한 이층짜리 음식점, 트로피 타코였다.


 

손님이 많은 일층과는 대조적으로 텅 비어있는 이층.


음료수는 구비된 종류가 다양하지 않지만 밖에서 사다마셔도 문제 없다.



주문과 동시에 준비 해 주는 각종 소스.


토르티야와 함께 무료로 계속 제공된다.



배가 고파졌다.



2인용 세트에 같이 나오는 스프.



고기와 콩이 들어가 보기보다 맛있음.


이 때 이 집의 양이 장난 아님을 직감했다.



개인적으로 더위에 지친 날엔 오리지널보다 라이트 콜라가 좋다.


덜 끈적거리는 느낌이라 여행 내내 즐겨먹었음.



바로 나온 이인용 플래터.


혹시 양이 모자랄까 싶어 다른 단품요리를 몇 개 시켰는데


겨우 다 먹을 정도로 양이 많았다.



따뜻한 상태로 계속 가져다 주는 토르티야로 타코를 계속 만들어 먹으면 된다.



육류가 다섯종류에 소스도 여러가지라 행복함.


피곤함과 눅눅함, 찝찝함까지도 다 씻어주는 고기는


역시 인류의 친구다.



계산서에 사탕은 애교.


사진은 안올렸지만 추가해서 먹은 브리또 두 개까지 해서


총 235페소가 나왔다.


밤 늦게 가방을 메고 터미널로 향하던 길이 어찌나 가뿐하던지.


짧고 강렬했던 팔렌케 스탑오버, 끝!

반응형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