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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4일, 수요일.


멕시코 동북부, 해안가 근처에 위치한 메리다는


유카탄 주의 주도이다.



바다와 30여 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건조한 기후가 나타나는 메리다는,


일 년 내내 더운 날씨와 맑은 하늘로  유명하기도 하다.



유카탄 반도는 식민지 시대가 끝난 후, 짧지만 두 번에 걸친 독립을 선언했을 정도로


문화가 독립적인데, 이는 97%에 이르는 마야 원주민 비율에서 기인한다.


'마야'라는 단어를 들으면 죽어버린 고대문명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 언어는 엄연히 살아남아 이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교육과정에서 정식으로 가르치기도 하며, 그 영향으로 이 지역의 스페인어가 변형될 정도라고.



단점이 하나 있다면 수크레와 마찬가지로 인도가 아주 좁다.


식민지 시절에 만들어진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두 명 이상이 같이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좁은 인도는 매연을 먹기 딱 좋은 구조.


고도가 낮아 다행이었지, 아니면 검은 공기만 잔뜩 마시다 올 뻔 했다.


 

그러니 미리 결론을 내자면, 수크레 갈 시간이 있으면 메리다로 오세요!


비슷한 건물에 훨씬 깨끗한 공기, 맑은 하늘까지 있습니다.



메리다 근방에는 팔렌케, 치첸이사와 더불어 마야 문명의 유적 중 가장 중요한 곳인


우스말(Uxmal)유적지가 있다.


무려 여왕 엘리자베스 2세도 다녀간 곳이라고.


아무튼 유적지는 메리다에서 남서쪽으로 6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인데, 가는 법은 간단하다.



아데오 버스터미널 맞은편에서 티켓을 구입한 뒤(일인당 130페소, 왕복)


위에 올린 사진과 같은 도시락을 사들고 다녀오면 되는데,


도시락은 그렇다 치고 물은 메리다에서 꼭 사들고 가기를 권장한다.


우스말 유적지는 유독 물가 차이가 심했던 걸로 기억.



유적지 입구.


바로 옆에 리조트까지 조성돼 있을 정도로 관리나 복원이 잘 되어 있다.



유적지 이름, '우스말Uxmal'은 그 어원에 대해 두 가지 설이 있는데,


1. Oxmal - 세 번 지어진 곳. 도시가 오래되었기 때문에 재건축 된 횟수를 나타내는 뜻이다.

2. Uchmal - 미래가 온다.


가 그것이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어마어마한 가격의 유적지 입장료.


기본 입장료 70페소에, 비디오 촬영은 45페소를 추가해야 한다.


이게 뭐가 비싸냐고?



유카탄 주의 재무부에서 인당 164페소를 추가로 요구하거든..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세금 명목으로 입장료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을 더해


총 234페소를 지불해야 유적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입장 티켓만 사서 들어가 보려 해도,


직원에게 입구컷을 당해야 하니 빨리 사도록 하자.


참고로 이 곳도 일요일엔 현지인 한정으로 무료입장.



티켓을 보여주고 들어가면, 초입에 서있는 거대한 건축물.


대략 35미터에 이르는 크기를 자랑하는 이 건물은 '마법사의 피라미드'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모양이다..만


정확하게는 마법사 보다는 예언자에 가까운 의미라고 한다.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이 지역 토착민의 전설에 있는데,


그 전설에 따르면 이참나(마야 문명의 신의 이름 중 하나이기도 하다)라는 이름의


드워프 마법사, 혹은 그의 어머니가 그 권능으로 하룻밤 만에 이 피라미드를 지었다고 한다.


여러 버전의 전설이 있으니 자세한 건 위키를 참조하시길. 꽤 재미있다.


어쨌건 이 피라미드는 우스말 유적지 가장 유명한 곳이자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햇빛을 쪼이고 있는 엄청 큰 이구아나.


참고로 위에 언급된 이참나 신은 종종 머리가 두 개인 이구아나로


현신한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짙푸른 하늘 아래 버려진 유적지를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본분을 잊지 않고 물셔틀에 열심을 내는 높.



마야 사람들이 이구아나보다 더 좋아했던 뱀이 조각된 건물.



광장 앞 건물.



치첸이사는 가보지 못했지만,


확실히 방문해 본 멕시코 유적지 중엔 가장 보존이 잘 되어있었다.


비싼 입장료 덕분에 사람도 별로 없어 구경하기도 편하고..



앞서 적었듯 습도도 낮아 뻥 뚫린 하늘이 기분좋기도 하다.



마야의 공놀이, 피찰이 진행되던 경기장.


현재에 와서도 마야 문명에 속했던 국가들이 모여 국제대회를 열 정도로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던데.



괜히 신나서 점프샷 한 번.


서울에 돌아와서도 멕시코의 하늘을 잊지 못하는 나는


이 풍경이 너무나 그립다.



왕궁으로 가는 길.


저 멀리 마법사의 피라미드가 보인다.




피라미드에 비하면 왕궁터는 보잘 것 없어 보이기도 한다.


높이가 낮은 대신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다는 게 특징.



왕궁으로 향하는 계단 꼭대기에 앉아보았다.




왕궁 옆에 오르면


저 멀리엔 마법사의 피라미드가,


가까이엔 피찰 경기장이 보인다.


특히 피찰 경기장은 왕궁 바로 앞에 자리잡고 있어


국가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행사 중 하나였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경복궁 앞에 족구장이 있지는 않으니까.



왕궁 한 바퀴를 마지막으로 우스말 유적지 구경을 끝냈다.



유적지 한 켠에 있던 신전 하나가 진짜 끝.


개인적으로 도시는 와하까가 훨씬 더 좋지만


유적지는 우스말 유적지가 보기 좋았다.


입장료가 비싸긴 하지만 그래봐야 13000원 남짓 하는 가격이니


망설이지 말고 들러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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