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2018년 2월 18일, 일요일.


몇 달 전, 처음 칸쿤 여행에 대해 계획할 땐


푸른 꿈에 물들어 있었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올인클루시브 호텔, 타는 태양 아래의 치첸이사.


그러나 우리의 멕시코 마지막 여행은


예상과는 상당히 다른 전개로 흘러 버렸다.



우선 우리가 묵었던 에어비앤비 숙소.


에어컨이 딸린 방 두 개 및 화장실 두 개, 넓은 주방과 거실까지.


거실에 에어컨이 없다는 게 흠이지만 친절한 호스트 덕에 마지막 날까지 편안했다.



그리고 공용 수영장이 딸려있어,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휴양이 가능한 아파트.



집 근처의 대형마트까지 걸어서 5분 거리임을 감안하면,


오랜만에 퍼질러 앉아 놀기 좋은 숙소에 도착해 버렸다고 할 수 있겠다.


숙소 외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어쨌건 결론은,


우리는 올인클루시브 호텔도, 치첸이사도(!) 포기한 채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



우선 우리의 영원한 친구, 튀긴 닭 타코.



생닭을 사서 튀김옷을 직접 입혀 튀기는 게 포인트.



케찹과 아히소스, 피칸테 소스 등을 넣고 한쌈 거하게 싸먹으면 된다.



화이트와인으로 만들어 둔 샹그리아는 덤.


참고로, 안그래도 오렌지가 저렴한 남미 중에서도 멕시코는 그 가격이 엄청나게 낮은 편이다.


매일매일 오렌지주스를 쭉쭉 짜먹을 수 있는 오렌지성애자의 천국.



하루는 티본이 저렴하길래 사와봤다.



놀랍게도 모든 부위 중에 티본이 가장 저렴해서,


의심을 하며 사왔지만 결과는 대만족.


미국산 소고기로 추정되는 이 녀석은 한없이 부드러웠다고 한다.



조금 말라보이지만, 높이 좋아하는 봉골레 스파게티. 존맛.


여행을 하며 높의 파스타 레벨은 굉장히 상승해, 이젠 굉장히 맛있는 수준이다.



유카탄 반도에서 많이 먹는다는 세비체 샐러드도 만들어 먹었는데,



이게 또 존맛보스다.


그람당으로 굉장히 저렴하게 팔고 있으니 꼭 사먹어보세요!


밥을 다 먹고 나선,



이런 디저트를 먹거나



이런 과일을 먹거나



사온 코코넛밀크로 피냐콜라다를 만들어 먹거나 했다.


그렇게 햇볕을 피해 열심히 살을 찌우던 어느 날.



위기감을 느낀 우리는 최소한 바다라도 보러 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쿠바를 가지 않으니 여기서라도 시가를 사야 하기도 했고,


마지막 도시이니 데킬라를 사재기 해야 하기도 했고.



택시기사들의 반대로 우버가 운행되지 않는다는 칸쿤은,


시내에서 움직이기가 살짝 번거롭다.


그래도 호텔존으로 들어가는 버스는 유명한 노선이라


구글링 한 번이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음.



호텔존에 처음 내리면 크게 느껴지는 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이전에 보던 멕시코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는 것과


아무리 걸어도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첫 번째 느낌은 애초에 미국인을 위한 휴양지로 개발되었던 만큼


그들의 취향에 맞춰진 탓이 크다고 한다.


물론 미국엔 가본 적도 살아본 적도 없는 나는 그냥 그런가보다 해야 함.


그리고 두 번째,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해안을 따라 높게 둘러진 호텔은


우습게도 투숙객이 아니면 지나가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명백하게 불법인 이런 짓꺼리는, 화내는 사람만 손해.


실제로는 조금 걷다 보면 주차장 쪽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기는 하다.



호텔존에 있는 시가 샵.


시가는 시장에 있는 기념품 샵에서 사는 것도,


호텔존에서 사는 것도 아닌


시내에 위치한 시가샵에서 사는 게 옳다.



매우 비쌈.



와하까에서 무슨 멕시코 전통 천으로 만든 옷을 사온 높은


여기에서 한껏 기분을 냈다.


파란 하늘, 바다와 색이 잘 어울려서 보기 좋았음.



그리고 바다.


파고도 적당해 헤엄을 치기도 좋고


날도 좋아 일광욕을 즐기기도 좋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의 카리브해였다.



딱히 수영까지 할 생각은 없었던 우리는


해변을 따라 걷기만 했다.




원인은 모르지만 오늘따라 눈썹을 놓고나온 솔과



신남이 잔뜩 묻어나는 높.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주니,


이 해안에서 하루 종일 누워있어도 행복할 것만 같았다.



당연히 나도 신났음.



멕시코 여행, 그리고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중남미 여행을 마친다는 생각에


기분이 이상했다.


여태 익숙해지던 에스파뇰은 어떻게 하라고....



시내에 돌아와서는 기념품을 몇 개 사고,


시가샵을 들렀다.



딱 봐도 오래 돼 보이는 작은 가게는


사장님과 강아지 단 둘이서 지키고 있었다.



직접 말아서 파는 시가와,


작년에 유행했고 인기가 있었던 시가를 순위대로 설명해 주고


입문자나 여성이 피우기 좋은 제품들도 추천해 주었다.


정품 쿠바산 시가를 구분하는 법이나 제품별로 어울리는 안주나..


나는 별 관심이 없어 한 귀로 흘렸는데, 높솔은 아주 재미있게 듣고


꽤 좋은 시가로 몇 개인가 구입했다.



그와중에 평창 동계올림픽 얘기까지 꺼내며 친근하게 대해주시던 사장님.


거의 30분 가까이를 사장님과 놀았다.



그리고 월마트 앞에 위치한 리큐르샵에도 들러


한국으로 보낼 데킬라 쇼핑도.


에라두라는 울트라가 없어 하는 수 없이 아녜호로 구입했다.


돈훌리오70의 맛은... 더 말 할 것도 없다.



남은 식재료를 다 털어먹는 것으로 칸쿤 체류를 마무리했다.



소와 돼지를 섞어서 데킬라와 함께.


살면서 이렇게 많이 소고기를 먹은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중남미에선 자주 소를 먹었다.


칸쿤에서는 꼭 티본을 사서 드세요. 아주 싸고 맛있습니다..


아무리 되짚어 생각해도 지나칠 정도로 짧았던 멕시코 및 중남미 여행, 끝!


성공해서 다시 올게요...

반응형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