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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9일


전날은 크라쿠프에 아주 늦은 밤 도착해 일찍 잠에 들었다.


그리고 오늘,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선 날 아침.


개표방송이 여섯시 언저리에 시작 하니까, 


시차를 감안해서 우리는 열한시 부터 테이블 앞에 앉았다. 


물론 맥주와 안주를 단단히 준비해서...



결과야 뭐 다들 아시는 바와 같았다.


사실 여행 계획을 짤 때 늘 그렇듯 겨울 대선을 염두에 두고


서울에 한 번 들르는 일정으로 경로를 잡았었다.


그 이후 탄핵 및 조기대선 국면으로 접어 들면서...


아무래도 선거에는 참여하지 못할것 같아 민주당 경선에만 참여하고 나왔다.


못내 빚진마음이 있어서 미안하고 그랬는데...


이러나 저러나 총선때도 그랬고 선거방송은 맥주 한 잔 하면서 보는게 꿀이다.


그보다 더한 꿀은 역시 이기는 선거방송을 보는 것.



이번에 머무른 에어비앤비 숙소 호스트가 여행을 좋아한다더니..


도자기 그릇 아래에 한국말이 적혀있다 했더니 북한 그릇이었다.


뜬금없이 조선의 그릇을 만나서..


별 감상 없이 그 안에 달걀을 풀었다. 



개표가 시작된 폴란드 시간 대략 1시. 미리 사다놓은 맥주와 안주를 펼쳤다.


사진에 보이는 샐러드+소시지+치킨텐더+닭봉에 화면에 안나온 기타 안주들까지


해서 한국돈 4,000원 어치도 되지 않았다!


미리부터 맥주 각을 재고 캔맥주도 잔뜩 쌓아놔서


정말 기분좋게 방송이 끝날 때까지 네다섯 캔 정도를 마신 것 같다.


아주 비싼 맥주를 제외하고는 유럽의 맥주가 1유로가 채 안되는 가격이다.


심지어는 같은 용량의 콜라보다 싸다보니 도무지 콜라를 마실 이유가 없다.


중간에 떨어진 맥주와 안주를 보충까지 해 가며 마시다 보니


어느새 오후 다섯시.


기존에 가려고 했던 크라쿠프 근교 관광지를 전부 포기하길 정말 잘했다.


다섯시간에서 여섯시간 정도 한국에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었달까.


내일은 폴란드를 떠나야 하는 날이다.


크라쿠프에서 맥주만 마시다 갈 순 없다는 생각에


정신이 날아갈 것 같지만 높을 따라 나서본다.



집에서 구시가지로 향하는 신호등.


숙소가 4층이라 전망도 좋은데다 위치도 좋아 내내 걸어다닐 수 있었다.


먼저 숙소에서 가까운 바벨 성 방향으로 향했다.



비수와 강변을 따라 성의 입구까지 천천히 산책한다.


서울생활이 오래다 보니 강변=치맥이 반사적으로 떠오르지만


그런 거 없다.



크라쿠프의 상징인 용 기념품.


처녀를 잡아먹던 용을 물리친 구두공의 전설에서 시작된 도시답게


용을 상징으로 삼고 있다. 나쁜 용을 대체 왜 상징으로....?



70년대 말에 유럽에서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 되었다는 바벨 성.


성 아래로 이어지는 구시가지와 함께 그 보존상태가 매우 뛰어난데,


그 이유를 알고보니 2차 세계대전 때 나치군의 주둔지였기 때문 이란다.


거기다 길게 보고 크라쿠프를 나치령 폴란드의 새 수도로 삼을 계획도 했었다고.


나치가 옛 수도는 잘 보존하고 현 수도는 박살을 내 두었다니, 기분이 묘하다.



강변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있는 용의 동상? 이다.


때때로 불을 뿜는데, 사진에 담지는 못했다.


소풍나온듯 보이는 아이들이 오르내리는 풍경이 평화롭다.



사진을 찍으며 걷다 뒤를 돌아보면 이런 풍경이다.


상당히 깨끗한 강물이 도시 중심을 따라 흐른다.


날이 조금 더 화창 하다면, 생각도 했었지만 사진으로 다시 보니 뭐 나쁘지 않다.



지그문트3세가 바르샤바로 천도하기 전 까지 수도로 쓰이던 바벨 성.


500년동안 강 옆의 궁전에서 수 많은 왕과 왕비들이 죽어 묻혔다.



계속 길을 걷다 발견한 오이형의 핸드프린팅.


영화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쓰여있는 글을 읽으니 무슨 독립 영화제에 초청된


인사들의 핸드프린팅 중 하나인가 보다.



하늘이 꽤나 변덕을 부렸지만 그 틈새를 비집고 사진을 찍었다.


비수기에 일요일, 좋지 않은 기상상황까지 겹쳐 강변은 매우 한적하다.


기분이 좋아져 더욱 천천히 걷는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나온 아저씨도 보이고.


이젠 공원에 왔는데 사람들만 있으면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다.


갑자기 다른말을 좀 하자면,


전에도 적었지만 유럽에선 지하철이나 마트에 강아지를 데리고 타는것은 당연히 여겨진다.


게다가 중저가 레스토랑만 가도 화장실 복도 앞에 강아지 밥그릇이 놓여있고,


그 안엔 가볍게 먹일만한 간식들이 놓여있다.


이 놀라운 동물복지!



천천히 걸어 입구에 도착해 이번에는 걸어서 성을 오르기 시작한다.


무언가 이름이 잔뜩 써있는 한쪽 벽.



이렇게 생긴 입구를 통해 성 안으로 들어간다.


참고로, 크라쿠프의 바벨성은 미국의 세도나와 비슷하게 Vortex가 있다고 한다.


한 마디로 명상하기 좋은 곳이라는 뜻인데,


딱히 명상하는 사람을 보지는 못했다.



대성당 시계탑과 동상. 이 성을 지은 왕인가?


가 아니라 미국과 폴란드의 독립영웅 타데우시 코시치우슈코라고 한다.


무려 미국의 독립전쟁에도 참전했던 이 위인은


아쉽게도 폴란드 독립전쟁에서는 패하여 스위스에서 말년을 보낸다.



조금 더 들어가 본다.



대성당 건물. 어느새 구름이 많이 끼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 성당은 역대 왕의 대관식을 진행했으며 지하에는 왕가의 묘실이 있다.


그 보다 이 곳을 더 유명하게 만드는 사실은, 


폴란드 출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크라쿠프 주교 시절 10년동안 


미사를 집행한 곳이라는 것.


교황님 일화야 무궁무진하게 많지만 한 마디만 하고 지나가겠다.


-내가 행복하니, 여러분도 행복 하십시오.


성당이나 궁전의 내부 사진은 단 하나도 찍지 못했다.


열심히 갔더니 일요일이라 전부 문을 닫아서.


어쩐지 사람이 없더라...



애꿎은 반대편 하늘 사진이나 찍어본다.



비수와 강이 보이는 성벽까지 걷기로 한다.


하늘이 맑아지는 기미가 보인다.



구름 사이에서 나와 비수와 강을 비추는 햇살.


벌써 여행을 떠나온지 한달이 지났지만,


이 하늘과 구름과 공기는 질리지가 않는다.


미세먼지 가득한 서울 하늘은 어느새 나쁜 추억으로 남아 뒤통수를 당긴다.


돌아가기 싫다......



아무곳도 들어갈 수 없는 성을 하염없이 걷다가 구시가지 쪽으로 나가보기로 한다.


성문 아치 위에 있는 독수리 문양.


상징은 용이라며...?



돌에 새긴 조각이 세월을 맞은 이 느낌이 좋다.


규모는 비교가 안되지만 조드푸르에서 성을 오르던 느낌도 들고 해서.


그때는 날이 훠어어얼씬 좋았지만 하늘 탓을 지금 해봐야 아무 소용도 없겠지.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골목.


망할놈의 하늘이 이제 좀 맑아지려나 보다.


이 구시가지 풍경은 그야말로 Same Same but Different.


동남아 관광지에서 한동안 보던 문장이 이런 의미 였구나 싶다.



구시가지 초입에는 두 개의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왼편의 더 화려하게 생긴 쪽이 성 베드로 바울 성당.



딱 봐도 굉장히 화려하게 치장된 이 성당은 지그문트 3세의 명으로 짓기 시작했다.


정문에는 열 두개의 사람 동상.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는 맞춰 보시길.



그 옆으로는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생긴 성 안드레 성당이 있다.


처음에는 붙어있길래 하나의 성당의 별관정도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규모나 장식면에서 차이가 크다.



성 베드로 바울 성당은 크라쿠프 최초의 바로크 양식 성당이라고 한다.


로마가톨릭 계열이고. 그러려니 하면서 둘러보는데


이 곳도 몇 장 전 사진과 마찬가지로 마모된 부분이 많다.


디테일 보다도 건물 전체가 상해있다는 생각이 드는 정도인데,


옛 수도의 오래된 성당을 방문한다는 기분이 들어 퀘스트를 받는 것 같았다.



정문 뒷편, 작은 정원에 세워져 있던 나무 십자가.



내부 역시 화려하다.


정교회 건물들처럼 이콘과 금장으로 치장이 되어있지는 않으나


로마 가톨릭 다운 고고함이 있다.



천장 장식과 제단 상부.


날이 좋아서 햇살이 삭 들어와주면 더 멋질텐데, 생각한다.




아마도 누군가들의 묘지인 듯 싶다.


성화와 십자가, 대리석 묘비 아래 누워 부활을 기다리는 사람들.


갓 바뀐듯한 꽃이 아름답다.



뒤돌아 나오는 입구 위편으로 보이는 천사상과 화려한 장식들.


아직 정교회 건물이 익숙한 내게 성당 내부는 새로운 곳이다.


다른 성당들도 으레 그렇듯, 이 날 저녁에 이 성당에서 비발디를 연주하는


연주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했다.


크라쿠프에서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은 보충을 하고자


연주회라도 보려고 했으나, 그러자면 구시가지 구경을 포기해야 했고,


무엇보다 내가 술이 깨려면 한참이나 더 남았다.


술냄새를 풍기며 성당을 나섰다.



구시가지로 가는 길에 있던 식당.


이때쯤엔 비는 그쳐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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