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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걸으니 술이 슬슬 깨는 것 같다.


먹은 음식들도 소화가 되고..


그러나 곧바로 숙취가 올라와 뒤통수가 땡기기 시작한다.


수분 부족인가.. 튀어오르는 혈관을 부여잡고 계속 걷는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주황색 불 들이 켜진다.


이탈리아는 전기세 때문에 전부 LED등으로 교체한다고 하던데,


이 곳도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지.



은은한 불빛들.


불그스름한 계열의 색이라 어두워지는 하늘과도 잘 어울리고


그 아래를 지나는 사람들의 혈색도 좋아보이게 만든다.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는 않았고 파란시간 정도인데,


보기만 해도 두통이 가신다.



다시 도착한 메인광장에선 여전히 기타리스트가 연주를 하고 있다.


같은 자세로 앉아서 손도 안시려운지..


또 잠깐 서서 음악을 들었다.



밤에도 열려있는 꽃집들.


물가에 비해서 꽃 가격이 어느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서울에서 느끼던 것보다 유럽사람들은 꽃을 굉장히 가깝게 생각하는 것 같다.



어두워지는 직물회관.


조금 더 어두워진 후에 거리로 나오려 했으나 술취한 채로 돌아다닌 터라


체력이 다 떨어진데다 날이 추워져서 어쩔수 없었다.


찍을 때는 그냥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나름대로 분위기 있는 듯.



깨끗한 중세의 거리를 걷는다.


한국은 중세를 겪지 못해 성이나 그런 건축물들이 없어서


아쉽다는 생각을 해본다.


큰 성당 앞에 서면 왜인지 조선이 유교국가 였던 게 조금 아쉽듯이...


그래도 한옥을 보러 가고싶다.




조명 아래의 고도는 낮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다.


아, 이건 조금 딴 얘긴데


유럽에 넘어오니 유난히 도박장? 이 많이 보인다.


슬쩍 지나가다 보니 슬롯머신이나, 경마 베팅같은 것을 하는 모양인데


일요일이면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꼭 일요일이 아니더라도 평일에도 꾸준히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먹고살만 해서 그런 건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소형 카지노들과 함께 성인 클럽? 이 많이 보이는데


대놓고 스트립 쇼를 구경하러 오라는 간판이 있을 정도이다.


잘 즐기면서 사는거라고 해야할지 가보지 않는 나로서는 판단이 어렵다.


크라쿠프 구시가지를 밤에 남자 혼자 걷다보면 예쁜 우산을 든 누님들이 다가와서


달콤하게 호객행위들을 하시는데.. 그게 생각나서 적어봤다.



걷다보니 밤이 되었다.


사람들이 몰려나와 맥주나 커피를 들고 이야기를 나눈다.



가로등 아래 서서 통화하는 누님이 멋져서 찍었다.


뒤에 켄터키 후라이드 할아버지가 인자하게 쳐다보고 있다.



이제 집에 가려고 다시 광장을 지나친다.


하늘이 흐린데도 밤이라 티가 나지 않는다.


꼭 그림처럼 군데 군데 밝은 빛이 있는 풍경이 퍽 인상깊다.



크라쿠프는 야경이 다 했다.



직물회관 앞 분수.



구름이 몰려있는 하늘아래 시청사 탑이 잘 어울린다.



마차는 여전히 오가고..


추운 날씨에 입김이 나오는 걸 봤다.



집에 가는 길.


이 포스팅에는 별로 쓸 말이 없는데,


풍경이 워낙 아름다워서 사진이나 올릴 셈으로 글을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성 베드로 바울 성당.


음악회는 끝났는지 조용했다.



성 안드레 성당.


아무말도 하지 않고 천천히 구시가지를 한 바퀴 돌면


그 행위 자체로 도시에 취하게 된다.


아, 이것이 유럽뽕인가 싶었지만


뭐 어쩌겠나, 실제로 예쁜 걸.



집에 들어가는 골목길에도 아직 푸른 빛이 남아있는 하늘이 걸려 있었다.


열심히, 또 오래 돌아다닌 덕분에 술이 다 깨서


집에서 맥주 딱 한캔만 더 먹고싶었지만..


등짝 한 대 맞고 조용히 밥먹고 잤다.


내일은 체크아웃 해야하는 날이니까.


두개의 달이 뜬 오월 구일의 밤.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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