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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정오다.


쓰레기 같은 파스타를 먹었지만 그래도 음식이라고 힘이 난다.


같이 마신 맥주 덕분이리라.


다시 강을 건너 반대편으로 걷기로 한다.


이 날도 분명 1일 무제한 교통권을 샀었는데


걷는게 더 익숙한 우리는 지쳐 나자빠질 때까지 탈것을 떠올리지 못했다.


어쨌든 이번에는 프라하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 카를교를 건너기로 한다.



14세기 초에 완공된 소위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카를교는


건설 당시엔 강을 건너는 유일한 다리였다고 한다.


우리로 치면 한강대교 쯤 되려나.


어쨌거나 카를교는 고딕양식의 진수를 보여주며, 바로크 양식의 조각상 30개로 장식되어 있다는데..


물론 현재는 전부 모조품으로 진품은 국립박물관에서 보관중이라고 한다.


다리의 초입이다. 



해가 너무 쨍해서 걸어다닐 때는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짜증이 좀 났는데,


이제와서 사진으로 보니 상당히 볼만하다.



석상의 대부분은 성인들의 조각이다.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조각들의 배치도:



그리고 영어 위키에 석상들에 대한 설명이 간략하게 쓰여있다.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statues_on_Charles_Bridge


몇 년 전에 개봉했던 한국영화 <인사이드 뷰티>의 마지막 장면도 이 곳에서


촬영했다고 하던데, 시사회 다녀와서 한동안 프라하를 동경했던 기억이 난다.



어..? 아까 봤던 조각상인가?


솔직히 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하나씩 공부하지 않는 한 구분이 쉽지 않다.


사실 그 이유는 조각의 생김새보다도 다른데 더 있는데,


바로 미어터질 것만 같은 다리 위의 인파.



백인과 중국인이 45대 45, 한국인이 10 정도 있는 느낌이다.


충분히 넓은 다리임에도 내 속도대로 걸을수 없고 인파에 밀려서 걸어야한다..



다리 중간에는 이런 밴드나 그림을 그려주는 화가 등이 자리하고 있으나


광장에서처럼 즐겁지 않다.


인파에 밀려 자유를 잃은 내 발걸음을 느끼고 직감적으로


'아, 이 다리는 다시는 지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서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그와중에 여유와 애정 터지는 백인 커플.


몇 번이고 사진을 찍어서 확인받는 모습이 귀여워서 찍어봤다.



열심히 걸어서 도착한 카를교의 구시가지쪽 입구.


처음에 구시가지에 들어올 때 지났던 탑과 비스무리하게 생겼다.


얼른 벗어나고 싶어 종종걸음.



다리를 벗어나면 카를교 박물관이 있다.


그 옆으로는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 성당.



들어가볼까 생각도 안들정도로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체코에 방문한지 시간이 적당히 지난 지금 다시 생각 해봐도


프라하 구시가지나 카를교는 두 번 가고싶지는 않은 곳이다.


그야말로 관광지라서, 숙제 하듯이 한 번 정도 다녀올만한 곳.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가 받은 인상은 휴일의 에버랜드였다.


꼭 중국인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고..


건물 생김새나 인구밀도, 땀냄새나 소란스러움 등이 비슷하다.



카를교로 들어가는 탑의 반대편 모습.


프라하 성은 야경을 찍을 때 올라가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낮에는 다른 곳에서 경치를 감상하기로 한다.


목적지는 비셰흐라드 요새의 성벽 위.


우선 걷는다.



카를교에서 걸어서 5분정도 벗어났을 뿐인데 사람이 거의 안보인다!


가로수 그늘 아래를 걸으니 강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느낌마저 든다.



이렇게 떨어져서 보는 카를교와 프라하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카를교 한가운데에서는 나올생각만 하다보니 뭘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강가에 위치한 국립극장.


이것도 아까 그 건물인가...? 싶을 정도로 비슷하게 생겼다.


내가 눈썰미가 좀 없는지 아니면 너무 더운건지.....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바라본 프라하의 전경은


10여분 전 보다는 여유로워 보인다.


사람도 배도 강물도 바람도, 갑자기 천천히 흐른다.



프라하의 유명한 건축물 가운데 하나인 댄싱 타워.


남녀가 춤추는 모습을 형상화 했다는 이 포스트모더니즘 건물은


밤에 보는 것이 더 예쁘다고 한다. 그냥 통과.


여기까지만 걷고 트램을 타기로 했다. 그리고 이 이후로는 하루종일 트램만


타고 다녔다. 프라하의 하루 무제한 교통권은 한국 돈으로 5천원 내외인데,


버스, 지하철, 트램을 마구 이용할 수 있어 좋다.



트램을 타고 조금 걸어 도착한 비셰흐라드 요새의 성벽.


10세기 중반 프라하 성에 이어 축조된 이 성은 찾는이가 드물다.



때문에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시민들이 많이 보인다.


관광지에서 다시 유럽 거리로 돌아온 것 같다.



성벽 중간엔 이렇게 생긴 문이 있고,



들어가면 이런 언덕이 나온다.


시내에서 성벽쪽으로 올라올 때도 가파르지는 않지만 언덕이라


숨이 좀 찰수도 있다. 당연히 편한 신발은 필수.



언덕을 올라가면 당장에 이런 풍경이 나를 반겨주지만..


일단 뒤로 돌아 묘지를 한바퀴 둘러보기로 한다.



비셰흐라드 국립묘지로 들어가는 길.


19세기 말에 단장된 이 묘지는 체코의 수 많은 위인들이 묻혀있다.



묘지의 내부 풍경.


처음에는 사진을 찍어도 되나...? 싶었는데 의외로 내부는 침체된 분위기가 아니라


밝은 분위기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그렇다면 사양하지 않고.




화려하게 치장된 묘비.


무덤 주인의 생몰년도가 선명하다.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꽃이나 장식 들이 새로 놓인 것들이 있다.




이 무덤은 공동 무덤이라는데, 계단 위를 오르면



이렇게, 알폰스 무하의 이름이 있다.


보면 볼수록 별로였던 알폰스 무하의 그림들이 떠오르지만


지금은 꺼낼 때가 아니다.



그 옆으로는 베드르지흐 스메타나의 무덤.


체코를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명인 스메타나의 무덤 앞엔



어느 중국인이 쓴 편지가 남아있다.


중국인이 아니라 대만사람인가?



무덤의 화려함이 좋아 한 바퀴를 천천히 돌다가 보면



아까 뵀던 드보르작 형님이 이번에는 상반신만 조각된 채 서있다.


무덤도 간지가 폭발하는 중.



묘지 곁에는 11세기에 지어진 성 베드로 바울 성당이 있다.


내가 갔을때는 닫혀있었다.



뿔의 관상을 보아하니 자네도 고딕양식...?



새로 놓여진지 얼마 안된 튤립(맞나?).


우리 할머니가 튤립을 참 좋아하시는데.



잠깐 들르려고 했던 묘지에서 시간을 엄청나게 보내버렸다.


체크인 시간이 다가오고 있으니까 전망을 보러 얼른 가기로 한다.



성벽 위에서 바라본 프라하의 전경이다.


이 위에는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 식당도 있고


무엇보다 인적이 드물어 여유있게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다.


지대가 높아서 시원한 데다 건조한 봄바람도 불어오르고.



아이들 표정도 한결 밝다.



찍어도 찍어도 비슷한 풍경이라 사진은 몇 장 없는데,


이 성벽 위 전망대, 앉아있을만 하다.


나무그늘에 벤치도 많이 있어서 도시락 사들고 와서


맥주 한 잔 하면서 소풍을 즐기면 꿀일것 같다.


시간이 다 됐다. 일단 체크인을 하고 쉬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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