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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3일.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오락가락, 바람도 쌩쌩 불어


통째로 쉬어버렸다.


숙소 근처에 있는 마트에 가서 커피 한 잔 하고 식재료를 사다가 요리나 해먹으면서.


하루종일 뒹굴뒹굴 거리면서 체력을 보충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


바로 오늘, 대망의 스카이다이빙을 하러 가기로 했기 때문!


체코의 스카이다이빙은 유럽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을 자랑한다.


남미에서 뛰는 게 좀 더 저렴하다는 소리가 있었으나,


미친듯 치솟는 남미 여행물가 덕에 현재는 명실상부 가장 저렴한 스카이다이빙.


게다가 안전에 민감한 유럽이라 안심도 된다!


우리는 카메라맨이 한명 따라서 같이 뛰는 가장 비싼 패키지를 선택하기로 했다.


아침부터 날이 화창해서 문의 해보니 오늘 가능하다는 말에 신이나서


예약하고 예약금까지 넣고 시내로 나감!


기분좋게 지하철 타고 구시가지에 있는 스카이다이빙 사무실에 도착한 우리!


그런 우리를 반기는 프라하의 구시가지!


.

.

.

.

.

.


????????????




아니 하늘이 왜이래?



응 비내리고 바람 불거야 ^^


아침까지 매우 청명하던 프라하의 하늘은


딱 우리차례가 되니 얼굴을 바꾸기 시작했다.


영어를 잘하던 술취한 체코 청년 직원은


왜인지 미안해서 몸둘바를 몰라하며 내일 다시 도전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우리 내일 베를린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내일 가장 빠른 시간으로 예약해도 우리의 버스시간과 맞지 않는 것을 알고 난 뒤,


잠깐 멘탈을 추스릴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대체 뭘 위해서 그제의 인파를 견뎠는가..



터져나간 멘탈을 바로잡는 데엔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스카이다이빙만 생각하고 카메라를


집에다 놓고왔기 때문이다.


거기다 비 내리는 모양이 심상치가 않아 대충 맞으며 걸어 다니기도 불가능.


별 수 있나, 술취한 발음으로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는 직원을 두고 나와


마네수프 다리 근처 나무 아래에서 비내리는 풍경을 감상했다.


이십 분 정도 지났을까, 비가 잦아드는 느낌이 든다.


그 사이에 계획을 바꿔서 이렇게 된 거 열심히 먹으러 다니기로 결심한다.


사진은 조금만 찍고.


그래서 처음으로 정한 목적지가 술만드는 수도원, 스트라호프.


프라하 성 정문에 있다는 스타벅스를 지나서 가기로 한다.



열심히 걸어 도착한 프라하 성 스타벅스에서 찍은 사진.


원래는 안으로 들어가 커피라도 한 잔 하려고 했는데


사람이 좀 많은정도가 아니라 줄이 한가득이다.


우리처럼 생각하고 온 인원이 많은지 절반정도는 한국분들.


역시 비슷한 정보로 움직이는군! 싶어 내부는 들어가지도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갈 곳이 많은 유럽에서 길찾는 팁 중 하나는 한국어가 들리는 곳을 따라가면 된다.


나처럼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오는 사람들에게 있어 한국말은


좋은 길잡이가 된다.


어차피 다 비슷하면서도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구글맵을 볼 테니까..


해서 러시아를 지나고 나서는 거의 지도를 보지 않은 것 같다.


한국어가 들리면 '음 맞는 길이군' 하면 되니까.



스타벅스 맞은 편에서 작은 하프를 연주중이던 할아버지.


생각보다 연주를 잘 못하셔서(...) 그냥 지나쳤다.


사진만 그럴듯하게 나와서 올려봄.


프라하성 정문에서 스타벅스를 지나 사진의 왼 편에 보이는 길로 쭉 따라가면


우리의 목적지 스트라호프 수도원 양조장이 나온다.



양조장이 언덕 위에 위치하기 때문에 오르면서 뒤를 보면


방금 전 스타벅스 테라스보다 멋진 풍경이 펼쳐져 있다.


언덕이 힘들어서 그런 건지, 아직 커피를 마시는 건지


수도원에는 한국 분들이 많이 없었다.


오늘 글에 유난히 한국 분들에 대한 언급이 많은데, 어제의 그 안좋은 기억 때문이지


난 오히려 반가워하는 편이다. 먼저 말은 안걸어도 버스에서 짐도 내려주고


열심히 도와주는 편입니다...


한국인 많은곳이 싫으신 분들은 네이버 그만보시고 영어 웹을 보시거나


새로운 곳을 개척 하세요... 가 내 지론.


실제로 여행을 다니다 보면 우리를 보고 또 한국인이야? 하고


진짜로 내뱉는 무개념이 종종 있다.



수도원에 다 올라왔다.


포도나무라도 심는 곳인가? 싶은 풍경.



우선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12세기 중반에 만들어져 여러가지 수난을 겪으며


소실되었다, 재건축 되었다, 연구기관으로 쓰였다, 소련시대에는 폐쇄까지 된 수도원.


그 상태로 농가 및 박물관으로 쓰이다 20세기 말에 와서야


다시 수도원으로서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귀엽게 생긴 사자



스트라호프 수도원은 그 역사에 맞게 여러가지 건축양식의 건물이 혼재해 있는데,


중세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고 해서 영화 아마데우스의 촬영지로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성당이고 나발이고 지금은 그냥 맥주나 마시고 싶은 기모찌.



수도원 정문 앞에도 식당 및 맥주집이 많이 있지만


한 번만 참고 수도원 내부로 들어오면 이렇게 생긴 간판이 있다.


이 곳으로 들어가면 전통? 양조장이 나오는데,


물음표를 붙인 이유는 이 브루어리가 개/보수 되어서 기능을 되찾은 것은


21세기에 들어서 였기 때문이다.


17세기 무렵에 이미 양조장이 있었다고는 하나,


소련 시절 100년 가까이 맥이 끊겼던 브루어리를 전통적이라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누가 봐도 구리로 만들어진 숙성 통.


맥주라도 맛있어야 하는데....


숙성통이 있는 공간과 맞은편에 있는 펍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내부는 이런 분위기.


시간이 시간인지라 식사를 하는 사람 보다는 우리처럼 맥주만 한 두잔씩 하고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식사 메뉴를 보니 관광지 치고 생각보다 비싼 가격이 아니라서


시간에 맞춰서 왔다면 밥을 시켜먹었을 것 같기도 했다.



우선 양조장의 대표 맥주와 IPA 한 잔씩.


믿고 마시는 IPA야 뭐 그렇다 치고, 맥주가 상당히 맛있다.


딱히 씹을거리가 없어도 맥주의 향만으로도 커피처럼 즐길 수 있는 맛.


그렇다고 와 존맛... 이건 아니고, 그냥 맛있다.


한 번 먹으러 갈만은 한 맛.



이 아이는 계절 메뉴로 팔고 있던 무려 사쿠라 다크 에일.


벚꽃 향이 나는 다크 에일이라고...?


안시켜볼수가 없는 이름이라 시켜봤다.


결론은 맛 없음. 벚꽃 향을 살리려 했는지 모르겠으나


향도 금방 날아가고 전체적인 맛도 너무 가벼워서 음료수 먹는 것 같다.


굳이 궁금해 하지 않아도 되는 맛이다.


둘이 앉아 맥주나 마시면서 천천히 이야기를 했다.


이쯤 되니 부셔진 멘탈이 조금씩 붙기 시작한다.


사진 찍는 것도 잊고 맥주에 기분이 좋아서 돌아다니다


이른 저녁을 먹고 들어가서 그냥 쉬기로 결정했다.


원래는 체코 음식을 먹으려고 했으나,


기분이 저기압일땐 어디로?



모두가 찾는 그 분 앞으로 왔다.


저게 일인분 어치 바베큐 폭립이다. 한국 돈으로 만원이 좀 넘었던 것 같다.


언뜻 보면 폭립이라 뼈가 반일 것 같지만..



고기 한덩어리 상태가 이렇다.



이것은 또 다른 아이.


우리가 배고픈 상태가 아니었다면 이 메뉴만으로도 맥주를 한참 마시겠더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고기의 양!



저 만한 양에서 뼈가 딱 요만큼 나왔다.


나머지는 다 살이라는 얘긴데..


푹 익어서 살살 녹는 갈빗살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거라 생각한다.


소스가 항상 먹던 바베큐소스와는 좀 달라서 물음표가 뜨긴 하는데


이게 체코식인가보다 하고 그냥 와구와구 먹었다.



필스너와 코젤 다크. 한 잔에 우리돈 2,000원도 안된다. 먹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전에도 언급한 것 같은데 유럽을 다니다 보면 맥주가 이상할 정도로 저렴하다.


얼마나 저렴하냐면 콜라보다 저렴해서, 콜라 마시느니 맥주를 마시게 된다.


물 대신 맥주를 마신다는 말이 아직도 통용되는 거였냐.....


뭐 아무튼 그런데 이 식당의 맥주는 미묘하게 맛이 덜했다.


수도원 맥주 탓인지 아니면 물....을 타는 건지?


고기와 친절한 직원 때문에 참았다.



가게 내부.


사실 이 식당 전에 체코 음식을 파는 다른 곳을 들렀었는데,


모든 테이블이 예약이 되어 있어서 앉지 못했다.


이 곳도 와보니 전부 예약석인데,


우리가 무너지는 표정을 짓자 예약석 중 시간이 남은 자리를 우리에게 주었다!


대신 한 시간 반 정도밖에 시간이 없으니 앉아서 술은 오래 못마신다고.


나름대로 영어 메뉴도 있고, 융통성 있는 직원도 있고, 서빙해주는 분도


방긋방긋 웃어주어서 기분이 좋았다.



이건 또 다른 메뉴. 맛있었던 것 같은데 폭립때문에 무슨맛인지 기억이 안난다.


어쨌든 돼지고기 위에 무슨 과일로 만든 소스가 올라간 요리였음.


두 종류의 고기요리와 두 종류의 맥주 덕분에 멘탈을 완전히 회복한 우리는


스카이다이빙 따위는 잊어버렸다(뻥).



가게 간판.


살짝 외진곳에 있지만 찾기 어렵지는 않다.



요게 정확한 식당 위치이다.


와이파이도 빠르고 화장실도 깨끗한 편이고


저녁무렵엔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맥주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정겨울 정도의 분위기를 내는 식당이다.


고기 드시러 오세요!



식당 맞은편 건물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고양이.


눈 마주쳐 놓고선 지가 더 깜짝 놀라 눈을 튀어나올 정도로 뜬다.


왜 니가 놀라냐......



집에 오는 길의 하늘은 아름답게 개어있었고



다음날 아침 하늘은 구름한점 없는 청명함을 자랑했다^^



프라하를 다시 온다면 그 것은 단 하나 스카이 다이빙 때문이리라.


하.. 하늘새끼 죽여버려.........



뜬금없는 극혐 셀카는 조지아 출신 청년과.


갑자기 말을 걸더니 사진 한장만 같이 찍자고 하길래


그럼 나도 찍자고 하고 찍었다.


도대체 왜 갑자기....?


유럽에선 수염이 먹히나보다.


어찌됐든 용두사미의 결정판 프라하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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