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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독일이다.


한 시간 가량 연착된 버스는 우리를 늦은 저녁 베를린에 내려주었고,


피곤한 우리는 도미노피자와 맥주를 흡입한 후 잠들었다.


관광은 그 다음날.


2017년 5월 15일.


일어나서 심카드를 사러 독일의 대형마트 체인인 알디에 다녀왔다.



집 근처 공원. 이른 시간에도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이 있다.


체코를 지나 서유럽에 접어들면서 치솟는 물가 덕분에


앞으로는 더더욱 대형마트에 의존해야 할 운명이다.


독일에 살고있는 지인들도 그렇게 지내고 있다기에..



그런데 생각보다 마트 물가가 저렴하다!


아무리 자국의 젤리라지만 하리보 가격이 말이 안된다......


보자마자 일단 하나 집었다.


거기에 맥주도 대부분 1유로 안쪽.


역시 콜라보다는 맥주인가..


그런데 독일은 다른 유럽 나라들 보다 환경부담금을 철저히 받는다.


유리병이나 플라스틱병에 들은 제품에는 무조건 개당 0.25유로씩 세금이 붙고,


나중에 마트에 반납해야 돌려받을 수 있다.


물론 한푼이 아쉬운 우리는 열심히 병들을 모아 반납하고 돈을 돌려받았다.


어쩐지 거리가 깨끗하고 공병 줍는 젊은이들도 많이 보이더라니.


생각보다 할만할 듯 싶었다. 보조금이 병당 300원 이상..



심카드를 사고, 장을 봐서 밥을 먹고 일찌감치 도심으로 나섰다.


이 날도 1일 무제한 교통권을 끊어 다녔는데,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베를린에선 반드시 끊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제대로 안알아보고 일정을 짧게 잡은 우리는 고생을 엄청 했는데,


그나마 교통권이 있어서 살았다. 베를린은 생각했던 것보다 넓더라.


어찌됐든 도심투어 출발지는 베를린장벽 기념공원.


장벽이 있던 자리에 지금은 그 기초 구조물만 남아있는 이 곳은


살벌했던 과거와는 상관없이 시민들이 둘러앉아 피자를 뜯고 있었다.



누르면 설명이 나오는 판넬도 있다.


생각보다 볼륨이 엄청 크고 설명하시는 분 목소리가 쩌렁쩌렁해서


호기심에 눌러봤다가 등줄기에 땀만 맺혔다.



역사적인 사진과 설명이 붙어있기도 하고,



61년도에 시공 되었다는 장벽을 시간순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초록 나무들과 붉은 철골의 대비가 유난히 선명하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인적이 드문데, 아래 깔린 풀이 상태가 좋은걸로 봐서


낮에 피크닉이나 일광욕 장소로 딱 좋을것 같다.


아, 나도 피자에 맥주..



터널이 있던 장소와



구조물의 흔적.


시민들은 몇 없지만 단체 관광객들이 내가 머무는 동안 몇 팀이고 지나갔다.


냉전의 흔적마저 나중엔 다 돈이라니..


우리도 빨리 자연 그 자체라는 비무장지대를 관광상품으로 파는 날이 오면 좋겠다.


아주 정직하게 말해서 나는 분단의 아픔이라거나 조국 통일이라거나 하는 단어가


잘 와닿는 사람은 아니다.


이게 우리 세대 공통의 인식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노래하고 교육받던 시절은 우리보다 조금 앞서 끝났으니까.


그냥 장기적으로 봤을 때 통일이 경제적으로 이득이 아닌가 생각하는 정도라


어떤 상징들 보다도 적록의 대비가 더 인상 깊었는지도 모르겠다.



공원 한쪽에는 이런 조형물과 뒤로 작은 밭(?) 이 있다.



뒤로 보이는 건축물은 교회라고 하는데,



전체적으로 이런 풍경이다.


촘촘한 창살? 안에 교회가 있다.


교회 이름은 화해의 교회라고 하는데, 원래 있던 위치에 베를린 장벽이


지나게 되면서 조금 옆으로 옮겨 새로 지어졌다고 한다.


지금도 추모예배가 진행된다고.



공원에서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간다.


길 건너편에 베를린 신호등에서만 볼 수 있는 암펠만이 있다.


직역하면 신호등 아저씨 쯤 되는 암펠만은 통일 이전 동독의 신호등 캐릭터라고 한다.


통일 이후 동독의 잔재라고 없애버리지 않고,


서독의 디자이너들과 협업해서 일종의 공공브랜드화 시켜


지금은 베를린의 가장 유명한 상징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베를린을 벗어나면 이 신호등이 보이지 않는다.


동독에서 태어난 세대는 이 신호등을 보면 위로를 받을지.



초록불. 보통의 신호등보다 빛이 나오는 면적이 넓다.



베를린에는 군데군데 이런 암펠만 기념품 가게가 있다.


방송에서도 나온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베를린 시민들도 이 브랜드에 대해


애정이 있다고 한다.



물론 나는 짐을 늘리지 않기 위해 구경만하고 패스.



버스를 타고 조금 이동해 국회의사당으로 향한다.


센트럴 역을 지나 슈프레 강을 걸어서 건너는데 풍경이 차분하다.


심지어는 유람선마저 조용히 지나는 느낌이다.


하늘도 하늘이 비친 강물도 파랗고. 늦봄의 베를린은 이런 모습이구나.


저 멀리 보이는 건 서울타워인가...?



강가의 공원에는 물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의자들이 놓여있고,


시민들은 일광욕을 즐기며 맥주등을 마시고 있다.


신나는 음악이 잔잔히 흐르는(?) 풍경이라 구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서나 일광욕을 좋아하는구나.



강을 건너 국회의사당 방향으로 가는 길.


내가 살던 서울과 비교가 안될 수가 없는데 도심에 굉장히 숲이나 풀밭이 많다.


물론 서울에도 좋은 숲들이 많이 있지만 우리동네엔 그런거 없었는데.


내가 독일뽕을 맞기 시작하는 것인가.


궁금해서 구체적으로 구글링을 해 보니, 서울과 베를린은 지리적으로 굉장히


유사하다. 그래서 풍경을 자꾸 비교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가장 큰 차이점이, 서울에 비해 1.5배나 넓은 면적을 가진


베를린의 인구는 서울의 30%가량인 300만명에 불과하다는 사실.


절대적인 녹지면적은 두 도시가 비슷하지만 인구밀도나 접근성에 있어서


서울의 숲은 베를린과 비교할 수준이 못된다.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에 베를린의 1인당 녹지면적은 24.5㎡,


서울의 7.9㎡에 비해 3배나 많은 수치를 자랑한다(2012년 기준).


여러모로 베를린이 쾌적한 서울로 느껴지는 데엔 다 이유가 있구나.



기차역? 지하철 역을 지나면



아름다운 유리 돔이 위에 올려진 국회의사당이 등장한다.


2차 세계대전 중에 파괴된 후 통일 이전까지는 쓰이지 않다가


99년에 복원공사가 마무리 된 이 큼지막한 건물은 내부도 매일 공개되고 있다고 한다.


다만 그 예약을 최소한 한 달 전에는 해야한다는 단점이..


의사당 한 켠에는 견학을 온 관광객들이,


마주본 공원에는 시민들이 나와 여유로운 풍경을 자아낸다.


강가에 의사당이 위치한다는 것 까지 서울과 비슷하다.



그늘하나 없는 햇살 아래 잘도 누워서 시간을 보낸다.



펄-럭


슬프게도 이 의사당은 세계대전 중 소련의 붉은 군대에게 점령당한 이후 유명해졌다.



이게 그 사진이며, 의사당 안쪽에는 당시 소련 군대의 낙서도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참 별걸 다 보존해 놓는다 싶고 그걸 또 민간에 공개한다니 재미도 있다.



독일 깃발이 펄럭이는 국회의사당을 뒤로 한 채,


옆으로 나 있는 숲길을 따라 걷는다.



숲속에는 아주 작게 집시 학살 추모공원이 마련되어 있다.


무심코 지나칠 정도로 작게 마련된 이 공원은


역시 사과를 받으려면 유태인 정도의 힘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후에 방문한 유태인 학살 추모공원과 비교하면 더욱 그랬다.



숲길을 따라 잠시 걸어 도착한 브란덴부르크 문.


프로이센 왕국의 새 수도로 지정된 베를린에 18세기 말에 지어진 이 관문은


우습게도 왕국을 정복한 나폴레옹에 의해 처음 개선문으로써 사용된다.



그리스 평화의 여신 에이레네와 4마리 말이 끄는 마차 역시 그당시에


강탈당해 파리에 있었다고 한다.


물론 그 이후에 프로이센이 다시 파리를 관광보내면서 되찾아오긴 했지만..


평화의 여신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문 앞에 놓인 큰 도로는 건축 당시부터 놓여져 있었다고 한다.


베를린의 랜드마크 1순위 답게 이곳에는 각 국의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이런 조각들이 하나 하나 새겨진 기둥을 지나면



인파로 가득찬 이와같은 광장이 나온다.


자꾸 비교하게 되는 내가 이제는 국뽕을 맞은 듯 느껴지기도 한데,


광화문 앞과 풍경이 겹친다!


주변에 대사관이 위치하는 것도 그렇고,


오래된 문 앞의 넓은 도로와 광장, 인파.


내가 너무 멀리 가고 있는건가....


어찌됐든 햇살 가득한 개선문을 올려다 본 후 옆의 공원으로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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