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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처음 계획은 이랬다.
베를린 시내를 한 바퀴 돌면서 박물관 섬에 들려 박물관 구경도 하고,
저녁무렵엔 맛있는 밥과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자.
그렇게 하루만에 베를린을 즐겨보자!
..물론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제대로 계획을 짜지 않고 무작정 출발한 유럽 여행 중에는
이런 상황이 잦았는데, 베를린은 그 중에서도 으뜸이었다.
관광지나 랜드마크가 모여있는 줄 알았는데 왜 이리도 넓은지...
그나마 걸어 다니려고 먹었던 마음을 빨리 뉘우치고 1일 교통권을 산 덕에
이정도라도 볼 수 있었다 생각이 든다.
어찌됐든 우리는 간식을 먹으러 박물관섬 근처 하케셔마켓(Hackescher Markt)으로
향했다. 독일에 살고있는 지인이 이 곳에 가면 먹을게 많다고 해서..
버스정거장에 내리니 성 마리아 교회 뒤쪽으로
아침에 멀리서 보았던 베를린 TV타워가 보인다.
저 탑은 동독의 사회주의 정권이 세운 거라고 하던데,
보면 볼수록 서울타워와 닮았다.
하케셔마켓으로 가는 길에 발견한 훔볼트대학의 간판(?) 표식(?).
내가 좋아해서 다큐까지 챙겨본 독일출신의 탐험가 훔볼트의 이름을 딴 대학이다.
얼마나 명문인지 뭐 그런건 모르고 심지어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대학이라
더 반가웠던 것 같다.
하케셔 마켓 역. 이 전철역을 그대로 통과하면
뭐 대략 이런 풍경이 나온다.
음식점이 열 개 가까이 모여있는 작은 광장같은 곳인데,
몇 군데 베트남 음식점을 제외하고는 전부 이탈리안이라 실망했다.
이것도 제대로 안알아보고 온 내 탓이지...
그리고 동유럽 음식이나 독일음식이나 뭐 별거 있나 이탈리안이 짱이다.
하지만 나는 파스타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만들어먹자는 주의라
그냥 길거리에서 파는 커리부어스트나 먹기로 한다.
그나마도 잘 안보여서 구글지도에 검색까지 해서 찾아왔다.
위의 사진은 기본 커리부어스트. 붉은 소시지를 선택했다.
이건 빵 대신에 감자튀김이 들어간 세트. 조금 더 비쌌던 걸로 기억한다.
가격은 두 종류 합쳐서 7.6유로.
마요네즈나 케찹을 추가하면 가격이 더 올라간다.
서쪽으로 갈수록 물가가 비싸진다지만 소시지 두 그릇에 9천원은 너무한다.
그리고 가끔 보면 이걸로 식사가 된다는 분들이 있는데,
절대, 절대 믿지 말것을 권장한다.
저대로 세 접시 정도 먹으면 끼니정도는 될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맛은 있어서 근처 벤치에 앉아 비둘기를 구경하며 먹었다.
아, 솔직한 나의 심정은 맛은 있지만 굳이 이걸 몇 번씩 사 먹을것 같지는 않다.
가격 때문이라기 보다는, 우리나라 대형마트에서 만들어 파는 수제 소시지가
굉장히 잘 만든다는 것을 새삼 느낄 정도로 맛이 비슷하다.
아니 어느정도는 더 맛있기도...
공갈 같겠지만 독일 와서 먹어보면 안다. 마트가 최고구나.
서울 돌아가면 당장에 소스 만들어서 마트 소시지와 먹어봐야지.
소시지를 먹고 나선 베를린 돔, 베를린 대성당 앞으로 향했다.
사진을 보면 느껴지지만 해가 기울고 있어 박물관은 과감하게 패스.
미술관에 대한 욕구는 파리까지 미루기로 한다.
베를린 돔은 베를린 대성당이라고 불리지만 개신교 종파중 하나인 루터교 교회이다.
아마도 종교개혁 이후부터 루터교 건물로 쓰이기 시작한 것 같은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성 이삭 대성당과 비슷한 듯 다르게 생긴 이 건물은
2차 세계대전에 크게 손실된 것을 복구한 것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돔에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어 도시를 돌아볼 수 있다고.
앞에는 분수가 있고 역시 공원이 있어서 사람들이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좋은 자리에서 사진을 찍기 위한 경쟁이 생각보다 심해서,
성수기에는 사람으로 바글바글거리지 싶다.
그래도 규모면에서 성 이삭 대성당과 비교가 안되기 때문에 나는 그리 큰
감흥은 없었다.
하지만 파란 하늘 아래 피사체로서 매력은 있어서 사진은 몇 장 찍었다.
음.. 르네상스의 냄새.
이 건물은 베를린 돔의 왼편에 있는 구 국립 미술관이다.
여길 들어가는 계획이었는데.
어찌됐든 공원을 벗어나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 콘체르트 하우스에 왔다.
19세기에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공연장 앞에는
독일 출신의 극작가 쉴러의 석상이 서있다.
딱딱한 양식이라 오래된건줄 알았는데 19세기 건물이라 배신감이 들었다.
아무튼, 콘체르트 하우스가 있는 광장은 양 옆으로 거울상으로 보이는 건물이
둘러싸고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는데,
광장 왼편에는 독일사 박물관으로 쓰이는 독일 돔 성당이 있고
오른편에는 프랑스 대성당이 있다.
대성당......? 돔이 달려있으면 일단 대성당인가? 고개가 갸웃하지만
이름이 그렇게 붙어있으니 불러주기로 한다.
이쪽은 사자인 것 같고.
딱딱한 양식의 건물 답게 사자도 멋있게 생겼다.
이쪽은 팬서인가. 저물어가는 날씨 덕에 건물 색이 진해진다.
광장 한켠에선 아코디언으로 이중주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캐리비안의 해적 OST중 가장 유명한 <He's a pirate>를 연주했는데
생각보다 안 어울린다.. 좋아하는 곡이라 더 들으려다 그냥 돌아섬.
그리고 이쯤 해서 도시를 마저 돌아보는 것은 포기하기로 한다.
이미 35,000걸음을 넘게 걸어 체력이 남아있지가 않아.
숙소 근처로 돌아가서 밥을 먹기로 한다.
높이 데려간 음식점의 간판. 유명한 곳인지 구글지도에 검색하면 바로 나온다.
우리가 갔을 땐 손님들이 가득 차있어서 내부사진은 따로 없다.
괜히 기분 나쁠수도 있으니까.
일단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맥주 한 잔.
아무곳에서 아무맥주나 먹어도 다 맛있다.
독일맥주를 이 가격에 먹을 수 있다니, 안먹는 만큼 손해다.
배가 너무 고파 메뉴를 세 종류 주문했다.
먼저 (송아지는 아니지만)돼지고기 슈니첼. 그러니까 돈까스.
큼지막한 미트볼 두 덩이
그리고 샐러드.
정말 배고파 먹고자 하는 다급함이 사진에서 느껴진다.
초점이 다 이상한 곳에 맞았다.
음식맛은 그냥 뭐 괜찮은 정도.
세가지 음식 전부 향신료나 어떤 양념이 들어간게 아니라
재료 맛으로 먹는거니까.
굳이 따지자면 신선한 맛이었다고 해야할까.
직원이 유쾌하고 친절해서 기분좋게 먹을 수 있었다.
가격도 저렇게 먹고 팁 포함 24유로면 독일치고 저렴한 편이다.
사진에는 어때보일지 모르지만 양도 엄청나서 하마터면 남길 뻔했다.
둘이 가면 메뉴 하나씩만 시켜도 충분할 듯.
밥까지 배터지게 먹고나니 이젠 잠이 간절하다.
마트에서 맥주 몇 캔을 더 사가서 먹고 자기로 했다.
베를린은 진짜 겉핥기도 제대로 못한것 같아 아쉬움만 진하게 남는다.
내일은 뮌헨으로 옮겨야 하는 날이라 구경도 못할테니까.
아쉬운 베를린 한바퀴는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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