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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 그 대상은 단지 유대인에 국한되지 않았다.


집시, 동성애자, 장애인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매우 넓었는데,


앞선 글에 언급했던 집시와 마찬가지로, 아니 그보다 더욱 보상에서


외면당한 계층이 성소수자, 특히 남자 동성애자였다.


브란덴부르크 문을 나와 남쪽으로 5분정도 걸으면, 거대한 조형물이 배치된 공원이 나온다.



크기가 서로 다른 2700여개의 콘크리트 직육면체로 조성된 이 공원은


나치 독일에 의해 유럽지역에서 학살된 유대인을 추모하기 위한 곳이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학살 피해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대인 피해자는


그 숫자가 600만이 훨씬 넘는다.


도시 한 가운데,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와 국회의사당 근처에


학살당한 사람들을 위한 공원을 세워 추모하는 것은 굉장히 용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원 내부는 차분하다기 보다는 자유분방한 느낌이다.


관광객들 뿐 아니라 시민들도 콘크리트에 올라 앉고 누워 웃고 공부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추모공원을 이용한다.




멀리선 한 무리의 학생이 현장체험? 을 하고있는 듯 보였다.


엄청난 수의 국가가 오밀조밀 붙어있는 유럽에서 역사교육이란건


쉽지는 않은 일일거다. 패배한 국가 일수록.



추모공원은 그 의미뿐 아니라 보기도 좋다.


도심 풍경과 꽤 잘 어울리는 것이 여러가지 목적을 한번에 만족시키는


좋은 디자인이라 할 수 있겠다.



유대인 추모 공원 건너편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탄압이 기록되어 있다.


유대인과 집시 다음으로 많은 희생자를 낸 성소수자, 특히 남자 게이는


전쟁 이후에도 제대로 된 보상은 커녕 관심조차 받지 못했다고 한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20세기 중반에 좋았을 리가 없으니까.


가장 위 사진에 보면 역삼각형 문양이 보이는데, 그 문양은 나치가 유대인에게 노란색


다윗의 별을 반드시 달도록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게이들에게는 핑크색


역삼각형 문양을 달도록 했다는 기록이다.



그래서 표지판 옆에 있는 공원으로 들어가 보았다.


사진에 잘 보이진 않지만 웬 토끼 가족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그 옆으로 동성애자 학살 추모비.


유대인 추모 공원에 있는 조형물과 같은 재질의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다.


옆에 난 작은 창을 들여다보면 동성커플들의 키스 장면이 재생된다.


지나치는 사람들 면면을 보니 동성 커플을 비롯한 여러 성소수자가 이 추모비를


보러 오는 듯 하다.


나는 동성간의 연애나 사랑에는 다른 이성간의 사랑만큼이나 관심이 없다.


남의 연애야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니까.


그걸 찬성, 반대 혹은 존중한다는것도 발상 자체가 우습다고 여기는 편이다.


그래도 피해를 입혔으면 보상은 제대로 해야지..


듣자하니 게이들에게 부착했던 핑크색 역삼각형을 뒤집은 핑크 트라이앵글은


게이 인권운동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들어온김에 티어가르덴 공원을 한바퀴 작게 돌아보기로 한다.


뜬금없이 등장한 괴테 기념 석상.


잠실 롯데월드 앞에 있는 동상은 이 석상을 본따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울창한 숲에 들어오니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실제로 숲은 도심의 온도를 낮추는 데 탁월하다던데,


지도로 확인하니 이 공원, 잠깐 돌아볼 정도로 작지가 않다.



공원에서 나와 다시 걷기로 한다.


청설모로 추정되는 아이가 국수 포장지에서 볶음면을 꺼내먹고 있다.


나도 비싸서 못 먹는걸 청설모가........



초점이 안맞았지만 뺏어먹을까 경계하는 눈빛이 강렬하다.


피차 배고픈 처지에 그냥 봐주기로 했다.



공원 옆 길을 따라가다 또 우연히 마주친


독일 출신 극작가 레싱의 기념동상.


지도를 보니 베토벤-하이든-모차르트의 기념비도 있다던데 그 곳은 우리가 가는 방향이 아니다.



조금 더 걸어 베를린 필하모니 콘서트홀을 지난다.


매주 화요일 오후에는 무료공연도 하고있는 베를린 필하모니.


도시를 한바퀴 돌아보고 오늘 저녁에 있는 공연이라도 볼까 하는 생각에


우선은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아, 지금 와서야 말이지만 정말 큰 꿈을 꾸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으리으리한 현대식 건축물이 보여 들어가 보니 소니 센터란다.


2000년에 소니에서 돈을 대 지어진 이 센터는 총 7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레고박물관부터 영화관에 식당, 당연하게도 소니 매장까지 있는 이 복합단지는


지친 다리를 쉬어가기 안성맞춤이었다. 높은 건물덕에 바람도 시원하게 불고.


와 소니 돈많네... 하고 보니 이 건물의 소유주는 다름아닌 한국의 국민연금!


자금난에 시달리던 소니가 2010년에 국민연금에게 이 센터를 매각했다고 한다.


오 왠일로 좋은 투자를..? 하고 조금 더 알아보니


매년 적자만 수백억씩 내는 센터라고.........



그만 알아보기로 하자.



소니센터 옆에는 포츠담 광장이 위치한다.


별다른 의미가 있는 곳은 아니고, 그냥 지나가는 길에.


2차 세계대전 전까지는 유럽에서 가장 붐비는 곳 중 하나였으며,


세계 최초로 신호등이 설치되었던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자본이 다시 모여 근처에 으리으리한 건물이 많이 보이지만,


이 통일정을 제외하고는 딱히 사진을 찍지 않았다.


그 주변 건물들 비슷한거야 서울에서도 많이 봤는데 뭘.



나름대로 의미를 담아 그럴듯 하게 잘 지어놓은 듯 하지만


이게 뭔 의미가 있는지 아는 눈치인 시민은 보이지 않는다.


가끔 지나던 관광객이 사진만 찍고 지나갈 뿐.


땅 임대기간 2년에 임대료가 어마어마 하다던데..


있는줄도 모르고 갔던거라 반갑기는 했으나 올해 안에 철거 된다니 안타까웠다.



그 뒤로는 이제 익숙한 풀밭과 일광욕을 즐기는 시민들.


이쯤되면 베를린을 초록 도시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듯 싶다.


그런데 저 뒤, 그러니까 풀밭과 건물들 사이에 파란 관이 보인다.



그 관들을 가까이에서 보면 이렇게 생겼는데, 무려 상수도관이라고 한다.


상수도관이 이렇게 공중에 떠 있는 이유는 아직 도시가 공사중이기 때문이라는


소리도 있고, 베를린이 지대가 낮아서 그렇다는 소리도 있던데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하지만 잘 관리된 듯 칠해져 있는 상수도관을 보니


수질 좋기로 유명하다는 베를린 수돗물에 괜한 신뢰가 생긴다.



포츠담 광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테러의 토포그래피 박물관이 있다.


직역하면 뭐라고 불러야 할까.. 공포의 장소? 쯤 되겠다.



이 곳에는 베를린 장벽이 예전 그곳에 있던 낙서까지 함께 보존되어 있다.


오전에 처음 갔던 공원에 비해 풀은 적고 콘크리트는 많아 건조한 인상을 준다.



옮겨진 장벽 앞으로는 나치의 만행에 대한 역사적 사실들이


상당한 양을 자랑하며 전시되어 있다.


유대인과 동성애자, 장애인에 대한 학살들도 여기에 물론 포함된다.


순수 아리아인이라는 실체 없는 단어에 매몰된 광기는


이곳에 여지없이 까발려져 있다.


다시는 그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듯이.


하지만 요즘 미국이나 유럽 돌아가는 것을 보면 다시 극우성향을 띠는


지도자가 나오거나 나올뻔 하고 있다.


그 와중에 독일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흥미롭다.


테러의 토포그래피 박물관은 시간을 들여 볼만한 가치가 있다.


이미 알고있던 사실들도 장벽이라는 물리적 실체 앞에서는 새삼스럽다.



천천히 자료들을 읽어보느라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던 야외 박물관을 벗어나


버스를 타고 조금 벗어나 보기로 한다.


베를린의 상징이라는 곰이 세워진 한국문화원? 이 보이길래 찍어봤다.


꽃신을 곱게 신고 있는 베를린 곰..



늦은 점심은 박물관섬 근처에 가서 먹기로 했다.


아직 도시의 반도 돌아보지 못했는데 진이 다 빠진다.


거기다 날은 왜이리도 더운지........


버스도 에어컨을 별로 틀지 않는듯 하다. 환경을 생각해서인가..


아무튼 다음 화는 소시지와 독일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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