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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7일 수요일.


새벽 6시에 뮌헨에 도착한 덕분에, 체크인 까지 시간이 남는다.


아주 익숙하고 당연한 몸짓으로 코인락커에 짐들을 구겨넣고 시내로 나선다.


뮌헨은 독일 전체에서 가장 안정적인 도시라고들 한다.


바이에른 주의 개성이 강하기 때문에 독일 다른 지역과 구분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도 하고.


독일하면 바로 떠오르는 옥토버 페스트도 이 도시에서 개최된다.


축제의 도시라지만, 5월 중순의 뮌헨은 차분하고 친절했다.



이 날도 마찬가지로 1일 무제한 교통권을 끊었다.


네 번 이상인가 타면 이득이었던 것 같은데 하루종일 8번은 넘게 탄 것 같다.


처음으로 들른 곳은 뮌헨 시내의 중심 마리엔 광장.


비수기라도 낮에는 관광객이 엄청나게 몰려드는 곳이라 일찌감치 방문했다.


아직 주변 식당도 열지 않아 조용한 광장에 신시청사 건물이 고고하다.


고딕 건물처럼 생긴 이 시청사는 보기와는 다르게 19세기 말에 지어졌다.


그리고 건축양식도 고딕이 아닌 네오고딕(...)


이제 아 이런게 고딕이구나 싶은 나도 디테일은 아직 모른다.



광장의 이름을 따라 성모 마리아의 동상이 황금 빛으로 치장된 채 광장 한가운데 서있다.


한적한 마리엔 광장은 꽤나 드문 경험이라고들 한다.


새벽공기가 아직 차갑지만 햇살덕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충분하다.



용이랑 싸우고 있는건가? 마리아 탑의 높이가 어마어마해서 가까이 있는


천사 모양만 실컷 봤다.



신시청사 건물의 굉장한 크기에 마리엔 광장이 미치지 못해,


한 컷에 그 웅장함을 담기가 어렵다.


아무래도 오래전부터 존재하던 광장에 거대한 건축물을 세웠으니


밸런스가 좀 안맞는 듯 느껴지는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광장에 위치한 분수.


신시청사 건물의 가장 높은 탑인 시계탑 아래쪽엔 인형이 설치되어 있는데,


매일 오전 11시, 정오 12시, 오후 5시 정각에 인형극이 열린다.


내용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왕족의 결혼식과 기마전, 페스트의 창궐과


극복 등이라 크게 흥미가 생기지는 않지만,


수많은 관광객이 모여 작은 인형의 몸짓에 환호하고 박수치는 모습은 나름대로 장관이다.


비꼬는게 아니라 정말.



인형극은 낮에 다시 와서 보기로 하고 구시가지를 먼저 한바퀴 돌기로 한다.


신시청사를 뒤로 하고 왼쪽으로 향하면 구시청사 건물이 나온다.



쨍한 파란색 하늘아래 구시청사 건물.


동유럽 여기저기서 봤던 건물처럼 생겼다.


마찬가지로 고딕양식으로 건축되어 있으며,


14세기에 지어진 이 건물은 현재도 시의회 건물로 사용중이라고 한다.


시장 집무실도 이 건물에 위치한다고.(그럼 신시청사엔 뭐가...?)


오래된 건물이 왜이리 깨끗해! 하고 묻는다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제 2차 세계대전.


심각하게 훼손된 건물을 전후 20세기 중반에 복구한 탓이다.


아무리 그래도 지나치게 깨끗하다... 오래오래 쓸 생각으로 복구한 거겠지.



구시청사 건물 앞에 있는 줄리엣의 동상.


흉부 한쪽이 빛나고 있다. 이 땅의 동상 인권은 어디있는가.



천천히 구경하고 있자니 도시에 아침이 오기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한 컷에 담기 힘든 구시청사 건물.



성 베드로 교회의 첨탑이 보인다. 저 위에는 전망대가 있는데,


우선 도시 한바퀴를 다 돌고 나서 올라가기로 했다.


결과적으로는 잘 한 선택이었다. 이른아침 인적이 드문 뮌헨을 실컷 봤으니까.



베를린과 마찬가지로 어딜가도 나무와 숲이 많이 보인다.


그보다 사람들 복장이 흥미로운데, 


하루종일 찍힌 사람들 사진을 보면 계절이 각양 각색이다.


반바지부터 스웨터까지.


건조하고 일교차가 큰 날씨 탓이겠지.



골목길을 따라 걷는다. 아침인데도 슬슬 더워지는 느낌이 든다.


뮌헨의 구시가지 자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걸어서 한 두시간이면 둘러보는 데에는 지장이 없을 정도.



계속 걸어 이사르토르 문에 도착한다.


중세 성벽을 구성하던 네 개의 문 중에 하나인 이 고딕양식의 성문은,


아마도 화약고의 역할도 함께 했었는지 두툼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시계탑에는 중세답게 성화도 한 장.


이사르토르(Isartor)라는 이름의 뜻은 그냥 이자르(Isar)강 쪽의 문(Tor)라는 뜻이라고.



창문도 작고 성벽도 도톰한 것이 튼실하게도 생겼다.


중세의 성벽 문 중 두번째로 지어졌으며 유일하게 남아있는 이 건축물은,


현재는 한 코미디언에게 헌정되어 유머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외관이 깨끗한 것이 중세의 건물이라고 믿기지 않는다면?




안봐도 뻔하지 뭘...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점이 생긴다. 세계대전이 전 유럽을 휩쓴거야 익히 알려진


사실인데, 유난히 뮌헨은 심하게 두드려 맞은 것 같은 건 기분 탓인가?


알고보니 1차 세계대전의 결과로 바이에른 왕국이 몰락한 이후, 


그 수도였던 뮌헨은 극우 세력들이 판을 쳤다고 한다. 


워낙 정치/경제의 중심지였기에 히틀러가 나치 당에 가입하고,


그 우두머리가 된 곳도 이 도시였다고.


그러다 보니 연합군 입장에서는 꽤나 미운 도시였나 보다.


2차 세계대전 중 도시의 절반 이상이 파괴되었다고 한다.


아, 참고로 말하자면 이 지역은 아직도 우익 성향이 강하다.



계속 계속 골목을 지난다.


뮌헨의 유명한 브루어리 중 하나인 호프브로이하우스가 보인다.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공장이 거의 다 파괴되었음에도


지하에 대량의 맥주를 보관해 냈다는 전설의 브루어리.


왕실의 지정 브루어리였으며, 현재도


하루에 팔리는 맥주의 양만 1만 리터를 넘는다고 하니 알 만하다.


하지만 맥주의 가격은 그렇다치고 문 자체가 열지 않아 간판만 지나침.



계속 걸으면 국립극장이 모인 작은 광장에 도착한다.


바이에른 왕국의 1대 국왕이었던 막시밀리안 1세의 동상이 보인다.



후광샷.


이 광장의 이름도 막스 요세프 광장으로, 왕의 이름에서 따왔다.


뮌헨의 광장은 전체적으로 작고 아기자기 한 듯하다.


건물의 규모에 비해 작은 광장은 사진찍기 난이도를 올린다.



이제 막 열기 시작하는 노상 카페들.


차보다 자전거가 많이 보인다.


몇 분 더 있으면 저 자리에도 사람들이 가득가득 차겠지.



국립극장들을 뒤로 하고 오데온 광장 방향으로 향한다.


길 한가운데 바이에른의 왕궁으로 들어가는 문이 보인다.



문을 지키는 사자와 방패의 동상.



레지던츠 왕궁 내부.


수수한 외부와는 다르게 내부는 굉장히 화려하다던데,


아직 문을 열 기미도 안보인다.



그래서 수수한 외부 건물만 보고 광장만 한 바퀴 돌아보고 나왔다.


사람이 없는건 좋은데 볼것도 같이 없어지니 이것 참.


골목길로 다시 나와 가던길을 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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