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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27일 토요일


마드리드는 아침부터 덥다.


해가 일찍 뜨는 데다가 우리가 머문 방은 좁아서 눈이 일찍 떠졌다.



아침은 어제 장을 봐 놓은 것으로 먹는다.


먹다 남은 빵과 치즈, 에스파냐 하면 역시 하몽과 패션후르츠 주스.


과일이 충격적으로 저렴해서 먹다 먹다 다 못먹은 체리와 바나나까지.


예상보다 생각보다 상상보다 저렴한 에스파냐의 장바구니 물가는


여행 내내 우리의 피난처가 되어주었다.



오늘은 프라도 미술관에 갔다가 빠에야를 사먹기로 했다.


일정이 얼마 없지만 워낙 미술관이 시간을 잡아먹는 장소이니


아주 여유롭지는 않을듯 하다.



미술관으로 가는 길. 사진만 봐도 쨍한 햇살이 느껴진다.


이 뜨거운 길을 미련하게 30분가량 걸었다.




하늘도 맑은데다가 햇살이 워낙 강하니, 별다른 보정 없이도


자연색이 신경질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진하다.



길에는 이렇게 깃발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오후에 있을 시위를 준비하는가 보다.


미술관을 들어갔다 나와서 광장쪽으로 걸어갈 때는 벌써 교통을 통제하고


큰 시위대가 하나 지나고 있었다.




저 유명한 <시녀들>을 그린 에스파냐의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


미학 수업시간이었는지 미술사 시간이었는지 들어본 이름이라 반가웠다.


(<시녀들>, 1656,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Las_Meninas)

물론 <시녀들>은 여기, 프라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계속해서 입구쪽엔 낭만주의 화가이자 그 화풍때문에 종교재판까지 받은


에스파냐 출신의 프란시스코 고야.


화사한 그림체에서 시작했으나, 청각장애를 겪으며 집에 틀어박힌 이후로는


격정적인 그림만을 그려냈다는 화가.


여러 유명한 작품들이 프라도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교과서에서 봤던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마드리드, 1808년 5월 3일>등이


고야만을 위한 전시관에 걸려있었다.


(<아들을 잡아 먹는 사투르누스>, 1829-1823, 

출처:https://en.wikipedia.org/wiki/Saturn_Devouring_His_Son)


(<마드리드, 1808년 5월 3일>, 1814,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The_Third_of_May_1808)



조금 더 입구쪽으로 다가가면 보이는 산 헤로니모 국립 성당.



생각보다 아담한 프라도 미술관의 입구.



프라도 미술관 내부에선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카메라까지 가방에 넣어 맡긴 후, 오랜만에 홀가분하게 미술관 산책.


프라도 미술관은 국제학생증이 있으면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혹시 그렇지 않더라도 저녁 6시 이후에 입장하면 입장료를 받지 않는데,


국제학생증이 없는 나는 그냥 이른시간에 돈을 지불하고 들어갔다.


조용히 작품들을 감상하고 싶었기 때문인데, 아니나 다를까


천천히 관람하던 중 6시가 넘으니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려들어와


미술관 내부가 소란스러워 진다. 


15유로정도 하는 입장료라 물론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그냥 일찍 와서 돈 내고 보기를 권한다. 6시 넘으면 여유로운 감상은 물건너 간다.



아무튼 여유롭게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돈 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의 동상을 보러 가기로 한다.


사진은 가는길에 보인 의사당? 으로 추정되는 건물.



에스파냐 출신에 심지어 마드리드 근교에서 태어난 세르반테스.


에스파냐의 셰익스피어이자 단테이자 파우스트이며 세계 최초의 근대소설 작가.



그 아래엔 돈 키호테와 산초가 전진하고 있다.




세르반테스가 자신의 페르소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형상.


생각했던 것보다 기념상이 크고 아름답다. 과연 에스파냐 문학의 거장.


이후로는 빠에야 집을 찾아 헤매는 시간이었다.


중심에 있는 관광지엔 사람이 너무 많아 먹고싶지 않다고 내가 선언해버린 탓에,


구글지도 하나에 의존해 마드리드를 헤집고 다녔다.


하지만 기껏 찾아낸 곳들은 페루 음식점이거나 너무 비싸거나(...)


그나마 중간에 유쾌한 부부의 도움이 없었다면 더 답이 없었을 것이다.


세 시간쯤 헤맸을까. 이미 하늘은 어둡고 시간은 열 시가 넘었다.


해서 빠에야는 포기하고 눈에 띄는대로 파파존스(...)에 들어가기로 했다.


서울에선 창렬의 상징이라 누가 사줄때 말고는 먹지 않는 곳.



그런데 에스파냐의 파파존스는 전혀 그렇지 않다!


무슨 바베큐 피자와



6개의 치즈가 들어간 치즈피자를 시켰는데 두 판에 콜라 큰것 포함해서


18유로. 피자 많이 먹기로는 지지 않는 나인데 다 먹지 못하고 남겨야 했을 정도로


재료가 많이 들어간다. 특히 치즈가... 서울 도미노피자에서 먹던


물컹물컹한 그 무엇과는 비교하기가 미안한 수준의 치즈가 잔뜩 들어있다.


에스파냐까지 와서 피자로 기분이 풀리다니.. 그래도 맛있으니 어쩔수 없다.


남은 피자는 가져가서 다음날 아침으로 먹었다.


아쉽지만 빠에야는 바르셀로나에서 먹기로 하고,


지친 몸을 추슬러 누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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