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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프샤우엔에 도착한 첫 날이니 만큼 카메라를 챙겨들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메디나(구시가지)가 그리 큰 편이 아니라 천천히 걸어서 돌아도 두 시간이면 넉넉.
해가 높이 떠있어 상당히 더운 대낮에도
좁은 골목 덕분에 그다지 뜨겁지 않은 것이 이 마을의 장점이다
이번 글에는 사진이 좀 많은데, 딱히 설명할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예쁜 풍경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작!
쉐프샤우엔 메디나의 모든 골목은 위 사진처럼 파랗게 칠해져 있다.
계단도,
문들도.
마을을 온통 물들이고 있는 파란 염료는 국가에서 공급한다고 한다.
이 부분은 확실하진 않지만, 관광상품으로서의 파란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선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거란 생각은 든다.
모로코 사람들은 사진에 찍히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하는데,
안봐도 뻔한 미신 때문 이리라.
미신이 너무 문화 차별적인 발언이라면 그냥 취향이라고 하자.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사진기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니
알아서 조심하는 편이 내 기분을 지키는 데 유리하다.
한 번은 프레임에 들어오지도, 심지어 거기 있는줄도 몰랐던 사람이
왜 사진을 찍느냐며 내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젊은 여성이었는데, 유난 떨고 자빠졌다고 한마디 쏘아붙이려다가
기분 상하기 싫어 지나갔었다. 조심해야지.
마을을 한 바퀴 돌다보면 같은 파란색이어도 톤이 다 다르다.
그리고 위의 계단처럼 칠이 많이 벗겨진 경우에는 열심히 덧칠하는 광경도
심심치 않게 마주칠 수 있다.
쉐프샤우엔의 파란 색에 대한 가설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모기와 유태인이다.
조금 늘여서 적자면, 파란색이 모기를 쫓는 데 효과적인 색이라는 가설과
히틀러에 의해 쫓겨났던 유태인에 의해 파란색이 전파되었다는 가설.
그야 파란색이 워낙 유태인의 색이니 뭐.
관광객인 내게 이런 사실들은 궁금하긴 하지만 중요하진 않다.
그리고 쉐프샤우엔의 또 하나의 상징, 고양이.
도무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뭔가 먹을것만 들고있으면 귀신같이 찾아와서 아양을 떠는 당당함.
이슬람의 창시자 무하메드가 살아생전 가장 아꼈던 동물.
코란을 읽어보지는 않았으나 이 성경에도 고양이를 잘 대해줄 것을
명령하는 문장이 있다고 하니, 사람을 좋아하는 고양이를 이해할 수 있다.
교리로 고양이를 보호하는 종교라니, 개종 각인가...?
애고 어른이고(?) 사람만 보면 와서 다리에 일단 냄새를 묻히고 본다.
아, 이역만리 고국에 놓고 온 내새끼들이 눈에 선하다.
아, 뱀발로, 나중에 쓸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쉐프샤우엔은
쇼핑하기 좋은 곳으로도 꼽힌다.
이유는 비교적 바가지를 적게 씌워서.
물건 값을 흥정하는 데 소모되는 시간이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
이렇게 저렇게 모로코를 한 바퀴 돌고 나니, 쉐프샤우엔은 굉장히 평화로운 곳이다.
호객행위도 심하지 않고, 물건값도 적당히 부르고.
물론 그럼에도 절반 이상 깎아야 하는건 당연하다.
파란 파란 마을을 거닐면
골목을 돌 때마다 고양이가 보인다.
낮잠을 자는 주민 옆에서 늘어지게 누워있는 녀석들도 많다.
조드푸르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나와 의견이 같을 것이다.
같은 블루시티라지만 쉐프샤우엔이 조드푸르보다 훠얼씬 낫다!
우습게도 모로코를 여행하는 내내 이상하게도 인도와 비교하게 되는 사건이
많았는데,
종합하자면 모로코는 덜 시끄러운 인도라는게 내 결론이다.
호객행위도, 바가지도, 소란스러움도..
인도가 몇 배는 심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인도 사람들, 그 중에서도 힌두교 인들은
고양이를 잘 대우해 주지 않는다.
진짜 물이 나오는 수돗가.
주민 아주머니들은 여기서 물을 받아간다.
단점은, 길이 다 비슷비슷 해서 원하는 장소에 바로 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
뭐 그것도 한 이틀 돌아다니면 눈에 익는다.
날이 시원하니 아이들 사진이 늘어난다.
잊을만 하면 고양이.
내가 바로 앞까지 가도 수염 하나 움찔 안한다.
골목을 다니다 뜬금없이 나오는 식당에 들어가 보는것도 큰 재미.
한 가게에선 이렇게 염료를 잔뜩 쌓아놓고 팔고 있다.
타일에 색을 입혀 굽는데 사용된다고 한다.
납 성분이 많이 들었으려나 싶어 굳이 가까이 가거나 만져보지는 않는다.
몇 번이나 마주친 고양이.
새끼를 배었는지 배가 빵빵해서 낯이 익다.
지금쯤이면 아이들을 낳았을지도 모르겠다.
고체 향수? 향료? 방향제? 를 팔던 가게.
모로코는 여태까지의 여행 중 가장 기념품을 사고 싶던 나라이다.
다음에 에스파냐와 묶어 반드시 다시 방문하기로 마음을 다잡는다.
음식점 근처에는 특히나 고양이들이 많다.
가끔 오버하는 고양이는 우리가 밥먹는 테이블까지 올라오다가 혼나기도 한다.
하늘 역시 단어 그대로 새파랗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있으면 반드시 출동하는 그녀석들.
골목 곳곳에는 고양이를 위한 물과 우유와 식사가 마련되어 있다.
여기는 착한 고양이가 환생하는 천국입니까?
총 4박 5일을 머물렀지만, 이 풍경들은 끝까지 질리지 않았다.
꼭 다시 와서, 그 때는 2주를 머물리라.
아,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갑자기 생각해보니 우리가 머물던 게스트 하우스는 주인이 아주 친절했다.
영어는 거의 하지 못했지만, 매번 나를 볼 때마다 마이 프렌드, 하고
활짝 웃으며 올려붙이는 엄지손가락이 정겹다고 해야하나.
이런 사람들 덕분에 모로코가 통째로 좋아진다.
물론 첫 날과 둘째 날을 제외하고는 아예 카메라를 들고다니지 않아
골목 사진은 많이 남아있진 않지만,
산을 보며 힐링하기엔 이 마을만한 곳이 없다.
시간마다 새벽마다 들리던 기도소리까지 추억인 마을.
파람, 때때로 고양이. 쉐프샤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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