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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 기간의 밤은 물론 낮보다 화려하다.


일몰시간의 기도소리로 시작하는 무슬림들의 식사와 노랫소리.


집 근처 구멍가게에선 수제 푸딩을 내놓고,


어디 숨었는지 보이지 않던 사람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혹은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느낄 수 있는 저녁무렵의 라마단.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쉐프샤우엔의 밤을 즐기기로 한다.



이 것은 지난 글에 적었던 구멍가게에서 사온 에스파냐 산 진이다.


혹시 술인게 티가날까 주인아저씨가 종이봉투로 꽁꽁 감아준 것을


가져간 백팩 안에 숨겨 여기까지 들고왔다.


가격은 적혀있는 대로 198디르함. 무려 20유로에 육박하는 가격이다.


그러나 이 이후엔 술을 세 병 정도 더 사지 못한 것을 후회했으니...


아무튼 1리터에 달하는 술을 4일 밤에 걸쳐 250미리씩 소모하기로 한다.



바로 이런 모양으로.


혹시나 다른 손님들이 있었다면 조금 더 조심 했겠으나,


우리밖에 없는 게스트하우스에선 이정도로만 하기로 한다.


물론 술냄새를 풍기며 거리를 걷는 미친짓을 할 수는 없으니


음주는 무조건 하루의 마지막에.



구멍가게에서 파는 과자와 오렌지 주스, 그리고 냉동실에 미리 얼려둔 얼음으로


옥상 위 테이블에 술상을 차린다.



테이블 바로 옆엔 이런 풍경이 펼쳐져 있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블루시티의 전경.



석류시럽은 없지만 나름대로 선라이즈를 만들어 먹는다.


독한 술이라 맥주와는 다른 템포로 마셔야 해서 나름대로 여유롭다.



달이 떴다.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 사진을 보니 아직 첫 잔을 따르기 전이다.


며칠 밤을 비슷한 메뉴로 술을 마셔서인지 사진이 뒤죽박죽이다.



몇 번이고 언급했지만 우리 밖에 없는 게스트하우스는 조용하다.


둘만의 루프탑 파티를 즐긴다. 음악 대신 이야기를 하며.



과자들이 도시에 비해 비싸긴 해도, 안주삼아 먹으니 그리 많이 필요하진 않다.



천천히 찾아오는 밤.



매일 밤 이런 풍경이 될 때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라마단의 밤을 즐겼다.


거리에선 사람들이 하루동안 버텨낸 금식을 보상받고 있었다.


밝은 도시의 불빛에도 불구하고 별이 상당히 많이 보였는데,


사진은 내가 보정하다 날려먹어서 원본밖에 없다.


나중에 기억이 나면 추가하는 걸로.


주황색 불빛에 물든 마을 위로 별이 떠있는 풍경은,


술안주로 제격이었다는 것만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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