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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30일 화요일.
파란 마을의 날씨는 아침부터 좋다.
모로코에 있는 동안엔 최대한 게으르게 지내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사진도 찍는둥 마는둥 느릿느릿 움직인다.
잠도 자고싶은 만큼, 매우 늦잠을 자고 일어난 후 나름 브런치를 먹으러 나와
가게를 탐색한다.
해서 들어가 본 가게. 식사시간을 비껴 찾아온 덕에 손님은 우리와
고양이 모자밖에 없다.
물론 우리도 가게 주인도 고양이를 내쫓을 생각은 없다.
우선 생과일 오렌지주스부터 한 잔씩 시키고.
가장 먼저 나온 요거트. 너무 시어서 꿀을 타 먹어야 한다.
지중해식 샐러드라고 해서 시켜본 참치샐러드.
그늘진 사진 덕분에 별로인 듯 나왔지만 이게 또 취향 저격이라
이후 하루에 한 그릇씩 찾게되었다.
그리고 너무나 당당하게 메뉴판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어 시켜본
볼로네즈 스파게티. 의외로 양이 많고 맛있어서 웃겼다 ㅋㅋㅋㅋㅋ
이렇게 시켜먹고도 주스 포함 77디르함. 7.7유로라니.
대신 기본 빵과 올리브가 나오지 않지만 그 빵 3디르함 짜리잖아....
해서 이후의 아침은 늘 이 집에서 먹게 되었다.
돌아와서는 뒹굴다가 빨래를 했다.
라마단 기간이라 세탁소가 문을 닫았는지 찾을수가 없어서
방에서 빨아다가 옥상에서 널었다.
주인이 기분 나빠할 줄 알았으나 오히려 오손도손 같이 널었음.
저기 빨래줄에 걸린 내 빨래들 뒤의 것들이 주인 옷이다.
봐도봐도 질리지가 않는 풍경.
딱히 이유는 없지만 모로코 햇살에 빨래를 널어본 기념.
사진을 보면 짐작이 되겠지만 해가 장난 아닌데다 건조하기고 바람까지 불어서
탈수 안하고 널었는데도 빨래들이 순식간에 말라붙는다.
서울 반지하방에서 뒹굴 때는 상상도 못할 호사. 이불 빨고싶다.
빨래를 하고나선 옥상 그늘에 숨어 티타임을 가지기로 한다.
어제 먹다 남은 오렌지주스와 러시아에서 사온 얼그레이티,
그리고 설탕이 거의 안들어간 민트티와 모로칸 디저트들.
디저트 저 만큼이 12디르함 이었다.
6조각 밖에 안되지만 익스트림하게 달기 때문에 차랑 먹을 과자로는 손색이 없음.
옥상 그늘에 숨어 보는 풍경.
해가 강해도 건조하기 때문에 이렇게 그늘에 숨어있으면 선풍기 없이도 시원하다.
한참을 멍도 때리고 이야기도 하다 민트티가 다 식고나서야 방으로 들어간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방에서 4박 5일이나 지내놓고선 방 사진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여기는 말로 때우자면,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며 드라마를 보거나
만화책을 보거나 낮잠을 자거나 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저녁.
게을러도 밥은 먹으러 가야 한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간에 배가 고파져 다시 거리로 나온다.
깜빡하고 언급하는 것을 잊었는데, 쉐프샤우엔이라는 이름은 뒤에 보이는
산 때문에 붙었다고 한다.
산의 모양이 염소의 뿔(차우아chaoua)와 닮았고, 베르베르족의 언어로 뿔을 뜻하는
<이차웬Ichawen>에서부터 변형되어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내일은 저 중턱에 있는 모스크나 올라가 볼까..
고양이들은 시원한 자리를 기가막히게 찾아 누워있다.
계단 옆으로 그려진 벽화. 충분히 돌아다녔다고 생각 했는데
아직도 이렇게 새로운 풍경이 등장한다.
당당히 내 앞길을 가로막고 사타구니 청소를 하는 고양이.
혹시 저 아세요...?
광장에서 보는 산은 역시 계시가 내릴 것만 같다.
와이파이가 되길래 체육관 점령 해주고
저녁은 다른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광장 중앙에 있는 3층짜리 식당이었는데, 직원 청년이 너무 부끄러움을 타서
나도 덩달아 낯을 가렸다.
적극적으로 냄새를 묻히는 고양이.
밥먹는 내내 곁을 떠나질 않는다.
옆 테이블에 앉은 백인 언니 두명이 쌀쌀맞게 대했는지
난간과 내 사이만을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3층이라 전망이 좋다.
앉은 자리에서 바로 내려다 보이는 광장과 모스크.
금식시간이 끝날 때가 되어서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메뉴와 상관없이 일단 깔리고 보는 올리브와 거친 빵.
빵은 굽는곳에서 받아오는 거라 맛이 다 같은데 올리브가 미묘하게 다르다.
요건 빵이랑 같이 먹고 싶어서 시켜본 하리라.
탕헤르에서 먹었던 것과 맛이 같았는지 기억이 안나 같은 요리인지도
확실치 않았다.
하리라 스프는 각종 향신료와 채소를 넣고 푹 끓여낸 고기육수라고 보면 된다.
굳이 한국음식에 가져다 대자면 안맵고 향신채소가 들어간 육개장이라고 할까.
이 스프는 라마단 기간에 특히 많이 먹는데,
낮동안 금식 하느라 비어있던 속을 부드럽게 깨우는 목적이라고 한다.
건더기는 별로 없고 채소도 푹 익어 있어서 들고 마시는 기분이지만,
맛은 좋다.
섬유질을 드시겠다는 높선생님은 다시한번 지중해식 샐러드.
인데 아침에 갔던 식당에 비해 채소들이 시들시들 하다.
저녁이라 그런지 원래 이런진 모른다. 이 식당을 또 오지 않아서.
이렇게 국물에 찍어먹으면 된다.
이건 타진이었는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은데, 닭다리가 큼지막하게 들어있다.
주변에 잔뜩 둘러진 올리브와 위에 올려진 레몬만으로도 맛이 짐작이 간다.
사이드로 나온 감자튀김. 냉동을 쓰는게 아니라 직접 썰어서 튀기는 건지
감자맛이 강하고 바삭바삭함이 덜했다(...) 감자튀김이라는 데에 의의가 있다.
그보다 닭다리가 튼실하고 살이 많아 먹는 맛이 있었다.
이렇게 먹고 다 합쳐서 68디르함. 좋은 자리에서 수줍음 타는 잘생긴 청년과
좋은 전망을 보며 밥을 먹었는데 가격이 너무 착하다.
음식값이 저렴한 것도 있지만 술을 팔지 않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어느새 또 밤이 왔다. 쓸쓸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관광지+라마단 기간이다 보니 유럽에 비해 문닫는 시간이 늦다.
사진 왼편에 지나가시는 할아버지가 입은 마법사 옷은 젤라바라는 이름이 있다.
우리도 하나 사서 사막에 입고가기로 마음 먹는다.
오렌지나무.
나름 가격이 저렴하다는 유럽 과일을 압살하는 모로코 오렌지는
전에도 적은 적이 있지만 1킬로그램에 한국돈 500원밖에 안한다.
지나가다 보이는 나무에 아무렇게나 오렌지들이 달려있으니. 하고 이해해 본다.
아깽이
주인이 보이지 않는 기념품 가게.
황당하게도 쉐프샤우엔에는 이런곳이 꽤 있었다.
심지어 들어가서 한동안 구경을 해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을 때도 있다.
먹고 노는데 마실것이 빠질순 없다.
집에 오는 길에 수제 푸딩을 파는 집이 있어 젤리와 함께 당장 사왔다.
아침에는 팔지 않고 저녁에만 파는것이 라마단 탓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궁금하긴 했으나 결국 해결하지 못했다.
과자와 푸딩, 젤리와 오렌지주스를 합쳐 22디르함.
아무리 생각해도 열심히 술을 구하길 잘했다.
이렇게 또 하루가 천천히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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