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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31일 수요일.
역시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일어났다.
이틀동안 뒹굴어 체력이 회복된 김에,
오늘은 산 중턱에 보이는 스패니쉬 모스크에 올라가 보기로 한다.
오늘도 날씨가 좋다.
처음 도착했던 날에 비해 날이 갈수록 하늘이 흐려지고 있지만,
뭐 별로 상관은 없다.
어김없이 늘어져 있는 고양이.
하도 멋있게 앉아있어서 흑백으로 바꿔봤다.
이렇게 많은 고양이들이 있고 매일같이 봐도 질리지 않고 행복한 것을 보니
우리같은 애묘인들은 여기서 한 달은 머물러도 될 것 같다.
나도 다음에 와선 조금 더...!
숙소에서 보기엔 멀어보였는데, 산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왼쪽과 오른쪽 아래에 있는 지붕은 빨래터인듯 하다.
가까이 가서 사진도 찍어보고 싶었으나, 사람들이 많아 그냥 포기.
선인장이 자라는 산길을 산책하듯이 걷다보면
이런 풍경이 금방 나온다.
파노라마로 보면 요런 풍경.
이것만 봐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온김에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스패니쉬 모스크 까지 가는 길은 잘 닦여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가파르지도 않아서, 아침운동으로 적당하다.
모스크 직전에 있는 집.
멀게 보였던 모스크가 눈 앞에 나타난다.
사진 중앙 왼쪽에 보면 아저씨 두 분이 양을 풀어놓고 있다.
산을 오르다 염소를 풀어놓은 아주머니도 만났는데, 너무 가까워 사진을 못찍었다.
이런 언덕에, 이런 풍경에, 양들이 풀을 뜯고 있다니.
집에서 출발한지 대략 30분정도만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은 아니었으나 해가 너무 강해서인지, 우리를 제외하고는
누워 자는 강아지밖에 없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파노라마 사진도 다시 찍고,
점프샷도 찍어본다.
스패니쉬 모스크에 올라와 블루 시티를 내려다 보니,
확실히 이곳이 인도의 조드푸르에 비해 낫다는 느낌이 들었다.
언젠가 조드푸르를 한번 더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으나,
이젠 아니다. 여기로 올거야.
모스크에서 내려와선 어제 그집으로 아침을 먹으러 왔다.
아, 어제 있었던 일을 적지 않았구나.
어제 이곳에서 밥을 천천히 잘 먹고 나오다 보니
가방에 지갑이 들어있지 않았다.
너무 마음을 풀어놓고 살다보니 지갑도 놓고 나왔던 것.
그래서 높을 식당에 두고 금방 가서 가져오겠다고 주인에게 말하니
괜찮다고 둘이 같이 천천히 다녀오라고 오히려 나를 위로해 주는 게 아닌가.
미안하고 고마워서 엄청난 속도로 걸어갔다 왔었다.
예상도 못하게 이런 친절을 받으면 빚진 기분이라 좋지만은 않다.
그나저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어제의 그 아깽이가 보이지 않는다!
엄마고양이와 아빠로 추정되는 녀석만 있고.
매우 짠하게도 우리가 밥 먹는 내내 엄마고양이가 울면서 새끼를 찾고있었다.
쉐프샤우엔을 떠날 때까지 이 집 새끼고양이를 걱정했다.
잘 찾았으려나 모르겠다.
아무튼 오늘도 샐러드로 시작.
이번에는 과일샐러드와 오믈렛을 추가했다. 왼쪽의 과자 그릇은
모로칸 패스츄리라는 메뉴가 있어 시켜봤더니 어제 그 과자들이 나온 현장.
어찌됐든 앉아서 잘 먹고 과자는 또 챙겨가서 티타임에 썼다.
참고로 말하자면 저 오믈렛, 아마 모로칸 오믈렛인가 하는 메뉴였는데
진짜 맛있어서 다먹고 한그릇 더 시켜먹었다.
아무튼 그렇게 밥을 먹고 이후에는 그냥 굴러다녔다.
사진은 생략. 이 아니라 실제로 아예 찍지를 않고 그냥 놀아버렸다.
그리고 저녁.
포기하지도 않고 열심히 호객행위를 하길래 결국 가본 식당이다.
광장에 있는 식당 중 가장 위쪽에 있는 식당.. 이라고 하면 정확하려나.
그냥 그랬다. 피자는 숙성 안시킨 빵으로 만들었는지 딱딱.
이하 생략. 집에가서 술마시고 잤다.
2017년 6월 1일, 목요일.
점심. 또 다른 집으로 와봤다. 이번엔 광장에서 아래에서 세 번째 집이다.
저 케밥같이 생긴게 의외로 맛있었다. 감자튀김도 괜찮고.
타진은 그냥 타진.
저녁.
사진이 점점 간소해지고 대충 넘어가는것 같은 건 기분탓이다.
광장 아래쪽에 파란 조명이 켜져있는 집.
피자와 새우타진을 먹었는데, 피자는 맛있었다.
새우타진은 건새우 튀김을 먹는 맛이라 매우 별로였음.
저녁을 먹고는 마지막 밤이니만큼 야경을 보러 올라가기로 한다.
원래 모스크까지 가려고 했으나 길이 너무 으슥하고 무서워서 중간까지만 갔다.
두 개의 뿔.
파란 마을의 밤.
술을 챙겨가야 했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늦었음.
아직 완전히 어두워지지는 않은 하늘아래 작은 마을의 밤이 예쁘다.
배경으로 사진이나 한 장.
나는 두 장.
이렇게 쉐프샤우엔에 일주일가량 있으면서 여행중 가장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여행 나오길 잘했다고도 많이 생각했고.
왜 모로코를 2주 정도만 잡았을까 후회도 했지만,
에스파냐와 묶어서 반드시 다시 오리라 다짐도 했다.
음식도 사람도 물가도 심지어 짐승들도 착한 쉐프샤우엔.
마지막 밤은 금방 지나갔다.
추가사진은 엊그제 글에 못올린 숙소 옥상의 하늘.
대충 찍어도 북두칠성이 선명하다.
쉐프샤우엔 안녕!ㅠ 또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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