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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3일 토요일.


사실 페즈는 별로 오고싶은 생각이 없었다.


이래저래 워낙 악명이 높기 때문이기도 했고 관광객도 많다는 소문에.


거기에 무엇보다도 내가 에사우이라에 완전히 꽂혀서


나머지를 빨리 클리어하고 넘어가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죽 염색공장은 보자는 합의가 이루어져서 1박 2일만 머무르기로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잘 한 선택이었다 평가한다.



페즈 숙소에선 모처럼 한국 분들을 만났다.


우리의 모로코 이후 행선지인 바르셀로나에서 교환학생 중이라는


두 여성분에게 바르셀로나에 대한 정보와 페즈 맛집 추천도 받았다.


무려 낙타고기로 만든 햄버거를 판다고.


낙타버거라는 말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저녁을 먹으러 온 카페 클락.



요건 높이 시킨 뭐 다른거였는데, 그냥저냥 괜찮았다.



낙타버거를 반으로 잘라 한입.


대단한 맛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뭐 그냥 햄버거 맛이었다.


어차피 낙타라고 해도 갈아서 향신료와 뒤섞어 빚은 고기니까.


콕 찝어서 낙타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모를것 같은 맛이었다.


가격도 저 두 개 합쳐서 145디르함 정도.


새로운 경험 했다 셈 치기로 했다.



저녁무렵의 페즈 메디나는 한산하다.


쉐프샤우엔과 퍽 다르다.



이 늦은 시간에도 택시를 타라고 호객행위를 한다.


아, 사진이 나온김에 덧붙이자면


이 광장에서 사진 왼쪽으로 3분만 걸어나가면


정상적으로 미터기를 켜고 운행하는 택시를 잡을수가 있다.


사진에 보이는 미친자들은 미터요금의 4배를 부르는 주제에 흥정도 거부한다.


절대 타지 마시길.



남쪽으로 내려와서인지 기온이 많이 올라갔다.


숙소에서 보이는 전망은 나쁘진 않으나 갑자기 더워진 탓에 숨이 막힌다.



일단 가죽염색 공장을 클리어 하기로 한다.



요렇게 생긴 박물관은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하는데,


옆에서 삐끼가 거기 말고 공짜로 볼수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따라간다.



실제로 공짜로 데리고 들어가서 이렇게 좋은 풍경을 보여준다!


나중에 딴소리를 하는건 그때가서 생각하고 우선 사진찍고 구경하기 바쁘다.


이 곳에서 가죽에 색을 입히는 염색약의 원료는 비둘기 똥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샤프란, 인디고 등 천연 재료가 사용되는 중세시대의 방식이라고 하는데,


그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이렇게 나눠준 민트잎을 코 앞에 대고있어야 할 정도.


이런 독한 냄새를 뿜어대는 약이 사람 피부에도 좋을리가 없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해도 노동자들은 무슨죄..


그래도 색색이 예쁘기도 하고 난생 처음보는 풍경이기도 해 넋을 놓고 있으니


삐끼 생각에 너무 오래 보는 것 같았나 보다. 문 닫는 시간이라고 나오란다.


따라가니 자연스럽게 가죽제품을 파는 가게가 나온다.


안그래도 동전지갑이 하나 필요했던 터라 잘됐다 싶어 물어보니


그렇게 작은 건 안 판단다.


그래서 그럼 알겠다고 나 간다 안녕~ 했더니


따라 나오면서 문을 지키는 가드한테 각각 100디르함씩 지불해야 한다는 선언.


거기까지 듣고 뭐라고 욕을 해대는 가드를 무시한 채 그냥 걸었다.


솔직히 한 10디르함이면 그냥 주려고 했는데.


페즈 메디나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공짜로 길을 알려주겠다는 청년들이


어마어마하게 따라붙는다. 분명 맞는 방향으로 가고있는데도 틀렸다고


자기를 따라오라고. 너무 짜증이 난 나는 페즈 한정으로 삐끼를 무시하기로 한다.


말을 한마디라도 받는 순간 내 앞으로 가며 길을 안내하는 행동을 하니까.


그러다 마지막에 깨달은 꿀팁이 있는데,


나 여기 지금 떠나는 중이야. 하고 말하는 것.


수도없이 치근덕 거리던 삐끼들이 이 말 한마디에 엄지를 치켜세우며


잘가라고 쿨하게 돌아선다.



잠깐 들렀던 페즈의 까르푸. 치즈 저만한 한 통이 4유로 정도 한다.


이쪽은 가격이 또 너무 싸서 믿기지 않을 정도다.



삐끼들도 고양이들한텐 친절했지.



버스터미널 근처로 나와 짐을 맡기고 커피나 한 잔 하러 들어간 카페.


아직 금식시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알고보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란다.


저녁을 기다리며 시간을 죽이기엔 이만한 이벤트가 없지, 하며


축알못인 나는 호날두만 알아본다.



엄청난 열기로 각각 좋아하는 팀을 응원한다.


싸움이 날까봐 걱정이 될 정도.....



아무튼 그렇게, 이해할 수 없지만 딱히 하고싶지도 않은 페즈 여행은 끝났다.


보니까 페즈에 장기투숙하며 머무는 분들도 많이 있던데,


쉐프샤우엔 같은 평온한 지역에서 온 우리같은 영혼들에겐 무리다.


잘 놀았어. 또 마주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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