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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4일 일요일.


밤을 새워 달리던 버스, 불 빛 하나 없는 위험한 도로에서 바라본 하늘엔


별이 가득 박혀있었다.


은하수가 맨눈으로 보이는 풍경.


어두운 이차선 도로에서 마구 추월을 하는 기사에게 목숨을 내맡긴 것도,


새벽 세시가 넘어 잠이 오고 있는 것도 잊은 채,


창문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하실라비드.


마을 어디에서나 사하라의 모래언덕이 보이는 사막마을 하실라비드는


매우 작은 마을로, 사막투어를 하기 위해 들리는 곳이다.


검색을 해 보면 블로그에 많이 나오는 게스트 하우스가 두 곳인가 있고,


투어도 그쪽을 이용해서 하면 재미있게 할 수 있는듯 하다.


하지만 우리는 북적이는 게 지금은 싫다. 유럽에서 충분히 겪었으니.


해서, 길가에 있는 아무 게스트하우스에서 3박 4일(사막 1박 포함)을 머물기로 한다.



우리 숙소 앞 혹은 옥상 뿐 아니라 어디서든 보이는 모래언덕.


걸어서 다녀와도 좋다고 주인 알리가 추천해 주었지만, 보는걸로 만족하자.


새벽에 도착한 우리를 위해 주인은 민트티를 내주고 방을 빨리 준비해 주었다.


짐을 풀고, 한숨 자고. 밥을 먹으러 나왔다.


그런데, 안그래도 걸어서 15분이면 한바퀴 돌만한 작은 마을에 라마단 기간이니,


문을 열고있는 식당이 없다!


물론 이곳의 게스트하우스 들은 전부 식당을 겸하고 있는 듯, 언제나 주문할 수가 있다.


그렇다고 나온김에 그냥 들어가기는 자존심이 상한다.


몇 번이고 묻고 물어, 이제 막 문을 열려고 하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입구는 이렇게 생겼다.


문을 열고 있는 유일한 식당. 물론 밥 먹는 내내 손님은 우리뿐이었다.


메뉴도 딱 하나. 한 사람당 40디르함 가격의 코스요리(?).


음식 가릴 상황이 아니니 무조건 콜한다.



빵과 올리브가 깔리고 



먼저 나온 샐러드.


토마토가 많이 들어간 데다가 양도 상당하고 맛있다.


이 샐러드를 보고 일단 안심이 됨.



그리고 나온 치킨 타진. 2인분짜리 음식 답게 양이 어마어마 하다.


게다가 닭고기도 풍부하게 들어있어서, 빵과 함께 먹으니 제대로 식사가 된다.


이 곳에서 먹은 이 타진이, 모로코 여행 내내 먹었던 음식 중에 가장 맛있었다.


이것까지 싹싹 긁어먹고 디저트가 나온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에 나온



무려 차가운 멜론.


아까 샐러드가 담겨있던 접시에 가득 썰어져 나온 멜론은 당도가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이 굉장했다.


과일이라고 해서 몇조각 주려나 했던 나의 좁은 마음은 산산히 부숴졌다.


페즈에서 하루를 보내면서 편협해진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사막 마을의 인심은


모래언덕 만큼이나 고고했다.


거기다 가격도 둘이 합쳐 80디르함. 좀 더 오래 머문다면 매일 오고싶은 생각이 든다.


아니, 이 타진을 다시 먹기 위해서라도 사막마을에 재방문 할 듯.



라마단에 비수기가 겹친 마을은 관광객도 보이지 않고 차분하다.


작은 마을이라 기도소리도 방송으로 틀지 않는듯 하고.


우리가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에는 내내 손님이 우리밖에 없었다.




일과를 마친 낙타들이 퇴근한다.


아프리카로 들어가면 얼룩말이 너무 흔해서 지나가는 강아지 보듯 한다더니


여기는 낙타가 딱 그 모양이다.


어느 정도냐면, 사람보다 낙타가 많아보이는 정도.



사막 민족 베르베르인의 전통 방식으로 지어졌다는 집은 그 질감이 독특하다.


베두인과 더불어 사막지역 거친 유목민의 상징인 베르베르 인은,


매우 귀엽게 생긴 문자를 이용한다.


(사진 출처: http://canov.jergym.cz/vyhledav/varian35/arab/berb.htm)


얼핏 보면 그리스 알파벳 처럼 생긴 것도 있는 이 문자는 배우기가 만만치 않다고 한다.




사막마을의 풍경.


내가 사람 없을 때 골라 찍는게 아니라 진짜 길에 사람이 저렇게 없다.


가끔 공놀이 하는 어린애들만 지나가고..




숙소 옥상에서 보면 모래언덕이 조금 더 잘보인다.


마냥 건조하기만 할 줄 알았던 이곳에도 구름이 잔뜩.


밤에는 비가 내리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땅이 젖어있어 물어보면 비가 지나간 것.



구름들 덕분에 이런 풍경도 본다.


이 날 밤에는, 내일 떠나는 1박 2일 사막투어를 준비하며 보냈다.



쉐프샤우엔에서 사온 젤라바와 페즈에서 구입한 스카프로 터번을 만드는 법 연습.



물론 이런거 안해도 투어 가면 베르베르 사람들이 다 해준다.


조용한데다 밤엔 대문까지 잠기는 사막마을에서 놀거리가 필요했을 뿐.



사막 풍경은 내일 글에 몰빵으로 올리기로 하고,


첫 날은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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