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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5일 월요일.


게스트하우스의 아침은 성대하게 차려진다.



과연 하실라비드의 인심..  오른쪽에 잘려서 안보이지만 빵이 있다.


배불러서 겨우 다 먹을 정도의 양.


사막에 다녀와서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음식을 주문해 먹어보기로 미리 다짐한다.



밥을 먹고나선 방에 돌아가 다시 뒹굴거렸다.


투어는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네시? 다섯시? 쯤 시작한다.


시간이 돼서 옷을 입고 나와 낙타를 기다린다.



젤라바는 뒤에 모자가 달렸다.



이정도면 여기 주인 각.


잠시 대기시간 후에 투어 인솔자가 우리를 마중 나와서 한명씩 낙타에 싣는다.



낙타를 타고 사막으로 들어가는 풍경. 달을 보아하니 오늘 별보긴 틀렸다.


우리는 여섯명이 한 팀.



흔들림이 심해서 사진을 잘 찍을수가 없었다.


거기에 모래바람이 계속 불어서 이미지센서에 무한 먼지가...


그럼에도 가까이에서 본 모래언덕과 사막은 모든 짜증을 내쫓는다.



나이가 조금 더 많아보이는 파란옷 아저씨가 낙타 대열을 이끌고


너무 높은 언덕이 나오면 옆의 하얀옷 청년이 모래를 파바박 해서 길을 만든다.



모래언덕을 오르면 이렇게 선명한 그림자가 낭만적이다.



그리고 늘어지는 낙타 다리.


평소에 사진으로만 보던 것과는 비교가 안된다.


낙타 위에 앉아 모래언덕에서 길게 뻗는 그림자를 보는 경험은,


되도않게도 내가 벌써 사막민족이 된 것 같은 착각까지 일으킨다.



한 장 더. 사막투어가 재미 있었어서 사진이 많다.



처음에는 내가 가장 앞에서 가다가



중간에 높과 자리를 바꿨다.


뒤에 앉은 언니의 낙타와 내 낙타가 친한지 자꾸 내 다리에 얼굴을 비빈다.



우리를 데리고 다니는 가이드들은 사진을 자꾸만 찍어준다.


성의없게 찍는줄 알았는데 알고보면 꽤 잘찍은 사진들이 있어서



이것이 프로 가이드인가! 생각도 든다.




그렇게 대략 한시간쯤 갔을까, 드디어 도착한 베이스캠프 근처.


해 떨어지는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한 덕분에 석양을 오랜시간 감상할 수 있다.



우리와 같이 온 외국인들은 모두 국적이 다른데, 우리를 포함해 각각 커플이다.



해서 각각 거리를 두고 사막을 즐긴다.




물론 사진찍고 노는게 전부지만 말이다.


사막 비슷한 곳은 베트남 무이네에서 경험한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진짜 사막은 규모가 다르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흡사 바다 위에 떠있을 때 같았다.


주변을 둘러봐도 마실물이 없어 혼자 던져지면 목말라 죽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자주 모래사막과 바다를 비교하는데,


직접 경험하고 나니 그 비유가 확 와닿았다.


언젠가 보았던 애니메이션 중 사막에서 고래가 뛰는 영상이 있었는데.



해질무렵 모래언덕은 의외로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다.


아마도 바람 방향이 바뀌는 중이기 때문인 것 같은데,


적당히 선선하면서도 고요한 것이 사진찍고 놀기엔 최적의 환경이다.



여태까지 올렸던 우리 사진을 다 합친것 보다 더 많이 올리는 듯. ㅋㅋ



젤라바와 터번 조합이 마음에 드는 나는 사진을 많이 찍었다.


베르베르족 사람들은 유전적으론 이탈리아인과 많이 닮았다던데.



레옹 선글라스 때문인지 높은 특수작전 도중인 로봇병사 같이 나온다.



터번을 벗고 모자를 쓰고 앉아 떨어지는 해를 계속 구경.



누워도 보고



뛰어도 보고



파노라마를 찍어도 본다.


사진에 찍힌 커플은 벨기에 남자와 중국 여자 커플이었는데,


역시 자기주장이 확실한 중국 여자애의 눈치를 남자가 계속 보고있었다.



가이드들이 베이스캠프 근처에 낙타를 주차해 놨다.


저 자세 그대로 움직이지도 않고 아침까지 쉬던데


그들의 내적세계에선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심히 궁금했다.



베이스캠프를 배경으로.


이렇게 해가 지는것을 구경하고는 들어가서 다같이 저녁을 먹었다.


우리 둘만 국적이 같고 나머지는 벨기에, 중국, 체코, 인도에서 온 사람들이라


각자 소개랑 하는일이랑 나라 얘기만 해도 식사시간이 끝날 정도로 길었다.


뜬금없이 중국 여자애가 사드문제를 거론해서 웃고 말았다.


밥을 먹고는 그냥 자유시간을 가졌다.


다른 투어들을 보면 음악을 연주하며 캠프파이어를 가지거나 하는 것 같던데,


우리는 도구가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우리 모두 환영했다(?).


덕분에 조용한 사막의 밤을 오롯이 즐길수 있어 행복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밝은 달 덕분에 은하수는 보이지 않는다.


별도 버스안에서 봤던것에 비해 적어 조금은 실망.



그래서 우리끼리 사진을 찍고 놀기로 한다.


갈색 모래와 까만 하늘 사이에 하얀 젤라바는 판타지 영화같다.



바람도 아직 불지 않아 장시간 노출시켜도 끄떡없다.






아무래도 밤에 찍은 사진들은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용량을 줄이거나 하면


노이즈가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따로 보정은 하지 않았는데도.


10메가 제한이 아쉬운 순간.


아무튼 조용히 앉아 별 대화 없이 하늘을 보고 사진을 찍고 하다가,


조금 늦게 잠들었다.



그리고 이번엔, 가이드들이 해 뜨는 것을 보라고 깨운다.


이렇게 딱딱 시간만 알려주고 행동에 별 간섭을 하거나 관심을 갖거나 하지 않으니


우리 입장에선 가장 고마운 가이드이다.



숙취가 있어보이는 얼굴. 참고로 술은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림도 없었다.



집에 가는길에 가이드가 찍어준 단체사진.


높 뒤로 각각 체코, 인도, 벨기에, 중국 출신의 커플들이다.


해가 뜨기 무섭게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사막을 얼른 벗어나 본다.



내가 타고다녔던 낙타.


그간 타고다니느라 정들었다... 는건 거짓말이고 무심한 되새김질에 반해서


찍었다.


우리의 사막 하룻밤은 이렇게 끝났다.


이후로는 차려주는 아침을 먹고, 잠을 보충하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음식을 시켜먹으며


더욱 게으르게 보냈다.


다음 도시는 마라케시, 그리고 드디어 에사우이라이다.


뒹굴거린 걸 자랑할 날들은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하실라비드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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