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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9일 금요일.


드디어 꿈꾸던 에사우이라에 도착했다.


쉐프샤우엔에 이은 게으른 모로코 여행의 완성판이 될 곳.


여행 블로그들을 보면 보통 에사우이라는 일박을 하거나 건너뛰고


카사블랑카를 가곤 하던데,


페즈와 마라케시에서 충분히 시달린 우리는 이 한적한 휴양지에서 4박 5일을


보내기로 한다.



밤새도록 달려 아침일찍 도착한 버스정류장.


나도 곧 너희들처럼 널부러져 지내게 될 거란다. 1도 안부러워.



잠시 근처 해변에 들러 사진을 찍고, 다시 탕헤르로 돌아갈 버스 티켓을 예매하고.


번화가에서 차로 10분정도 떨어진 우리 숙소에 체크인을 한다.


가격흥정 없이 탔는데 바가지 씌우지 않는 놀라운 택시기사 덕분에


시작부터 기분좋은 게으름.



먼저, 우리의 숙소를 소개한다.


첫 째도 게으름, 둘 째도 게으름이 목표인 우리는 무슬림 식 아파트 전체를 쓰게 됐다.


가장 먼저 매우 넓은 거실.


이게 방이 아니다. 거실이다.



거실을 나서면 사진에 보이지 않는 왼쪽에 주방이 있고,


오른쪽엔 화장실이 있다.



그리고 무려 사진에 보이듯이 동일한 크기의 침대방이 두개!


침대도 싱글 사이즈가 아니라 더블사이즈인 듯 길이만 좀 짧고


넓이가 상당했다. 덕분에 오랜만에 큰 침대 하나씩 차지하고 잠.



집 구석구석 인테리어도 상당히 신경쓴듯 하다.


체류기간 중 호스트와 대화하다가 나온 말중에 마음에 들면 이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는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봤을 때,


이 지역에서 부동산 좀 만지시는 분인 것 같았다.



거실에 놓인 조명.



다시 한 번 거실.


이미 내가 누워서 뒹굴다 간 뒤라 흐트러져 있지만


넓이를 가늠해보기 쉽도록 한장 더 올린다.


이 정도 집이면 다섯식구 정도는 와서 머물러도 될 사이즈.


더 놀라운 것은 이 집의 가격인데, 4박 5일, 세금 및 수수료를 전부 포함해


실제로 결제한 금액이 단 83유로였다.


조금 치솟은 현재(2017년 7월 5일)환율로는 10만 8천원.


하룻밤에 27000원으로 이 집을 통채로 쓸 수 있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이 집이 마음에 들어버린 우리는, 4박 5일동안 몇 번의 짧은


외출을 제외하고는 집에 틀어박혀 말 그대로 굴러다니며 지냈다.


혹시 궁금해하실 분을 위해 숙소 링크를 달고 자랑을 마치겠다.


https://www.airbnb.co.kr/rooms/14118742


아, 이 집의 유일한 단점은 와이파이가 없다.


하지만 1기가에 1유로 하는 모로코의 데이터 가격을 봤을 때,


이 부분은 별로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우리도 아예 한 8기가정도 충전 해놓고 마음놓고 썼으니까.


아무튼 숙소를 돌아보고 나서는 근처 마트로 장을 보러 나갔다.



는 나가자마자 집 앞에서 갈매기 똥 맞음.


새똥 맞은건 이번이 두 번째인데 첫경험은 무려 12년 전 울란바토르에서 였다.


나한테 왜그러니....


이 날 이후로 우리는 하늘만 보며 다녔다. 아니 아직도 그러고 다닌다.



휴양지 왔으니까 특별히 저녁은 조국의 음식을 야매로 해본다.



콜라와 간장, 고추와 중국 당면으로 맛을 낸 찜닭.


모짜렐라 치즈까지 솔찬히 넣어서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문제는 술이 없다..............는 것이지만, 이쯤 되니 없는게 자연스럽다.


그러고 보니 에사우이라에선 외식을 단 한끼도 하지 않았다.


밥은 전부 집에서 해먹었네.


아무튼 배가 부른 우리는 해질녘 대서양을 구경하러 가기로 한다.


우리 집 근처에 있는 해변은 관광객은 거의 찾지 않는 곳이라 한적하다고 들었다.



걸어서 10분정도 거리에 있는 해변.


지도로 보나 눈으로 보나 끝이 보이지 않는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대서양.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 내가 집떠나 가장 멀리 와본 곳은 아덴만이었다.


동북 아프리카와 중동 사이의 고요한 바다.


그게 벌써 5년 전이니까 새삼스럽기도 하다.


5년만에 나는 서북아프리카에서 해 지는 대서양에 발을 담그고 있다.


이런데도 아직 지구를 절반도 못돌았다니.


살아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이 길고 넓은 모래사장에 우리 둘밖에 없으니 예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대서양 오른편은 화려하게 빛을 낸다.



물이 아직은 차갑지만 발 한 번 안담글 수는 없지.


고운 모래틈을 바닷물이 채워 거울처럼 하늘과 나를 비춘다.




정말, 정말 정말 말도 할 수 없이 아름답다.


해질무렵 아프리카 서쪽의 바다는 왜 이렇게도 붉고 아름다운지.



어둑어둑 해질 때까지 넋을 놓고 구경한다.


온 세상이 빨갛던 시간이 지나고,




잿빛 마을에도 불이 켜진다.


모래가 매우 곱기 때문에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입으로 들어온다.


위에는 갈매기 똥에 아래는 모래바람. 눈도 입도 카메라도 닫는게 이롭다.



우리 동네의 핫플레이스 모스크.


때마다 기도시간을 알려주고, 가끔 장이 서기도 한다.


늦은 시간이라 거리에 사람이 많이 없어 살짝 무서워하며 걷고 있는 우리에게


한 모로코 인이 다가와 아는체를 한다.


쪼그라든 나는 소심하게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하고,


거대한 그는 유쾌하게 웃으며 한국과 한국인이 좋다고 따봉을 날리고 지나간다.


지레 겁먹고 사람들을 바라보는 버릇은 블라디보스톡 때와 조금도 변하지 않았군.



사실 고양이에게 친절한 만큼이나 여행자에게 친절한 사람이 무슬림들인데.



너는 뉘집 자제인데 이렇게 뽀얗고 예쁘니.



아파트 복도에서 먹고자고 하는 고양이 중 하나.


수도없이 마주쳐서 나중엔 서로 아는체도 하는 사이가 되었다.



아파트 풍경. 난간 뒤로 걸린 빨래줄은 공동으로 쓰는 듯


빨래집게가 잔뜩 놓여있다.


나도 빨래를 해서 밖에다 널고, 넓은 침대에 들어가서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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