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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10일 토요일.


안식일 다음 날 마을은 아침부터 분주하다.


새벽 5시쯤 부터 택시가 다니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라마단 기간이라고 모두가 나처럼 게으른 것은 아닌게 분명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늦잠.



아침엔 어제 사서 차게 식혀둔 오렌지로 주스를 만들어 먹는다.


1킬로에 우리 돈 500원 정도 하는 오렌지를 2킬로그램정도 사면,


사진에 보이는 양 만큼 네 번정도 마실 수 있다.


굳이 계산하자면 한잔에 125원..


프놈펜에서 자주 마시던 사탕수수가 생각났다.


매우 느린 동작으로 주스와 빵 달걀등으로 아침을 때우고 오늘은 한 번 시내로 나가볼까.



먼저 어제 스치고 지나간 터미널 근처의 해변.


메디나, 그리고 많은 숙소에서 가까워 사람이 바글바글 했다.


모로코 사람들을 혹시라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사진은 조금만.



햇살이 따사롭고 해변이 길어 그럴듯하기는 한데,


솔직히 별로 예쁘다는 느낌은 없다.



영혼없은 지지와 세모 샷.


의무적으로 찍은게 티가 나 미안하다 얘들아.



게다가 해변 바로 오른쪽으로 고기잡이 배가 들어오는 항구가 있어서


물도 그다지 깨끗하지 않을것 같은 기분.


헤엄이나 쳐볼까 왔지만 모래사장만 아주 잠깐 밟고 나왔다.


물놀이는 집 근처 해변에서 해야지.



근처에 수산시장이 있다고 하길래 그쪽이나 가보기로 한다.



벌써부터 비린내가 온 사방에 진동하고



냄새를 맡은 갈매기가 마치 파리떼처럼 머리위를 날고있다.


똥을 두번 맞을 수는 없기에 갈매기만 지나가면 신경이 예민.



흔한 어촌의 풍경 뒤로는 신식 항만? 공사가 진행중이다.



본격 수산물 시장 돌입.


여기서부터는 말 그대로 시장이라 현지인 수가 관광객을 압도한다.


현지인 시장+비린내+바닥에 고인 바닷물의 찝찝함 덕에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는 듯.



보통 이런 마을의 수산시장이 아침에 열어 더워지기 전에 파하는 것과는 달리


분명 오후였는데 시장이 열려있었다.


혹은 이제 막 끝나가는 무렵이었는지도 모른다.




해산물 가격이 저렴해 보여 장을 봐서 요리를 해먹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하늘에 붙어있는 태양이 내 피부처럼 태워버렸다.



그렇다 해도 꽤나 신선해 보이는 물고기들이다.



해산물 시장에 들어오면서부터는 뷰파인더나 액정을 보지 않고


셔터를 마구 눌렀기 때문에, 이런 의미심장한 사진도 찍혔다.


아저씨 표정이 흔들린 카메라와 합쳐지니 범죄 직전 느낌.



그래도 별 일은 없었다. 저것은 상어인가!!!!



비린내가 상상을 초월한다.


서울 재래시장이나 수산시장의 비린내와는 아예 다른 냄새라고 해도 좋을정도.



갈매기들도 나랑 다른의미로 냄새때문에 미치겠는지 시장 옆을 떠나질 못한다.


고양이가 머리 하나 물고 가는 것은 봤어도 갈매기들이 얻어먹는건 못봤다.


이 똥쟁이들..... 물고기 훔쳐먹고 또 똥싸려고...



오오 상어머리 오오.


지느러미만 잘린 채 버려지는 아이들보다는 차라리 나은 대우인가.


흥정하는 아저씨들간의 기싸움이 장난 아니다.


죽은 상어머리가 기때문에 살아날 듯. 무서우니까 나는 도망.



바로 옆에 메디나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


아, 참고로 수산시장 옆과 메디나 앞쪽엔 물고기 바베큐를 파는 집들이 있다.


하지만 가격이 담합 수준으로 다같이 높으니 굳이 사진을 찍을 가치도 없음.




이젠 눈에 익은 풍경이다. 바닷마을의 메디나는 뭐가 좀 다를까.



는 별로 그런거 없다.


음식 메뉴에 해산물이 많이 추가되었다는 차이만 빼면


고양이가 평화롭게 굴러다니는 모습은 그대로다.



팔고있는 물건도 그대로.


쇼핑할 계획은 없어서 슬쩍 지나다니면서 보니 마라케시에 비해


비싼 값이 붙어있었다.


그리고 이 즈음에서 웬 모로코 여자가 갑자기 나한테 소리소리를 질렀다.


처음엔 나한테 그러는지도 모르다가 눈이 마주치니 사진 찍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며


자기 얼굴을 가리고 손사레를 친다.


아줌마, 난 아줌마 사진을 찍은 적도 찍을 생각도 없고 당신이 있는줄도 몰랐어..


는 내 머리속 생각이고, 그냥 인상 한 번 찌푸리고 지나갔다.


그러고보니 쉐프샤우엔의 중국인 여자 무리가 생각이 나는데,


파란 골목에서 사진찍지 말라는 모로코 꼬맹이들과 언쟁을 벌이며 감정싸움을 하고


있었더랬다. 난 니 사진 찍을 생각이 없고 찍지도 않았으니 저리 가라고.


나처럼 조심한다고 조심해도 유난떠는 인간을 만나는 것을 보면 어지간히 짜증이


났었나 보다.



고양이 보면서 힐링.



대신 나를 찍어라 닝겐.



귀여운 존재들.




사실 고양이도 메디나 만큼이나 모로코 어딜가도 똑같지만,


내새끼들을 고국에 두고 온 여행자에겐 봐도 봐도 기분이 좋다.


이렇게 고양이에 집중하다 보니, 메디나를 걷기는 걸었는데 사진은 별로 안남았다.


솔직히 별로 볼 것도 없어요.


메디나에서 나와선 커피나 한잔 하러 카페로 들어갔다.



아이스커피같은건 없으니 그냥 에스프레소로.


나는 커피 한 잔이면 밤에 잠을 못이루는 체질을 가진 사람이라,


에스프레소는 여행 떠나기 전엔 평생 세 잔 정도만 마셔봤다.


나와서 보니 내가 너무 미국식 카페에만 익숙해져 있더라.


반성하는 의미까지는 아니지만 반 강제로 에스프레소를 종종 마시고 있다.


먹다보니 잠 못자는건 마찬가지이지만 맛은 있어서,


익숙해지는 건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 생각도 든다.



치즈케익인줄 알고 시켰는데 도무지 무어라 이름붙일 수 없었던 케익.



존맛이던 산딸기 타르트와



높이 시킨 카푸치노.


이렇게 해서 40디르함 나왔다. 괜찮아 보이는 카페에 들어갔는데도


기본 커피 가격이 저렴해서인가보다.


야외자리에는 에어컨 없이도 추울 정도로 바람이 분다.


한시간 반 정도 농땡이 피우다, 큰 까르푸가 있다길래 장보러 들렀다가


집에 돌아가서 굴러다녔다.


아래는 살짝 혐짤이니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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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푸에서 팔던 토끼고기.


우리는 칠면조 고기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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